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제공=문화재청 |
훗날, 박물관장인 친구에게 이야기 했다가 힐난을 들었습니다. 그것이 곧 문화재 파괴라며 나무라더군요. 함부로 손대지 말고 바로 신고하여야 한답니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비스듬히 파내고 지렛대로 돌을 굴려 꺼내는 방법은 필자가 제안한 것이었지요. 초등학교 때 관촉사에서 들은 전설이 문득 떠오른 덕분이었습니다. 여러 설화 내용 중 불상 세운 대목이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구전되는 내용이 동일할 수 없겠으나 정리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한 여인이 반야산(般若山)으로 고사리 꺾으러 갔다가 아이 우는 소리 듣는다. 산중에 아이우는 소리가 괴이하여 찾아갔더니, 아이는 없고 거대한 바위가 땅속에서 솟아올랐다한다. 조정에서 이 소문 듣고 불상 세우라는 하늘의 뜻으로 생각한다. 광종(光宗, 925 ~ 975, 고려 4대 왕)이 혜명(慧明, 생몰 미상, 고려 전기 승려)에게 불상을 조성케 하여, 100여명 석공을 동원, 38년 만인 목종(穆宗, 980 ~ 1009, 고려 7대 왕) 9년(1006)에 완공한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불상 만들 때 몸통과 머리, 하반신 따로 만들어 어떻게 쌓아 세울지 방법을 찾지 못했다. 불상이 너무 거대하여 세우지 못하고 걱정하던 어느 날, 사제촌(沙梯村)을 지나다, 동자 두 명이 삼등분된 진흙 불상 만들며 놀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먼저 평평하게 땅 고르고 아랫부분 세운 뒤, 경사지게 모래 쌓아 그 중간과 윗부분 굴려 올려 세운 다음 모래를 파내었다. 혜명은 감탄하며 서둘러 절로 돌아와 아이들이 했던 방식으로 불상을 세울 수 있었다 한다. 가르침 준 동자들은 문수보살과 보현보살 화현이라 한다.
불상 완성하자 비가 내려 묻은 흙 깨끗이 씻어주었고, 삼칠일 동안 서기가 서렸으며, 불상 이마에서 환한 빛이 나와 먼 곳까지 비추었다. 중국 고승 지안(智眼)이 그 빛을 따라와 예배하였는데, 광명의 빛이 촛불과 같다 하여 사찰 이름을 '관촉사'라 불렀다 한다.
불상에 얽힌 많은 영험담도 있다. 오랑캐가 침략하여 병사가 압록강에 이르렀을 때, 은진미륵이 노립승(蘆笠僧:삿갓을 쓴 승려)으로 변하여 옷을 걷고 강을 건너니, 그 강이 얕은 줄 알고 물속으로 뛰어들어 과반수가 빠져 죽었다. 분개한 적장이 승려 향해 칼을 휘둘러 삿갓을 스쳤다. 개관蓋冠이 약간 부서졌는데, 그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한다. 또한, 국가가 태평하면 불상 몸이 빛나고 허공에 서기가 서리며, 난이 있게 되면 온몸에 땀이 흐르고 손에 쥔 꽃이 색을 잃었다는 등 전설이 전한다. 이 불상에 기도하면 모든 소원이 다 이루어졌다고도 한다.
1386년(우왕 12) 법당을 신축하였고, 1581년(선조 14) 거사(居士) 백지(白只)가 중수하였으며, 1674년(현종 15)지능(智能)이, 1735년(영조 11) 성능(性能)이 중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관촉사에는 관음전과 삼성각, 사명각, 해탈문, 현충각 등 당우가 있습니다. 중요 문화재로 국보로 지정되는 석조미륵보살입상(은진미륵)과 보물 제232호인 석등,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53호인 배례석,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79호인 석문, 오층석탑, 사적비 등이 있답니다.
논산지역에 염라대왕 대면 구전설화도 있는데요. 논산 사람이 저승에 가면 염라대왕이 묻는답니다. 개태사 가마솥(충남 민속자료 제1호), 강경 미내다리(江景渼奈橋, 충남 유형문화재 제11호), 관촉사 은진미륵을 보았느냐고요. 모두 지역 명물이란 뜻이겠지요. 논산 8경으로 관촉사, 탑정호, 대둔산, 계백장군 유적지, 쌍계사, 개태사, 옥녀봉, 노성산성을 듭니다. 그중, 논산 제1경이 은진미륵입니다.
신화, 전설, 민담 등 설화는 핵심 구조를 바탕으로 화자 나름의 해석이나 수식이 덧붙여집니다. 신화는 신, 전설은 역사적 인물, 민담은 일상 민간을 주인공으로 하지요. 사실이 있기도 하지만, 흥미 유발 내용이나 정감, 집단의식, 교훈이 담겨 전승됩니다. 많은 지혜와 민족 고유정서가 담겨있음을 새삼 느낍니다. 소소한 것이라도 허투루 볼 일이 아니지요. 하나하나 음미하며 새겨 볼 일입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