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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코에 스치는 향기나 손에 닿는 촉감을 느끼면서 글을 써 보세요. 눈으로 들어오는 것들을 그림 그리듯이 세세히 묘사하면서 그때 느껴지는 것들을 적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느낌 글쓰기를 하다보면 자기 자신을 자주 들여다보게 되고, 자신의 감정을 글로 옮기는 것에 익숙해지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마음에 응어리진 것들이 있어도 글로 녹여 낼 줄 아는 힘이 생기게 됩니다. 드러내고 글로 표현하고 하다보면, 형체도 없이 있으면서 막연하게 짓누르고만 있었던 감정들이 맥을 풀고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50년 넘게 일기를 써 왔고, 전 세계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글쓰기 책 저자이기도 한 '셰퍼드 코미나스'는 자신의 저서 <치유의 글쓰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글쓰기의 진정한 목표는 자기의 내면과 직접 대면하는 일이다. 거기서부터 자기배려는 시작되며, 이로써 본격적인 치유의 길로 접어든다. … 당신 삶에서 글쓰기가 정말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인정하는 순간, 언제든 당신의 삶에 마법은 통하게 될 것이다. 삶이 주는 기쁨을 느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글 쓰는 것에 기꺼이 시간을 비우게 될 것이다."
① <새우깡 냄새를 맡으니 바다냄새가 난다. 살짝 비릿하고 짠 냄새도 난다. 또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도 나는데 무엇을 넣어서 이런 냄새가 나는지 궁금하다. 계속 냄새를 맡고 있으니 내 옆에 바다가 놀러 온 것 같다.>
- 신다정 (초3), 새우깡 냄새를 맡은 느낌
② <손으로 잡아 보니 배드민턴 라켓을 잡는 느낌이다. 손에 잡히는 느낌은 같았지만 라켓은 딱딱하고 새송이 버섯은 푹신푹신하다. 꾹 누르면 쏙 들어가지만 금방 다시 올라온다. 침대에서 뛰는 것 같다. 처음에 손가락이 들어 갈 때는 힘들었지만 금방 반으로 찢어진다. 점점 더 가늘게 찢었는데 별로 힘을 안주어도 잘 갈라진다. 예전에 식빵을 손으로 뜯어 먹은 생각이 난다. 내 마음대로 쉽게 갈라지니 편안해진다.>
- 최준서 (중2), 새송이 버섯을 만진 느낌
코를 통해 들어온 냄새와 손으로 만진 느낌으로 글쓰기를 해 보았습니다. 이때 냄새나 촉감이 가져다주는 추억이 있거나 자연스레 떠올려지는 일을 회상해서 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렇게 오감을 통해 느껴지는 감정을 글로 써보면 생활 곳곳에 글쓰기의 재료를 찾을 수 있습니다. 내가 느낀 것들을 잘 살펴보기만 해도 좋은 글감이 됩니다.
③ <… 이름이 재미있어서 다시 찾아온 '옴시롱 감시롱' 김밥 집. 어제 보았던 간판이 나를 보고 빙그레 웃는다. 반갑다. 가게를 위에서 내려다보면 3m에서 1.5m 정도 되는 장방형이다. 이렇게 작은 공간이 살림으로 가득 차서 구석구석 빈틈없이 쓰이고 있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안쪽에는 손님들이 음식을 먹을 수 있게 20cm 정도 되는 받침대가 마련되어 있다. 좁아 보이지만 먹는 데는 조금도 불편하지 않다. 가게 안에서 보면 김밥을 싸는 공간이 왼쪽에 있는데, 작업대 위에는 시금치며 당근, 단무지, 계란 같은 김밥 재료들이 빛깔도 곱게 줄을 지어서 나란히 놓여있다. 오뎅, 무, 계란을 삶는 4각 통은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끓고 있고, 그 옆에 놓인 계란빵 찜통에서도 연신 수증기가 올라오며 가게 안을 훈훈하게 감싼다. 냄새가 가히 환상적이다. 여사장은 김밥 작업대 앞에, 남자 사장은 오뎅과 계란빵 찜통 앞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부부의 모습이 보기 좋다. 어제도 같은 위치였는데 아마 각각 맡은 담당이 그러한가보다. 움직일 틈이 없어 보이는데도 자유자재로 몸을 놀리며 작업을 하고 있고, 그 좁은 공간에도 아쉬운 것 없이 있을 건 다 있다. 이게 바로 궁즉통(窮則通)이다. 이렇게 사는 분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람들. 진정 멋진 삶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된다. …>
- 이승남 (대전시민대학 행복한글쓰기 수강생), 김밥에 대한 글 부분
김밥에 대해 쓴 글 중에서 시각적인 묘사가 두드러진 부분입니다. 눈으로 본 것을 훑듯이 써 놓았는데 전체적인 스케치를 하면서 김밥집의 모습을 잘 표현해 놓았습니다. 디테일한 세부적인 표현은 없지만 굵직굵직하게 큰 그림을 그려 놓고 있습니다. 그림 그리듯이 눈으로 보이는 것을 글로 표현해 놓았기에, 그 장소를 모르더라도 어떤 공간일지 상상이 됩니다. 시각적 묘사는 다른 어떤 감각의 글보다 많이 쓰이기에 여러 번 연습을 하면서 관찰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한가지의 감각에 치중해서 글을 써 본 다음에는 여러 가지 감각을 동원해서 글쓰기를 해보세요. 훨씬 더 생생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 할 수 있답니다.
