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있는 법인의 진출을 유도하기 위해서지만, 오히려 유통구조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전시는 최근 농수산물시장 운영 법인을 신규로 지정하거나, 유효기간이 만료돼 지정하는 경우 공모 절차로 결정한다는 내용의 ‘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운영 조례안’과 ‘농수산물도매시장 관리·운영 조례 시행규칙 일부 개정 규칙안’을 입법 예고했다.
진입 장벽을 낮춰 신규 법인의 진출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현재는 지정 기간이 만료돼 재지정받으려는 법인은 만료 30일 전까지 재지정 신청만 하면 됐다. 그러나 특정 법인들의 독점을 초래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공모 방식을 도입하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특정 법인이 수십 년 동안 특혜를 받는 구조가 아니라 공영도매시장의 공익적 기능을 강화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반면, 기존 법인들은 경영의 계속성을 침해해 농수산물 유통시장에서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기존 법인들은 농가의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거래를 주관하고 있는데, 거래구조가 바뀌면 오랫동안 유지돼온 유통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모제를 시행하는 곳이 전국에 단 한 곳도 없는 것 역시 이 때문이라고 한다.
대전중앙청과 관계자는 “전국에 공모제를 시행하는 곳은 없다. 서울이 시도했으나 부작용이 많아서 결국 시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매시장 법인은 산지와 생산자, 출하자 모두 신뢰를 기반으로 엮여 있는 유기적인 관계로, 5년 마다 법인이 달라지면 투자하거나 발전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정동과 노은동 농수산물시장 내 현재 법인 일부는 공모제가 시행되면 대전 농산물 시장의 매출은 급락할 수밖에 없어 전국 꼴찌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절차 문제도 제기했다.
기존 법인 보호를 위해 별도의 경과 규정을 두는 게 합리적임에도 이번 조례안에서는 시행 시기를 7월 1일로 못 박아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생산자와 소비자, 도매시장법인, 중도매인 등 도매시장 관계자들과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개정안이 법인의 위탁 수수료를 거래금액의 6.0% 이내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법인들은 도매시장법인의 운영 실태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규정으로, 법인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는 불합리한 규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간 대전시와 갈등을 빚어온 일부 법인을 길들이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대전시 관계자는 “새로운 법인이 진출할 기회를 제공해 법인들이 본연의 기능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특정 법인에 불이익을 주기 위한 조치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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