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환영, 국보되는 은진미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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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환영, 국보되는 은진미륵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8-02-18 10:33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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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진미륵/사진제공=문화재청
2월 14일 고향 가려 준비하던 중 모처럼 반갑고 기쁜 소식이 눈에 띕니다. 문화재청이 보물 제218호 은진미륵(논산관촉사석조미륵보살입상論山灌燭寺石造彌勒菩薩立像)을 국보지정 예고하였다는 뉴스였지요. 반가운 마음에 관촉사 먼저 들렸습니다. 경내 돌아보고, 불상 이모저모 사진기에 담았습니다. 예전 모습과 다르게 관촉사 경내에 많은 구조물이 들어차 있지만, 곳곳에 많은 추억과 상념이 함께 뛰어 다니지 뭡니까?

소풍逍風은 아주 훌륭한 교육 프로그램이지요. 초등학교 때 학년에 따라 소풍장소 달리합니다. 가장 큰 변수가 거리였던 것 같아요. 저학년 때 가까운 곳에서 고학년으로 갈수록 멀어집니다. 필자 역시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학교가 있는 마을 뒷산이나 공터가 있는 이웃 마을에 갔지요. 4학년 때로 기억합니다. 은진미륵으로 소풍 갔습니다. 은진미륵이 있는 관촉사 관람, 반야산 정상 공터가 각종 놀이하기 좋은 장소였나 봅니다.

작지만 고색창연한 천년 고찰 분위기도 좋았고, 미륵보살 후덕한 모습이 친근하게 다가와 항상 마음속에 살아 있습니다. 관촉사는 미륵보살뿐 아니라 국보 제232호 석등 등 각종 유물이 찾는 이를 반기지요.

은진미륵에 관한 칭찬이 딱 하나 있었지요. 높이가 18.12m로 동시대 석조불상으로 동양에서 제일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그마저 빛을 잃었지요. 중국, 일본을 비롯하여 여러 나라에 높이 100m가 넘는 불상이 허다합니다.



은진미륵에 관하여 미술사에서 소홀하게 대하거나, 미술사학자가 말하는 고졸하다는 평이 늘 못마땅했습니다. 물론, 고졸하다는 의미가 꼭 나쁘다는 의미로 쓰인 것은 아닙니다. 기교가 없고 서툴러 보이나 고아(예스럽고 아담)한 멋이 있다 하는 말인데요. 소박하다 등과 함께 칭찬하기 어려울 때 쓰이는 말로 느껴졌어요. 얼굴이 못 생겼다, 서민에게 친근감을 준다, 얼굴에 비해 어깨가 너무 좁다, 몸통이 너무 작다, 머리가 너무 크다, 이목구비가 너무 크다 등 대부분 비사실적 모습이라는 내용이지요. 조형미가 떨어진다, 토속적이라는 둥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 폄훼하는 내용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한 평가 대할 때마다 몹시 안타까웠어요. 어려서 느꼈던 따사로움과 자비로움은 물론, 얼마나 미적인가? 어떤 예술성을 지녔는가?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위상 등 언젠가는 규명해 보겠다는 다짐을 하였지요.

4등신이라거나 비례가 맞지 않는다. 모양이 사실적이지 않다. 모두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 생각합니다. 사실적 묘사가 잘 되었다고 아름답다거나 예술성이 높다 하지는 않지요. 불상 자체가 상징적인 것입니다. 불법을 전하려는 목적으로 불상이 만들어집니다. 본래 사실적 형상이 아니지요. 우리 석탑이나 석불 등을 실측해서 보는 것은 참고자료는 되겠으나, 시각적인 아름다움이나 심미성, 작품성, 예술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석가탑, 다보탑도 보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시각적 관점으로 설계하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문자도안lettering 할 때 원과 사각형을 같은 크기로 그리면 원이 더 작아 보입니다. 사각이 꽉 채워진 글씨와 채워지지 않은 글씨 크기는 완연히 달라 보이지요. 그 달라 보이는 만큼 크기를 다르게 해야 같게 보입니다. 글자마다 크기 비율이 나와 있습니다. 서예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각형이 그려진 바탕에 글을 쓰기도 하는데, 자형에 따라 크기를 달리해야 합니다. 물론 변화를 위해 보이는 크기를 다르게 하기도 하지요. 필자가 보기엔 은진미륵이 독창적이며 온화하고 아름답기만 합니다.

미술사 뒤적이다보면 추상충동과 감정이입충동이 반복되며 나타나지요. 예술은 생태적으로 앞에 것을 부정하거나 다른 시각으로 보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서부터 고유성이나 정체성, 독창성이 이루어지지요. 대상을 의식적으로 확대하거나 과장, 강조하는 것(데포르마시옹, D′eformation)은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의도하는 바나 의미전달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전통과 인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와 운동을 선보이는 것을 아방가르드(前衛藝術, avant-garde)라고도 합니다.

조선 후기에 찬술된 『관촉사사적기(灌燭寺史蹟記)』에 석조미륵보살입상의 조성 과정이 기록되어 있지요. 고려 광종(光宗) 때인 970년부터 목종(穆宗) 때인 1006년까지 36년간 100여명의 석공이 작업한 것으로 되어있습니다. 탁월한 조각가와 예술가들이 집결하여 만들었겠지요. 앞서 만들어진 석굴암, 서산마애삼존불이 보여주듯, 불상에 대한 인식이나 석조기술, 미적 감각이 특별히 떨어지거나 퇴보하였다 생각지 않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불법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지만, 불상 얼굴 하나만으로도 자비나 깨달음 등 부처가 갖는 의미 표출, 전하려는 내용이 모두 담겨있다 생각합니다. 머리모양이나 손모양(手印)으로 불보살 활동 내용이나 깨달음을 나타냅니다. 다시 말해서 은진미륵의 얼굴과 손이 과장, 강조된 것은 어색함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말입니다.

조형미가 떨어진다 여겨졌으나 '파격과 대범의 미학'이라 재평가 한다니,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퍽 다행입니다. 이참에 우리 스스로 비하하거나 비관, 자폐적이거나 자학적인 일은 없는지 살펴볼 일입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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