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에티켓을 챙겨야 하는 장소는 많이 있지만 그중 대표적인 곳은 역시 클래식 공연장이 아닐까 싶다. 24시간 꺼놓아선 안되는 기자의 휴대전화도 클래식 공연장에선 비행기 모드가 된다.
공연 중에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있다. 사진촬영 및 녹음, 휴대전화 벨소리, 다른 자리로의 이동, 음식물 섭취, 옆 사람과의 대화, 악장과 악장사이의 박수가 그것들이다. 클래식 공연이 대중들의 친근한 문화로 자리매김하면서 눈살 찌푸려지는 비매너 관객들은 보기 힘들어 졌지만 아직도 아쉬운 상황은 발생한다.
지난해 말 사이먼 래틀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 서울 공연때가 대표적 상황이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협연한 라벨의 피아노협주곡 1악장이 끝난 뒤 객석에서 몰래 녹음한 연주가 울려 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부끄러운 상황이 눈 앞에서 펼쳐지면 어떤 기분일까?
지난 14일 대전을 찾은 피아니스트 조성진 독주회가 떠오른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무대였고, '클래식계의 아이돌' 답게 관객들의 호응은 뜨거웠다. 담담하지만 섬세한 타건, 베토벤 소나타 '비창' 1악장을 듣는 순간부터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겨울철 공연에선 불가피한 기침 소리만 간간히 들릴 뿐 청년 조성진이 들려주는 베토벤과 드뷔시, 그리고 쇼팽의 '피아노 詩'에 침 삼키는 것도 잊을 지경이었다. 휘몰아치듯 마지막 악장이 끝나서야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터트렸고 그에 보답하듯 조성진은 4곡의 앙코르 연주를 선사했다.
슈베르트, 쇼팽… 2번째 앙코르 이후 사람들이 중간중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옆 사람들도 수군거리기 시작했는데 그 이유를 몰라 당황스러웠다. 나중에 알고 보니 콘서트가 끝나고 예정된 사인회의 줄을 서기 위해서 였다.
1시간가량 로비를 몇 바퀴 돌 만큼 꼬리를 물었지만 줄을 섰던 모든 사람들이 사인을 받았다. 얼마나 일찍 집으로 돌아갔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마지막 앙코르곡인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를 듣지 못한 것을 후회하길 바란다. 손열음의 라 캄파넬라를 좋아하지만 조성진의 리스트는 특별했다.
앙코르가 시작되자 앞자리 관객이 카메라를 꺼내 들어 예당 직원이 여러차례 제지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뮤지컬이나 일부 공연에선 앙코르때 사진촬영을 허락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클래식 공연에서는 삼가야 한다. 본 연주만큼 앙코르 곡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조성진 대전공연의 경우 예당 유료회원들을 대상으로 예매 첫날 1500석이 매진됐다. 높았던 관심만큼 관객 매너도 조금만 더 높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선을 다해 내면의 예술혼을 풀어내는 연주자들을 배려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최고의 공연을 완성하는 또 다른 주인공은 관객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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