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질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
내가 살고 있는 곳 가까이에 윤동주 시인의 언덕과 문학관이 있다. 그곳을 가끔 지나갈 때마다 나도 모르게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맘 속으로 읊조리게 되곤 한다.
윤동주 시인은 암담한 식민지의 현실을 묵도(?禱)하고 지식인으로서 부끄러워하며, 일제에 대한 저항정신을 묵묵히 문학 작품을 통해 드러냈었다. 이처럼 조국에 대한 민족적 사명을 다하지 못한 데에 대한 죄책감에 괴로워했던 윤동주 시인 외에 옛 문학인들께 오늘따라 죄송스러운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지금 문학계에는 모진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바람에 문학계의 별이 하루아침에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기대했던 별은 결국 빛을 내지 못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천재들은 기행(奇行)을 일삼는다고들 한다. 마음을 울리는 글을 쓰기 위해 고독을 즐기고 매일 술잔을 기우리기도 하고, 지나치게 슬픈 사랑도 하며, 남다른 삶을 살아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예술인들의 이런 호기는 지난 세기까지만 해도 통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 재능을 타고난다고 한다. 글을 잘 쓰고, 그림을 잘 그리고, 노래를 잘하는 예술적 재능을 타고난 이들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치유의 에너지를 줄 수 있고 기술적이나 과학적인 재능을 타고난 이들은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편리하도록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렇게 타고난 축복된 재능으로 인해 우린 유명해지기도 하고 존경을 받기도 한다. 즉 공인(公人)이 된다는 것이다.
나의 재능을 사람들이 좋아해 주고 유명해졌다면 그에 응당한 값어치를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값어치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스타일이라든지 행동들을 따라하는 것과 같이 그들의 글 한 줄, 말 한 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사람들은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에 그만큼 책임감이 따르게 된다. 그렇기에 책임감을 가지고 바른 행동과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
반대로 재능을 돈벌이나 권력, 유흥에 이용하여 사람들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면 오히려 재능은 없는 것만 못한 것이 된다.
노벨상까지 거론되었던 유명한 시인이 85세라는 인생을 마무리해야 할 나이에 괴물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명예가 땅에 떨어진 것을 보면 느끼는 바가 크다.
반대로 조국과 민족적 사명에 괴로워하고 그 심정을 녹여냈던 윤동주의 시를 대할 때마다 나라와 민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과는 사뭇 다름을 알 수 있다. 재능을 재력과 권력과 인기를 얻는 요령이나 힘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훌륭한 인격을 갖추는 수단으로 쓰거나 남을 위해 쓴다면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윤동주 문학관이 가까이 있음을 감사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내가 되길 바라며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다짐해 본다.
김소영(태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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