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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2015년 공감 에세이 '방구석 라디오'를 통해 일상 속에서 만난 의미있는 단상과 그것들이 남기는 긴 여운, 예상치 못한 감동을 느끼게 한 작가가 두 번째로 선보이는 책이다. 작가는 우표를 사는 할아버지, 폐지 줍는 할머니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기에 주목받지 않았던 사람들을 이야기 속으로 데려와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글을 펼친다. 「시간이 흐른 뒤」 라는 글에서는 아마도 누군가의 어머니인 '그녀'에 대해 "아이는 계절마다 유치원복을 갈아입고 선생님은 매번 유행하는 스타일의 옷을 입었지만 그녀의 옷은 변하지 않았다. 비디오 속의 그녀는 영원히 늙지 않겠지만, 그 시절 그녀는 비디오 밖에서도 시간의 흐름을 모르고 살았다"고 묘사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마 "아이가 봄 소풍을 가면 한 벌뿐인 주황색 체크남방을 잘 다려 입고, 여름이면 체크 남방의 소매를 걷어붙이고 하면서" 계절을 나던 자신들의 '그녀'를 연상할 것이다.
그와 그녀로만 등장하는 사람들은 이름이 없기에, 타인이면서도 마치 자기 자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작가의 덤덤한 묘사는 그들의 삶을 더 사실적으로 공감하게 한다. 모든 삶의 주인공은 자신이며, 타인에겐 평범해 보이는 일상도 스스로에겐 매순간 인생이라는 영화 속의 한 장면이다. 얼핏 보면 잘 보이지 않던 책의 제목처럼, 분명히 있지만 느끼지 못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숨결을 가슴 속으로 스며들게 하는 책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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