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국적을 초월한 안면도 국제 꽃박람회의 참여자들이 마구 손가락을 놀리며 클릭하는 숫자가 계속 넘버링되고 있었다.
그와 비례하여 인터넷 대형 LCD화면에는 물감이 번지듯이 꽃과 화원이 수놓아졌다.
장관이었다.
조정재 자문역의 아이디어는 그대로 적중했다.
천명숙 화백의 그림은 동영상으로 화백이 처음 그림을 그렸던 필치를 그대로 따라 재현되었다.
대통령은 한국의 재능있는 연출가이자 기술자들이 그려내는 꽃의 그림을 보면서 얼굴에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드디어 꽃 그림은 완성되었다.
다음은 축하 공연이었다.
미국의 뉴욕 필의 쥬다 제시 지휘자가 단상에 섰다.
사회자가 그를 소개하자 개막식장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악단은?
지휘자가 등단하자 양 옆으로 펼쳐져 있는 LCD대형 전광판이 양쪽으로 전개되었다. 그리고 전광판이 켜졌다.
관람석에서 우하는 소리가 나오더니 화면에 한사람, 한사람 연주자들이 소개되자 한호 소리는 함성이 되었다.
화면에 출연한 세계적인 연주자들도 개막식장에 있는 관중들을 보면서 만면에 미소를 띄고 환호에 답하고 있었다.
연주는 지구촌 구석구석의 전세계에서 출연한 거장들이 악기를 조율하면서 시작되었다.
쥬다 제시가 지휘봉을 들었다.
곡은, '꽃의 생각, 인간의 마음'
아름다운 선율이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시작되었다.
관중들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듣고 들었다.
세계 최대의, 최고 수준의, 세계인의 사랑과 자연의 하모니를.
연주가 끝나자 사람들은 기립하여 앉을 줄을 몰랐다.
이윽고 차례는 대통령이 되었다.
전광판에는 자막이 하나 떴다.
"꽃의 세계는 생명의 세계입니다.
꽃의 세계는 평화의 세계입니다.
꽃의 세계는 사랑의 세계입니다.
생명과 평화와 사랑의 낙원.
한국에서 펼쳐지는 세계 꽃박람회의 천국에 입장하시겠습니까?"
사람들은 일제히 외쳤다.
"Yes."
대통령은 마우스를 클릭했다.
화면이 정신없이 돌아갔다.
세계의 유명한 화원이 그림으로 모자이크되어 빠른 속도로 여기저기를 보여 주었다.
화원의 그림이 끝나자 다시 자막이 하나 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이제 여러분에게 선사합니다.'
사람들은 숨을 죽여 기다렸다.
무슨 꽃인가?
대형 화면은 잠시 침묵하였다. 아마도 드라마틱한 긴장감과 신비감을 더해 주고자 하는 연출자의 의도이리라.
사람들은 조바심이 났다. 무슨 꽃인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그런 아름다운 꽃이 있다면 무엇인가.
화면이 갑자기 밝아졌다.
그러면서 동시에 소리가 크게 키워졌다.
관중들은 눈을 둥그렇게 떴다.
보라.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까르르 까르르 깔깔깔깔......
박람회장에 참석한 관람객들은 어린이들의 천진스럽고 티없이 맑은 웃음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미소는 곧 폭소로, 그리고 파안대소로 이어졌다.
심포니의 지휘자 쥬다 제시도, 바이올린을 연주한 장아란도, 오스트리아 빈 필의 라이언 영재 오닐도, 대만의 장쿼이도, 베네주엘라의 두다벨 오케스트라 관악팀 연주자들도, 호주의 시드니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멜로허씨도, 필리핀의 마가리타 합창단도 모두 점점 크게 웃기 시작하였다.
보스톤에 있는 조현구와 조형준 형제도 웃기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관람하고 있는 전 세계의 네티즌들도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하하하하하.......
허허허허허허.......
(계속)
우보 최민호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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