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
'뽕나무가 세 번 흔들렸다'는 상삼요(桑三謠)는 천하를 평정한 명나라 주원장(朱元璋)과 마황후, 상우춘의 일화입니다. 이미 인생의 최고 목표를 이룬 이 세 사람에게 무슨 욕심이 더 있을까마는 주원장은 그래도 무슨 욕망이든 꼭 있을 테니 우리 서로 마음속을 터놓자며 먼저 자신은 '나를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이 예물을 가지고 오면 그것이 가장 기쁘다'했고, 황후는 '만조백관 중에 몸도 건장하고 얼굴이 잘생긴 사내를 한 번만 가까이해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하였으며, 정승이 된 상우촌은 '폐하가 앉아 계시는 용상에 소신도 한번 앉아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하였지요. 그러고 보니 재물이나 이성,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고 끝없이 이어지는 탐욕의 화신(化身)이 아닌가 합니다.
하긴 요즘 세상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도 없겠지만 그동안 남몰래 재미를 본 호색한(好色漢)들의 봉인된 비화들이 포항지진의 여진처럼 한없이 부끄러운 민낯으로 하룻밤 지나고 나니 또 터졌습니다. 이번에는 연극계의 대부라네요. 여검사로부터 시작하여 괴물이 된 시인까지 문화예술계는 물론이고 정치 종교 교육 행정 기업 등 우리 사회 전체가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이제 소화기나 헬리콥터를 동원하더라도 불길을 잡을 수 없는 지경입니다. 태풍을 몰고 온 나비의 날갯짓이 언제 끝날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용기를 가지고 아름다운 세상을 새롭게 디자인해야겠지요.
'깨어진 유리창 이론'의 범죄 발생 빈도나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숨겨진 암수범죄(暗數犯罪)가 성추행이나 성폭력을 키워온 이면에는 우리 사회에 책임이 크다는 사실에 동의해야 합니다. 그동안 술, 여자, 권력은 남성들의 허세와 객기를 충족시키고 완성시켜주는 맹목적인 관용으로 방조되었으며, 무엇보다도 다양한 사회적 금기와 규제에 의한 폐쇄적 성문화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의 이해 부족과 피해 여성들이 부끄럽고 남사스럽다며 쉬쉬한 풍토가 일조를 한 셈이지요.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누구나 세 뿌리를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한번쯤 들었을 것입니다. 혀(舌根)와 손(手根) 그리고 몸의 중심인 남근(男根)이지요. 잘 아시다시피 말이란 한번 내뱉으면 주워담을 수 없고 요즘엔 음담패설이 곧 성희롱이 되며, 예뻐서 엉덩이 한번 토닥인 나쁜 손이 성추행이 될 뿐만 아니라 문서 계약이나 보증 도박의 무서운 미혹(迷惑)을 경계해야 하며, 어느 시대를 불문하고 이성보다 본능이 앞선 성적 쾌락의 남근을 가장 조심해야 함에도 천성불개(天性不改)라 했던가요. 아직도 그 못된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까트린느 드뇌브의 '남자는 여자를 유혹할 자유가 있다'라는 달콤한 허세의 추억 때문에 자신이 쌓아온 한평생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것을 안절부절하면서 밤잠을 못 이루고 전전긍긍하는 분들이 계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천망회회 소이불루'는 하늘의 그물이 크고 커서 성긴 듯하지만 하나도 놓치는 법이 없다. 하지만 운 좋게 빠져나갔다고 해도 반드시 뒷날 동티가 난다라는 말이지요. 요즘 이슈화되는 미투운동이 그러합니다. 우리 인간의 욕심이 인지상정이라 그 욕망을 탓할 수야 없겠지만 그러나 지혜롭게 자신을 성찰하면서 지나친 탐욕을 경계하고 또 경계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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