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영미 경제과학부 기자 |
하지만 순간적으로 "이거 지진 아니야?"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새어 나왔다.
지진 아니냐는 엄마의 말 한마디에 7살 어린 아들 녀석은 "엄마 빨리 짐 싸"라며 커다란 눈망울로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아들을 진정시키고 포털사이트에 들어가니 아니나 다를까 실시간 검색어에는 '옥천 지진'이 올라 있었다.
지난 4일 오후 6시 50분께 충북 옥천지역에서 발생한 규모 2.8의 지진이었다. 이 지진으로 대전과 세종, 충청 지역에서도 진도 3의 진동이 감지됐다.
11일 오전 5시, 포항에서 규모 4.6의 지진이 또 다시 발생, 재난문자를 받은 많은 국민들은 자다 말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피해가 컸던 2016년 경주(규모 5.8) 지진과, 지난해 포항(규모 5.5) 지진에서 보듯 이제 대한민국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
대전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지난해 대전에서 2번의 지진이 발생했다.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학교나 청사를 포함한 공공시설 내진 설계율은 55.7%에 불과하다. 790개 공공시설 중 내진 설계된 건물은 440개 뿐이다. 대피소로 많이 쓰이는 곳인 학교건물 내진 설계율은 30%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지진이 날 경우 큰 피해로 이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지난 6일 대만 동부 화롄 일대를 강타한 규모 6.0 지진이 하면서 사상자가 발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대만은 지진이 잦은 나라이기에 건물마다 내진 설계가 잘 되어 있기로 유명하다. 대만 같은 나라도 호텔과 오피스텔 건물이 기울고 붕괴하는 등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하물며 내진율이 50%대에 불과한 대전의 아파트, 공공시설이 6.0에 달하는 지진을 만난다면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대전시를 비롯한 지자체, 공공기관은 앞으로 지어질 건물에 내진율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노후시설 보수할 때도 반드시 내진 설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리 대비해야 언제 덮칠지 모르는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서는 안 된다.
원영미 경제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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