[공연리뷰]익숙함 속에서 낯섦을 추구하다

  • 문화
  • 공연

[공연리뷰]익숙함 속에서 낯섦을 추구하다

대전시향 마스터즈시리즈 2

  • 승인 2018-03-01 10:35
  • 신문게재 2018-03-02 9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오지희
오지희(음악평론가. 백석문화대 교수)
지난달 23일 대전시립교향악단 마스터즈시리즈 2는 레퍼토리 구성에서 악단이 나아갈 향배를 가늠할 단초를 제공했다. 그것은 바로 20세기 현대음악작곡가 리게티의 작품을 대전 초연의 첫 곡으로 올렸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비록 장대한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과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에 비해 상대적으로 리게티 작품 론타노(Lontano)의 비중이 작았지만,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는 의지는 오히려 리게티를 통해 드러났다.

리게티(G. Ligeti 1923-2006)는 리듬, 선율, 화성이라는 전통적인 음악 구성요소를 해체하고 음향 그 자체의 울림을 음악적 공간으로 환원시킨 작곡가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라는 의미의 론타노에서 소리는 악기 고유의 음색이 지닌 특성을 이용한 멀고 가까운 음향덩어리로 흐른다. 기존의 리게티 작품보다 화성적 울림이 강하게 융합돼있어 듣기 거북한 날카로운 울림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낯선 음악이었음에 틀림없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익숙한 음악만 연주할 수는 없다. 사실 50여년 전 만들어진 론타노조차 과거의 음악이다. 이제 우리는 새롭고 현대적인 위대한 작품을 듣고 향유할 권리가 있다. 대전시향의 론타노는 아직 특유의 그 느낌을 완벽히 들려주지는 못했어도 최소한 그 맛을 알아가는 관객에게 새로운 차원의 음악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이어진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에서 헝가리 출신 첼리스트 이슈트반 바르다이(I. Vardai)의 개성있는 음악해석은 신선한 감동이었다. 바르다이의 첼로 음색에서 찾을 수 있는 대조적인 소리층, 즉 건조하면서도 비올라적인 독특한 울림과 완성도 높은 테크닉에 기초한 강렬하고 심오한 소리는 여느 낭만적인 드보르자크 연주방식과는 분명 차별화된 연주였다. 그 누구보다도 진지하고 우아하게 접근한 바르다이를 대전시향이 좀 더 세련되게 받쳐주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익숙한 곡일수록 연주자의 해석에 따라 정교하게 조율할 수 있는 내공이 필요하다.

마지막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은 대전시향의 주 프로그램이었다. 19세기 말 영국음악의 부흥을 이끈 엘가의 대표작을 통해 상대적으로 독일 작곡가에 비해 덜 알려진 영국의 대규모 관현악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그 자체가 대전관객에게는 의미가 있었다. 변주곡마다 선율의 의미를 최대한 부각하려는 노력 역시 자연스럽게 전달됐다.



결과적으로 이번 연주는 익숙함 속에 낯섦을 추구하려는 대전시향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것, 동시에 안전한 작품에서 벗어나 다양한 소리의 세계를 들려주려는 적극적인 행보를 할 때가 됐음을 시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오지희 음악평론가· 백석문화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