④ <귤을 만져보았다. 겉껍질은 주무를 때 마다 슥 슥 하면서 속에서 껍질과 귤이 떨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린다. 점점 말랑말랑해지며 액체괴물을 만지는 느낌이 들었다. 눌러보니 꼭 물 풍선이 터지기 직전처럼 빵빵했다. 귤을 까보니 처음에는 과자 비닐봉지 뜯는 것처럼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종이를 찢는 것처럼 치이익 하면서 쉽게 까졌다. 껍질을 까는 동안 꽃잎이 조금씩 펴지는 것 같았고, 다 까고 나서 보니 꽃잎이 활짝 펴 있는 모양이었다. 그 속에 귤이 호박처럼 앉아있다. 냄새는 상큼하면서도 풀밭에서 나는 냄새 같다. 드넓은 풀밭이 펼쳐져 있는 상상을 하게 된다. 입에 넣으니 너무 차갑고 이가 시리고 갑자기 추워지고, 한입 깨물어보니 입안에 귤 물이 가득 찬다.>
- 김채영 (초2), 귤을 보면서 글쓰기
⑤ <커피믹스를 옆에 놓고 글을 쓴다. 잔을 마주하고 있으니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수증기가 온 몸으로 따뜻하게 퍼진다. 한껏 숨을 들이 마셔보니 코끝으로 기분 좋은 향이 전해진다. 정확히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왠지 모르게 자꾸 빠져드는 향이다. 시골 출신이어서 그런지 종이 타는 냄새 같기도 하고, 낙엽 태우는 냄새 같기도 한 이 향이 너무 좋다. 빈 밭에 불을 놓아 태우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 향기 때문에 자꾸 커피믹스를 찾으며 즐겨 마시는지도 모르겠다. 한 모금 입에 넣어보니 달달한 맛이 혀끝에 닿는다. 마치 사춘기를 갓 넘긴 소년 소녀가 느끼는 풋풋한 첫사랑의 느낌 같다. 그리고 그 달콤한 맛이 입안에 퍼질 때쯤 쌉싸름한 맛과 고소한 맛이 합쳐진 커피믹스의 독특한 맛이 이어진다. 블랙커피나 내가 타 먹는 커피에서는 맛 볼 수 없는 맛, 커피와 설탕과 크림이 최적의 비율로 어우러져 내는 환상의 맛, 이것이 내가 느끼는 커피믹스의 진정한 맛이다. 커피믹스의 환상적인 조합을 만끽하며 마시고 있자니, 세상사는 일도 이 커피믹스 같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의 조합으로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며 사는 세상. 그런 세상이 된다면 참 좋겠다.>
- 신언필 (대전시민대학 행복한글쓰기 수강생), 커피를 마시면서 글쓰기
전 세계에 글쓰기 붐을 일으켰던 나탈리 골드버그는 글쓰기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그녀의 저서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서 '글을 쓰는 것 자체가 천국'이라고 합니다. 글쓰기를 통해 참된 나 자신을 만날 수 있고, 자신에 대한 믿음과 평화를 키워낼 수 있으니까요. 삶을 유연하게 바라보게 하는 작업이기에, 그냥 쓰는 것만으로도 천국 같은 즐거움을 느낄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글로 표현하는 것이 두렵고 힘든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럴 땐 느낌 글쓰기를 추천합니다. 소소한 일상 속, 감각을 통해 들어온 아주 작은 마음의 음직임부터 글로 옮겨 보세요. 순간의 느낌을 찾고 글로 표현해 보면서 조금씩 글 쓰는 감각을 익힌다면, 그 어떤 글을 쓰게 되더라도 시원스레 풀어 낼 수 있을 테니까요. 지금 이 순간,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을 써 보세요. 천국으로 가는 티켓을 찾을지도 모르니까요.
한소민 프리랜서방송작가, 대전시민대학 글쓰기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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