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둔산동 신협중앙회 사옥 |
대전지역 신협 이사장 선거 얘기다.
44개 신협 중 18곳의 이사장 등 임원이 바뀌는 2월, 어느 때보다 선거 열기가 뜨거울 것으로 예상됐었다. 올해는 신협중앙회 회장 선거와 함께 치러져 더 주목을 받고 있지만, 선거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잠잠하다.
물론, 선거를 3개월여 앞두고 있던 지난해 10월 이사장과 임원을 노리는 후보자 간 과열경쟁 양상이 나타나기도 했었다. 일부 조합의 경우 1년 평균 자연 발생 조합원 수가 300명 수준이지만 선거를 앞두고 조합원 수가 폭발적으로 늘기까지 했다.
하지만 지금 분위기는 정반대다.
'그들(현직)만의 잔치' 수준이다.
서구의 모 신협 조합원인 A 씨는 "보통 4년에 한 번씩 이사장이 바뀌는데, 솔직히 별로 관심이 없다"며 "후보자들과 개인적인 친분 등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투표하러 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전에서 제법 규모가 큰 신협은 조합원이 1만 5000명에 달하지만, 투표에 참여하는 '진성' 조합원은 3000명인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많게는 수 천 억원에 달하는 조합자산을 관리하는 임원이 전체 조합원 20%가 참여한 투표로 선출된다는 얘기다.
신협 선거 구조 자체가 현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신협 이사장 등 임원선거는 선거공고가 이사장 명의로 이뤄지고 조합마다 자체 선관위를 구성해 선거를 치른다. 현직 임원의 경우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도 있는 내부 정보를 알기 쉽지만, 경쟁자들은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조합원 명부만 받을 수 있다.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한번 임원에 당선되면 3선 연임을 모두 채우고 물러나는 사례가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선거에 도전하는 모 조합원은 "지금의 신협 임원선거는 현직에 유리한 그들만의 선거일뿐"이라며 "정부나 감독기관이 나서서 신협 선거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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