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칠거지악과 삼불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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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칠거지악과 삼불거

김용복/ 극작가

  • 승인 2018-02-11 09:56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부부
게티 이미지 뱅크
만약 제 아내가 조선 시대에 태어났었다면 어찌 됐을까 고민을 해봅니다.

이혼 조건인 칠거지악가운데 그 하나에 해당되기 때문입니다.

칠거지악의 내용을 들어볼까요?

첫째가 시부모를 잘 섬기지 못하는 것입니다.



둘째가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것입니다.

셋째가 간통하는 것입니다.

이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여성 본인이 의도했다면 간통죄가 성립하는데 덤터기를 당하는 강간의 경우에는 어떡하죠?

넷째가 질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문제가 많습니다. 아무리 처첩제를 두어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한 수단이라고는 하지만 질투는 여성에게 주어진 본능인데 이걸 막으려 해서 정한 규율이라면 칠거지 악이라는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

다섯 번째가 악질(惡疾)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악질 모두를 말하고 있는 게 아니라 유전병을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합니다.

여섯째가 구설(口舌) 즉, 수다스러운 것을 말합니다.

당시에는 여자가 말이 많은 걸 천박하다고 해서 이혼의 대상으로 여겼는데 이것도 여성의 본능인 것입니다. 아시죠? 여성 셋이 모이면 '간(姦)'자가 성립 된다는 것을. 물론 말 많은 여성은 지적인 매력이 없어 남성들에게 인기가 없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일곱째가 도절(盜竊) 즉, 도둑질하는 것입니다. 물론 좀도둑이지요.

이건 뭐 범죄니까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여학교에 근무 할 때보니까 이 도둑질도 질병으로 가지고 있는 여학생이 있었습니다. 본인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하는 도둑질, 이건 어쩌죠? 물론 저야 품으로 안아 감싸서 살았을 겁니다. 질병이니까요.

조선시대의 결혼은 사랑이라는 바탕위에서가 아닌 인위적인 면이 강했습니다. 부모의 의도에 따라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어린 나이에 짝을 이루었으니까요.

위 일곱 가지 조건에 맞으면 여성은 이혼을 당해야 합니다. 거기다가 도둑질과 간통은 남성에게는 적용이 안 되고 여성에게만 이혼사유로 적용되었으니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칠거지악은 도덕적 문제로 끝나는 것만이 아니라 남성들에겐 법률적 제제가 가해져 엄하게 이혼을 실행에 옮기도록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은 그렇게 미련하지 않았습니다. 슬기로웠지요. 그래서 억울하게 당하는 여인들의 이혼 사유를 막기 위해 삼불거(三不去)라는 규약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한번 보실까요?

억울한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삼불거.

1. 친정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어 내쳐진 아내가 갈 곳이 없는 경우

2. 남편과 함께 시부모의 삼년상을 치렀을 경우

3. 가난할 때 시집와서 세월이 지나는 동안 시댁이 부유하게 되었을 때

이처럼 의외로 인도적인 면도 있었지요. 위 삼불거에 해당하는 여성이라면 칠거를 범했다 하더라도 함부로 내칠 수 없었습니다. 국가도 사회유지를 위해 최대한 이혼을 금하는 쪽으로 정책을 유지해나갔던 것이지요.

또한 조선초기의 대명률(大明律)에 근거한 형량을 보면

1) 이혼(離婚)할 상황이 아닌데 이혼한 남성의 경우에는 장(杖) 80대의 형(刑)에 처한 다음 죄 2등을 감하고 다시 그 여인과 살게 하며

2) 위 칠거지악을 범(犯)했지만 삼불거(三不去)에 해당하여 아내와 이혼한 경우에는 죄 2등을 감하고 다시 그 여인과 살게 하였으며

3) 위 칠거지악을 범(犯)했는데도 이혼하지 않은 남성의 경우에는 장(杖) 80대의 형에 처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규범이나 법이 엄해도 이혼하고 싶은 사람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여성도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할 수 있었습니다. 남편이 의절을 범했을 때, 남편이 집을 떠나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되었을 때 부인 쪽에서 이혼을 요구할 수 있었지요. 이때 남편의 의절이라 하면 남편이 처가의 어른들을 때리거나, 장모와 간통하거나, 그리고 부인을 때려 뼈가 부러지는 것 이상의 중상을 입혔을 때입니다.

그런데 제 아내 말입니다.

조선시대에 제 아내가 태어났더라면 어찌 되었을까요? 칠거지악 중에 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병에 걸려 고생하고 있는 여인인데 말입니다.

물론 친정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고, 시부모님의 삼 년 상을 저와 함께 치루지도 아니했으며, 가난할 때 시집와서 지금도 가난하다 하더라도 저는 결코 제 아내를 내치지 않았을 겁니다. 왜냐고요? 제 아내를 진정으로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제 아내가 질병을 앓기 전에는 저는 남편으로서 의무감만 가지고 살아 왔습니다. 그러나 제 아내가 질병에 걸리고, 주변 친구들이 짝을 잃고 울부짖는 모습을 보고부터는 제 아내를 위한 눈물을 자주 흘리게 되었습니다. 집안 모든 살림을 맡아 하는 것도 즐거웠고, 아침저녁 약을 챙겨 먹이는 것도 즐거웠으며, 반찬 투정을 부리는 짜증스런 목소리도 행복하게 들렸습니다. 아내가 곁에 있어 외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 아내는 가끔 집을 나가 방황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112에 신고하면 경찰이 위치 추적해 저 있는 곳까지 데려다줍니다. 저를 본 제 아내는 반가움과 안도감에 눈물을 흘립니다. 그런 제 아내를 저도 눈물 흘리며 꼭 안아줍니다.

저는 제 아내의 눈동자 속에 늘 자리 잡고 있어야합니다. 그래야 불안해하지 않고 집을 나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강의 하러 가서는 교실 뒷좌석에 앉혀놓고 시선을 마주하며 강의하고, 모임에 갈 때는 언제나 두 손을 꼭 잡고 함께 다닙니다. 아내 맘을 편하게 해주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조선시대 칠거지악 제도가 지금까지 존속된다 하더라도 저는 제 아내를 내치지 않고 아내의 눈동자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남편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병든 아내를 사랑하며 산다는 것이 우리 가족 모두의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문자를 날렸습니다.

"걱정들 말아라. 엄마는 아버지가 지킨다. 걱정 말고 열심히들 살아라. 장애물이 걸림돌이 되거든 피하려 하지 말고 디딤돌로 만들어가며 살도록 해라."

김용복/ 극작가

김용복-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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