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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제법 많은 눈이 소북히 쌓인 적이 있다. 걱정돼로 살을 에일듯한 추위에 쌓인 눈은 얼어붙어 빙판길을 형성했다. 당시 헬스클럽서 나와 귀가하던 길도 빙판을 이뤘다. 조심조심 걸음을 내딛던 중 다소 경사가 진곳에 연탄재가 뿌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이름모를 마음씨 고운 사람의 선행이어 쓰리라. 집에 도착한 후 어머님에게 연탄재 때문에 귀가길이 안전했다고 말씀드렸더니 연탄에 대한 옛날이야기를 연이어 하신다.
추위가 닥치기 시작하면 연탄을 들이는 것이 집안의 대사였다며 집안 한쪽에 가득쌓인 연탄을 바라보면 추위 걱정이 사라지며 마음이 포근했다며 웃으신다. 이어 가족 모두가 연탄가스에 중독됐던 일을 애기하시며 "모두가 무사했던 것은 천운이었다"고 덧붙였다. 나도 입가를 씨꺼멓게 물들이며 가래떡, 쫀드기를 구어 먹던일이며 달고나를 만든다고 냄비를 태워먹은 일이 생각난다며 이야기에 맞장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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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우리 모자에게 단란한 한때를 제공한 연탄은 1980년대까지 가정 난방용으로 애용되며 김장김치와 함께 겨울나기용 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전반적인 생활수준의 향상과 아파트 주거문화의 대중화에 따라 그 쓰임새가 점점 줄었다. 특히 가정용 난방연료로 도시가스 보급이 일반화되며 일상생활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석탄산업의 몰락으로 지역경제에 직격탄을 맞은 석탄 주산지 강원도 태백지역을 지원하기 위해 국내 유일의 내국인용 카지노가 허용되기도 했다.
이렇듯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던 연탄이 신문지면과 방송용 화면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추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특히 두드러진다. 검디검은 씨꺼만 놈이 사랑과 나눔의 상징으로 변신한 것을 말한다. 사회단체나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펼치는 나눔행사의 대명사로 자리매김 한 것. 아직도 기름이나 도시가스를 사용하지 못하는 빈곤층이나 노년층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연료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불태워 어둠을 밝히는 촛불처럼, 자신의 몸을 태워 추위를 물리치는 연탄처럼 타인의 위해 자신의 이득을 희생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다음의 시 구절로 받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
이건우 기자 kkan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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