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지식재산] 중소기업을 위한 지식재산권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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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지식재산] 중소기업을 위한 지식재산권 보호

김태만 특허청 차장

  • 승인 2018-02-07 13:31
  • 신문게재 2018-02-08 22면
  • 강우성 기자강우성 기자
특허청 김태만 차장
김태만 특허청 차장
중소기업 A사의 대표는 원하지 않았지만 본인도 모르게 어느 순간 특허소송의 달인이 되어 있었다. 그가 회사를 시작하며 야심차게 만든 특허 기술은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연탄불에 올려놓아도 터지지 않는 안전장치로 2004년 히트상품에 뽑힐 정도로 호평을 받았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국내 휴대용 가스레인지 1, 2위 제조업체들이 특허기술을 모방하면서 A사는 판매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박 대표는 해당기업들을 상대로 특허무효심판, 특허이의신청, 취소불복심판, 특허침해가처분, 특허침해손해배상, 그리고 항고와 상고 등 14건의 소송을 거쳐 6년 만에 겨우 승소하여 1억 1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받았다.

비록 승소와 함께 특허소송의 달인이 되었지만, 그가 살던 아파트는 경매로 날아갔고 낡은 컴퓨터와 잡다한 비품까지 모두 강제 압류 된 후였다.

비단 A사의 경우뿐만 아니라 특허기술을 침해당한 중소기업이 우월적 지위에 있는 강자를 상대로 법적 분쟁을 거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처참했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 중소기업이 특허침해를 이유로 대기업을 상대로 싸운 소송에서 중소기업의 승소율은 고작 11.1%에 불과하다.

이처럼 중소기업이 지식재산권 분쟁에 휘말릴 경우, 중소기업은 여러모로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이에 특허청은 대기업과 법적 분쟁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해 다양한 지원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우선 중소기업이 장기간에 걸친 분쟁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관련 심판을 우선적으로 신속히 처리하는 제도를 운영 중에 있다. 또한, 경제적인 문제로 변리사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 공익변리사 제도를 통해 심판 사건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소송비용이 없어 지식재산권을 침해당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민사소송비용 지원 제도도 함께 운영 중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는 특허심판원이 국선 대리인을 선임해 중소기업의 심판 사건을 대리하도록 지원하고 심판 수수료도 면제 받을 수 있도록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이 압도적인 대응 역량을 갖춘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거칠 경우 그 어려움은 여전히 크게 느껴진다. 일단 소송의 장기전을 각오해야 하고, 피해사실을 직접 입증해야 하는 등 현재의 법적 제도 하에서는 대기업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특허청은 기업 간 아이디어 및 기술 탈취에 대한 법정 다툼이 벌어지기 전에 조사권 발동 및 시정조치 등 강력한 행정적 절차를 통해 중소기업의 선제적 구제와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특허청 특별사법경찰의 업무범위를 기존 상표권을 넘어 영업비밀과 디자인 침해까지 확대하고, 신고센터를 설치하는 등 적극적인 제도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상품형태모방에 대해서는 지난해 7월부터 제도를 시행하여 실질적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작년 12월 국내의 한 스타트업에서 개발한 분말형 간편식 상품의 디자인을 다른 기업이 모방하여 대형마트에 납품한 사건을 특허청이 조사 후 상품형태를 모방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해당기업과 대형마트에 판매중지 권고 처분을 내려 법적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해결한 것이다.

특허청의 이러한 조사 및 시정조치는 억울하게 아이디어나 기술을 탈취당하고도 막대한 소송비용 때문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약자들에게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주는 받침돌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동시에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이 제값을 받게 함으로써 혁신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이미 관련부처와 국회에서 이러한 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가 진행중이다. 조속한 시행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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