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품권 시장은 연간 10조원을 넘을 만큼 규모가 크지만, 올해는 청탁금지법으로 풀린 선물 금액 상한과 속칭, ‘상품권깡’에 대한 규제 속에서 작년에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백화점 상품권 판매는 작년 설보다 평균 5% 이상 감소했다. 롯데백화점은 5%, 신세계백화점은 10% 하락했다.
상품권 규제에 대한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기업이나 법인에서 대량 구매를 하지 않았던 것이 매출 하락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또 김영란법 선물 상한액이 완화되면서 상품권보다는 10만원 미만의 선물 구매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상품권깡은 뇌물과 리베이트, 비자금 조성 등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를 말한다. 국회는 상품권 유통 발행 신고와 한도 제한해 음지에서 사용되는 상품권을 규제하겠다는 의도다. 최근에도 상품권을 이용한 불법 후원금 조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상품권 관련 개정안 입법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전통시장에서 사용되는 온누리상품권 판매는 더욱 저조하다.
국내 30대 그룹과 민간 그룹에서 온누리상품권 구매를 외면하는 탓이다. 최근 들어 개인과 공공부문 구매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민간 기업의 구매액은 곤두박질치며 온도 차를 보인다.
삼성그룹은 2014년 355억원에서 작년 39억원으로, SK그룹은 같은 기간 108억원에서 8억원 수준까지 온누리상품권 구입액을 줄였다. 일부 기업은 구입액이 0원인 곳도 다수였다.
온누리상품권은 전국 전통시장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다. 전통시장의 내수 활성화를 위한 범국민 운동이지만, 갈수록 실효성이나 사용 범위에 대한 문제가 매년 발생해 획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전망이다.
설 대목을 맞았던 지역 전통시장에서 만난 상인은 “전통시장을 위한 상품권이라지만 실제 상품권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은 적다. 특히 지역의 작은 시장에서는 현금이나 카드 구매자가 많고, 명절이라 해도 온누리 상품권 구매자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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