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톡] '사이좋게 지내라' (입대를 앞둔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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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톡] '사이좋게 지내라' (입대를 앞둔 아들에게)

김소영(태민) 수필가

  • 승인 2018-02-0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경례
출처-대한민국 정책정보지 Weekly 공감
요즘 마음이 좋지 못하다. 한파까지 겹쳐 더욱 그렇다. 이는 곧 입대를 앞둔 아들 때문이다.

"우리 아들 군대 보낼 거 생각하면 벌써부터 눈물이 나고 죽을 거 같아"

친구 중 몇몇은 유별난 아들 사랑으로 고등학교 때부터 자식 군대 보낼 생각에 미리 눈물을 글썽거리며 호들갑을 떨었었다. 그때 나는 다른 엄마들과는 다르다며 '난 아무렇지도 않아. 남자들이면 다 가는 건데 유별나기는'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아들이 곧 군대를 가게 되니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자신만만하던 마음은 어디로 갔는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날씨가 영하 18도까지 내려가는 한파에 걱정은 배가 된다. 엄마의 마음은 다 똑같고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친구들이 거의 입대를 했는지 요 며칠 아들에게로 군대에서 편지들이 하나 둘 도착한다. 읽은 편지들이 아들 책상에 놓여 있기에 읽어보니 요즘 애들 아니랄까 봐 대학생이나 된 녀석들이 글씨며 맞춤법이 엉망이다. 하지만 힘든 군대생활에서 친구들에게 하나라도 더 편지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마음이 그대로 느껴지는 절절한 내용을 보니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아! 이 기회에 아들과 편지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에 오히려 기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입대를 앞둔 아들에게 엄마로서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말이 있었다.

'사이좋게 지내라'

예전에 누군가로부터 '인간은 사이를 산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아버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부모와 자식 사이로 지내다가 무수한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관계를 맺으며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우리도 예전에 부모님으로부터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다.

하지만 남과 사이좋게 지내려면 먼저 의존하던 부모에게서 독립하여 홀로서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남들과 관계를 제대로 맺을 수 있을 거 같다.

유대인의 성년식은 다른 민족에 비해 7~8년이 빠르다고 한다. 유대인이 성년식을 빨리 치르는 이유는 일찍부터 독립심을 키우기 위해서라고 한다. 일찍부터 자녀에게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인격체로서의 책임의식을 느끼도록 일찍 성년의식을 치르는 것이다.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등 어른의 행동을 허용한다는 것이 아니라, 유대 율법과 전통에 대한 책임을 지며 유대 공동체 생활의 모든 영역에 참여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남자들에게는 군대란 억지로 끌려가는 곳이 아니라 국방의무를 함으로써 사회인이 되기 전에 부모 그늘에서 벗어나 제대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군대라는 테두리 안에서 사회로 나오기 전 준비과정을 거친다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안 좋던 습관도 고치고 힘들고 어려움도 경험해보며 인내력을 키우고 그 속에서 남을 이해하는 힘과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우고 왔으면 좋겠다.

사실 남자들에게 군대라는 곳은 일생동안 가장 강렬한 기억이 될지도 모르는 중요하고 힘든 경험일 것이다. 그 때문에 남자들은 전역 후 군대 이야기를 하면 밤새 이야기꽃을 피워도 모자랄 정도이니까.

요즘 군대가 예전에 비해 편해졌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누구라도 경험해 보지 않은 남자들에게 군대는 무엇보다도 두렵고 힘든 곳일 것이다.

지금 나의 심정은 당사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낯선 환경에 두렵기도 할 것이다.

"아들아! 낯 선 환경과 낯 선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를 감싸며 네 청춘을 만끽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걸림돌을 디딤돌로 바꾸는 장한 아들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나의 아들이 국가를 위해 국토방위의 의무를 이행하러 가다니 엄마도 기대되고 가슴이 떨린다. 자랑스런 아들, 언제나처럼 너는 잘 해낼거라 믿는다.

김소영(태민) 수필가

김소영 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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