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개인택시운송조합이 운전사들에게 보낸 문자. |
보낸 곳은 A씨가 조합원으로 가입한 대전개인택시운송조합이다. 조합은 소속 조합원들에게 '삭발을 한 여성은 40대로 추정, 회색 옷을 입었고 깔깔한 서울 말씨를 쓴다'며 자세하게 설명했다. '장거리 구간을 요구하고 도착지에서 택시비를 내지 않고 도망가기 때문에 탑승하면 경찰서에 신고해달라'고 당부까지 했다.
대전의 개인택시 운전사들이 '먹튀 손님'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일반 영업용 택시 운전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령자가 많다 보니 도망자를 쫓기가 버거워 피해는 더 크다.
대전개인택시조합에 등록된 개인택시 운전사는 2016년 말 기준으로 모두 5356명이다. 정확한 피해를 집계하지 않았지만, 운전사 1인당 한 달에 1∼2회 정도 먹튀 피해를 본다는 게 조합 측의 설명이다. 한 달 피해건수가 어림잡아 1만건에 달한다는 얘기다. 금액으로 따지면 월 1억원의 손해를 보는 셈이다.
조합 관계자는 "정확한 통계를 집계하진 않지만, 수시로 일어난다"며 "건당 피해금액은 몇 천원에서 몇 만원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운전사가 재빨리 대응해 먹튀를 예방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허탈하게 도망자를 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운전사 대부분이 고령이기 때문이다.
조합에 등록된 운전사들의 연령은 60대 이상이 50%를 넘는다. 50대도 37%나 된다.
B 운전사는 "도망자 중에선 고등학생도 많은데, 우리가 도저히 잡을 수 없다"고 했다.
음주자는 물론, 건장한(?) 손님의 경우는 2차 피해를 우려해 '재수 없는 날'로 여기며 돌아서는 운전사도 적지 않다. 계산을 요구하면 '운전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막무가내로 거절하다가, 몸싸움까지 벌어질 수 있어서다. 붙어봤자, 나이 많은 운전사만 다치기 때문이다
조합 관계자는 "먹튀뿐만 아니라, 폭행과 폭언 등 2차 피해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안다"며 "가해자의 신분을 확인하기도 어려워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둔산경찰서 관계자는 “유사한 사건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범인을 잡기가 어렵고, 힘들게 신원을 확보해도 대부분 당사자 간 합의로 끝난다”며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미·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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