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 기자 |
얼마전 한 방송에 현직 검사의 검찰 내부 성추행 의혹을 폭로하는 내용의 인터뷰가 20분 가량 진행됐다. 한 국민으로서 범죄를 수사하는 대한민국 사법기관인 검찰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 성추행 소식과 그 내용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서지현 검사의 용기에 한번 놀라고, 또 언론인으로서 성추행 피해 당사자를(그것도 현직 검사를) 피크 시간대 생방송으로 올린 이 방송사의 기획력에 두 번 놀랐다.
인터뷰에서 서지현 검사는 8년전 한 장례식장에서 안 모 검사로부터 장시간 엉덩이와 허리를 강제로 만지는 등의 성추행 사실을 고발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수많은 동료 검사들도 못 본 척, 모르쇠로 일관했다고도 말했다. TV속에서 눈물을 삼키며 말을 잇는 그의 모습에서 억울함과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또 배우 허정도씨는 한 신문에 '대한민국 모든 드라마는 불법이다'라는 상당히 자극적인 제목으로 칼럼을 올렸다. "이런 제목을 쓰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고 시작한 그의 글에는 드라마 촬영현장에서 하루 평균 18시간을 근무하는 살인적인 근무여건을 위법으로 지적했다. 중간착취, 휴일, 해고, 임금가산 등 제구실 못하는 근로기준법으로 인해 불법이 자연스러운 관행이 되어버린 지금의 현실, 그는 법보다 높은 대우를 받고 있는 이 관행이란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해 강하게 묻는다. 어린 아역배우들까지 추위 속에 덜덜 떨며 촬영 대기하는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화가 치민다.
이들은 검찰, 연예계라는 조직 내에서 이미 '불편한' 사람으로 찍혔을 것이다. 가슴으로는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상식 밖이라고 생각하지만, 머리로는 대한민국에서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괘씸죄 또는 외압으로 어떻게 하면 서 검사를 '티 안나게' 좌천시킬까, 또는 허 배우에게 '촬영콜'을 안할까를 고민할 것이다. 두 사람의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용기있는 고백에 사람들이 응원을 보내는 이유다.
왜 요즘 이리도 사회에 대한 고발이나 양심선언이 잦을까? 그 답은 문재인 정부에서 찾는다. 문 정부는 '촛불 혁명'이 탄생시킨 정권이다. 말 그대로 '혁명'이다.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지금의 현실을 바꿔 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닐까?
지금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서 검사에 대한 성형, 여성비하 발언 등 온갖 비방 댓글이 넘친다.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검찰청은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을 구성했다. 조사단장에 충남 예산출신의 '1호 여성 검사장'인 조희진 검사장이 발탁됐다. 이번 사건의 본질인 지난 8년 동안 이 문제가 드러나지 않은 이유와 서 검사에게 불이익이 있었는지 여부와 인사 조치 과정에서 권한 남용이 있었는지를 수사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오전 서 검사가 성추행진상조사단에 출석한 가운데 조희진 조사단장이 '충절의 고장'의 명예를 걸고 투명하고 신속, 정확하게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혀주리라 믿어 본다.
대한민국에 정의가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다.
김흥수 기자 tinet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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