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疎而不漏)

  • 오피니언
  • 풍경소리

[풍경소리]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疎而不漏)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 승인 2018-02-26 10:43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권득용회장-1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뽕나무가 세 번 흔들렸다'는 상삼요(桑三謠)는 천하를 평정한 명나라 주원장(朱元璋)과 마황후, 상우춘의 일화입니다. 이미 인생의 최고 목표를 이룬 이 세 사람에게 무슨 욕심이 더 있을까마는 주원장은 그래도 무슨 욕망이든 꼭 있을 테니 우리 서로 마음속을 터놓자며 먼저 자신은 '나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이 예물을 가지고 오면 그것이 가장 기쁘다'했고, 황후는 '만조백관 중에 몸도 건장하고 얼굴이 잘생긴 사내를 한 번만 가까이해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하였으며, 정승이 된 상우촌은 '폐하가 앉아 계시는 용상에 소신도 한번 앉아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하였지요. 그러고 보니 재물이나 이성,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고 끝없이 이어지는 탐욕의 화신(化身)이 아닌가 합니다.

하긴 요즘 세상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도 없겠지만 그동안 남몰래 재미를 본 호색한(好色漢)들의 봉인된 비화들이 포항지진의 여진처럼 한없이 부끄러운 민낯으로 하룻밤 지나고 나니 또 터졌습니다. 이번에는 연극계의 대부라네요. 여검사로부터 시작하여 괴물이 된 시인까지 문화예술계는 물론이고 정치 종교 교육 행정 기업 등 우리 사회 전체가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이제 소화기나 헬리콥터를 동원하더라도 불길을 잡을 수 없는 지경입니다. 태풍을 몰고 온 나비의 날갯짓이 언제 끝날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용기를 가지고 아름다운 세상을 새롭게 디자인해야겠지요.

'깨어진 유리창 이론'의 범죄 발생 빈도나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겨진 암수범죄(暗數犯罪)가 성추행이나 성폭력을 키워온 이면에는 우리 사회에 책임이 크다는 사실에 동의해야 합니다. 그동안 술, 여자, 권력은 남성들의 허세와 객기를 충족시키고 완성시켜주는 맹목적인 관용으로 방조되었으며, 무엇보다도 다양한 사회적 금기와 규제에 의한 폐쇄적 성문화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부족과 피해 여성들이 부끄럽고 남사스럽다며 쉬쉬한 풍토가 일조를 한 셈이지요.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누구나 세 뿌리를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한번쯤 들었을 것입니다. 혀(舌根)와 손(手根) 그리고 몸의 중심인 남근(男根)이지요. 잘 아시다시피 말이란 한번 내뱉으면 주워담을 수 없고 요즘엔 음담패설이 곧 성희롱이 되며, 예뻐서 엉덩이 한번 토닥인 나쁜 손이 성추행이 될 뿐만 아니라 문서 계약이나 보증 도박의 무서운 미혹(迷惑)을 경계해야 하며, 어느 시대를 불문하고 이성보다 본능이 앞선 성적 쾌락의 남근을 가장 조심해야 함에도 천성불개(天性不改)라 했던가요. 아직도 그 못된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까트린느 드뇌브의 '남자는 여자를 유혹할 자유가 있다'라는 달콤한 허세의 추억 때문에 자신이 쌓아온 한평생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것을 안절부절하면서 밤잠을 못 이루고 전전긍긍하는 분들이 계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천망회회 소이불루'는 하늘의 그물이 크고 커서 성긴 듯하지만 하나도 놓치는 법이 없다. 하지만 운 좋게 빠져나갔다고 해도 반드시 뒷날 동티가 난다라는 말이지요. 요즘 이슈화되는 미투운동이 그러합니다. 우리 인간의 욕심이 인지상정이라 그 욕망을 탓할 수야 없겠지만 그러나 지혜롭게 자신을 성찰하면서 지나친 탐욕을 경계하고 또 경계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1.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2.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