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교수 |
페더러와의 4강전에서는 시퍼렇게 멍이 들고 생살마저 나온 발바닥 통증을 진통제마저도 잡아주지 못함으로 결국 기권해야 했다. 비록 발바닥 부상으로 기권했지만, ‘위대한 패자’(敗者)라 부르는 데 반대할 이들은 없을 것이다.
그는 지난해 ‘넥스트 제너레이션 ATP 파이널’에서 우승하고 올해 메이저대회 호주 오픈에서 4강에 오르면서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머레이의 ‘빅4’를 이을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정현은 남자프로테니스(ATP) 단식 세계 랭킹 29위에 올랐다.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4강까지 진출하며 랭킹포인트 720점을 추가해 대회 개막 전 58위에서 29위로 도약한 것이다. 역대 한국 선수 중 최고 랭킹 기록이다.
세계 테니스도 새롭게 탄생한 아시아 기대주에 흥분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랭킹 20위권에 진출한 아시아 선수는 단 4명뿐이었다. 그만큼 정현에 대한 기대는 남다르다.
정현의 이런 도전과 자신감, 여유와 유머가 넘치는 경기 후 인터뷰 모습 등은 취업난과 불투명한 미래로 힘들어하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큰 감동과 자신감을 갖게 하였다. 정현 선수의 아버지 정석진에 따르면 정현은 어릴 때부터 메이저대회 우승이 꿈이라고 말해왔다고 밝혔다.
큰 꿈을 성취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꿈에 관해 끊임없이 말한다는 것이다. 자동차의 핸들, 배의 키, 비행기 조종간과 같이 인생의 핸들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말하는 대로 돌아, 오른쪽이라고 말하면 오른쪽으로, 왼쪽하면 왼쪽으로, 직진하면 직진한다. 우리가 하는 말대로 우리의 운명(運命)이 결정된다는 것을 우리의 선조들은 경험적으로 깨달아 ‘말이 씨가 된다’고 하였다. 우리가 하는 말과 듣는 말이 씨앗이 되어 그대로 인생의 열매를 맺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 최고 여자골프선수로 등극한 박성현은 중학교 교사로부터 ‘정상에 서려는 사람은 무언가 남달라야 한다’는 말에 감동받고 그때부터 별명을 ‘남달라’로 하고 이메일 주소도 ‘남달라’로 하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주의 중심이 되는 나무라는 의미의 중수(中樹)라는 호(號)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나중에 광대하게 된다는 의미의 후광(後廣)이란 호를, 노태우와 김영삼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 역할을 한 김윤환 전 국회의원은 빈 배를 의미하는 허주(虛舟)라는 호를 가졌는데, 이들 모두 평생 들으면서 살아온 호(號)대로 살았다.
국가도 말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산업화 이전 5000년 역사 내내 배고픔으로 연명했던 근저에는 ‘죽겠다’로 범벅이 된 말이 도사리고 있었다. ‘배고파 죽겠다’, ‘배불러 죽겠다’, ‘좋아 죽겠다’, ‘기분 나빠 죽겠다’ 등 좋든 싫든, 배부르든 배고프든 ‘죽겠다’라고 말하니 그 말대로 되었다.
반만년 가난의 질곡을 깨뜨리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는 초석을 만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운동’은 바로 말의 개혁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국민정신 개혁과 국민의식개혁을 위해 전 국민이 부르는 ‘새마을노래’를 통해 부정적 언어를 긍정적 언어로 변화시켰고 ‘할 수 없다, 죽겠다’를 ‘할 수 있다, 해보자’로 변화시켜 결국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하였다.
우리의 오늘은 어제 우리가 한 말의 열매이고, 또한 오늘 우리가 하고 있는 말을 보면 우리의 내일을 알 수 있다. 인생의 핸들은 우리의 말이다. 꿈은 우리의 말을 통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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