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 대전시의원 |
부존자원이 빈약한 가운데 대한민국이 이만큼 부강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교육을 통한 우수한 인적자원 덕분이다. 불타는 교육열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힘이다. 그러나 너무 높은 교육열이 문제가 된다 해 진정제를 처방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런데 과연 진정제 투약이 바르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정부가 처방한 진정제 종류 중 하나가 '학원 휴일휴무제'다. 학원 휴일휴무제는 말 그대로 일요일과 공휴일은 학원의 문을 닫게 해, 강제로 학생들이 학원을 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학원 휴일휴무제의 배경에는 쉼없는 공부에서 초래되는 학생들의 수면 부족, 건강염려 등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한 것은 학원 휴일휴무제를 유치원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다. 유·초등학생이 일요일에 학원을 얼마나 다니고 있을까? 극소수이다. 또한 실제 일요일에 학원을 다니는 유·초등학생들의 부모들은 휴일에도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학원을 보내는 사유가 학습을 이유로 보내는 경우보다 보육 차원의 경우도 많은 것이다.
유·초 학원의 휴일휴무제가 도입된다면 원생들이 가정에서 여유롭게 보낼 수 있을까? '그렇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학생들의 학습력 보충을 위해 휴일에도 학원을 보낸 학부모라면 또 다른 방향(과외 등)으로 선회할 것이다. 그리고 보육 차원으로 학원을 선택한 가정에서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휴일에만 보육을 담당하는 시설을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비용도 훨씬 더 추가될 것이다. 결국 아이 혼자 가정을 지키는 경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는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렇지 않고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은 더 큰 사회적 비용이 초래될 것이다. 정부는 유·초학원 휴일 휴무제 실시 이후 중고등학생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휴일휴무제는 그렇다면 바람직한가? 학생들의 주당 평균 학습시간이 49.4시간으로 OECD 평균 33.9시간에 비해 1.5%포인트나 높다. 장시간 공부에 매된 삶을 살고 있다는 현실에서 휴일만이라도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정책이 절실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무한경쟁 입시제도 속에서 학원 휴일휴무제의 도입으로 과연 학생들의 여가 보장이 될 것인가? 상당이 회의적으로 본다. 오히려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염려된다. 학원 학습의 기회를 박탈당한 채 고액과외 성행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또한, 학생이 공부를 하길 원하고, 교육 방법으로 학원을 선택한다면 존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공부를 막는 국가가 있을까? 참으로 아이러니한 정책이다. 강제적으로 학원 휴일휴무제를 시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본다. 자발적으로 학원이 휴일에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져야 한다. 학원은 정규교육의 보충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규교육으로 충분하다면 휴일에 학원에 갈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자연스럽지 못한 정책에는 반드시 그에 대한 홍역을 치르기 마련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최선희 대전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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