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패자가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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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패자가 없는 사회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승인 2018-02-23 11:1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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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속 여제' 이상화가 18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37초33의 기록으로 일본 고다이라 나오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한 뒤 태극기를 들고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연합DB
평창 동계 올림픽이 한창입니다. 어떤 종목에서 팀의 불화가 있어 안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선수들의 선전이 정말 감동적입니다. 특히 컬링 여자대표선수들의 선전과 승리는 정말 아름답고, 이 선수들의 숨은 이야기는 우리에게 잔잔한 웃음과 행복을 가져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이상화 선수가 아쉽게도 은메달에 그쳤지만, 그래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계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우리 선수들이 보여주는 감동은 승패를 떠나서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우리나라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정말 대단한 대한민국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운동경기를 보면서 승리에 감동하고 기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비록 경기에 져서 패자가 되었지만, 그 순간이 오기까지 각고의 노력과 열정을 다했음에도 승리하지 못한 패자는 주목받지 못하니 말입니다. 그러나 이번 동계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나라 아이스하키 팀의 경기는 단 한 번의 승리를 이루어내지 못했지만 격려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자 아이스하키 팀도 그렇고 남북한 단일팀으로 출전한 여자 아이스하키 팀의 경우도 그렇습니다. 경기의 승패를 떠나서 아이스하키라는 운동경기의 특성을 고려하면 정말 불가능을 가능으로 이루어낸 '신화'를 만들어 냈기 때문입니다.

동계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아이스하키 팀에 대한 평가는 사실 기대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우리 아이스하키 팀은 세계적인 팀들과 대결하면서 경기 내용에서 정말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고, 앞으로 그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모습 속에서 승자만이 주목받는 현실에서 우리는 아낌없는 박수와 격려를 보내주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비록 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지만, 그들은 진정한 승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승자가 아니면서도 승자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마치 '승자만의 사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살면서 부딪히는 끊임없는 경쟁에서 승리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사회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라는 것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승리하지 못하면 패자가 되고, 패자가 되면 결국에는 사회에서 도태되고 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나타나는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경주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승리만을 위해 불법을 저지르고 편법을 동원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과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승리라는 결과만이 중요한 것으로 흔히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승리를 위해서는 일부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결과를 위해 그럴 수도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불법이나 편법 그리고 잘못은 '걸리지만 않으면 된다.'는 것으로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엄연하고 명백한 부정과 불의임에도 말입니다.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아무리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고 해도 승리하는 것은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다만 그 승리가 불법이나 편법이나 부정이 아닌 공정한 경쟁에서 승리한 것이어야 가치가 있고 존중받을 수 있습니다. 비록 경쟁에서 승리했다고 하더라도 부정한 방법으로 쟁취한 승리는 결코 승리가 될 수 없고, 또 승리라고 인정할 수도 없습니다. 부정한 과정으로 얻어진 승리는 아무리 합리화하고 변명을 하더라도 인정할 수 없고 결코 인정되어서도 안 됩니다. 그러나 현실은 반드시 그렇게 되고 있지 않음을 목격하곤 합니다. 결과를 위해서 약간의 편법이나 부정이 허용되기도 하고 또 '애교'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니 말입니다. 현실이 그러니 부정이나 편법 때문에 승리하지 못하고 실패하고 패배하게 되면 참 억울합니다. 그리고 억울하게 승리하지 못한 경우, 대부분 번복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현실이 이러니 억울하더라도 참아야 하고 숙명이나 운명 또는 팔자 탓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정한 경쟁의 결과로 패배하거나 승리하지 못한 경우라면 그래도 그 결과를 수용하고 받아들이고 승자를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경쟁이 이제는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경쟁에 참여한 승자와 패자 모두가 그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서로에게 축하와 격려를 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그 경쟁을 바라보는 우리는 패자보다는 승자에게 더 관심을 갖고 패자를 격려하기보다는 승자의 승리를 축하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승리가 가져다주는 기쁨과 감격에 승자의 입장에 서서 행복해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패자가 느끼는 허무함과 공허함, 그리고 외로움을 잊은 채 말입니다. 어찌 보면 승자의 승리는 축하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패자에 대한 관심과 격려가 더 필요한 것임에도 말입니다.

경쟁에 대해 생각해 보면, 승자보다는 패자가 더 많습니다. 운동경기에서 승리하는 자 보다 패배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우리는 가끔 망각하고 있습니다. 경쟁을 위해 노력하고 땀을 흘리는 많은 사람들이 승자가 아닌 패자이기 때문에 우리의 기억에서 인식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승자보다 패자가 더 많은 현실을 우리는 보지 못하고 오로지 승자만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의 격려와 관심은 슬픔을 함께 나눌 패자에게 더 가야하는데도 말입니다. 만약 우리가 모든 경쟁에서 승리만 할 수 있다면 패자의 고통을 함께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승리보다는 실패와 패배를 더 많이 경험하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가 승리하지 못하고 패배의 아픔을 경험할 때, 옆에서 건네는 한 마디 위로와 격려가 아픔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자주 경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패자가 없는 사회가 되어서 우리 모두가 언제나 승자가 될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우리 스스로가 승자가 아닌 패자의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비록 패자가 없는 승자만이 존재하는 사회가 불가능하더라도 패자에게 관심과 격려와 위로를 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만약 우리가 승자보다도 더 많이 패자를 위로하고 격려한다면, 비록 패자라고 할지라도 승자와 함께 승리를 축하하고 함께 위로 받는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패자가 없는 사회'로 가는 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번 주말 동계 올림픽에 출전하여 감동을 주고 있는 우리 국가대표선수들의 경기가 정말 기대됩니다. 아울러 동계 올림픽에서 선전하고 있는 우리 국가대표선수들을 응원하면서 승리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선수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위로를 보냅니다. 경기 내내 흥분과 기쁨 그리고 행복을 가져다 준 여러분은 우리에게 패자가 아닌 진정한 승리자입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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