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꿈은 말을 통해 이루어진다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꿈은 말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정호 목원대 교수

  • 승인 2018-01-29 11:21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이정호교수
이정호 교수
세계 58위 정현(22)이 호주 오픈에서 전 세계 1위 조코비치, 세계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 등을 물리치고 4강에 오르면서 한국사회에 ‘정현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이전부터 발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호주 오픈에서는 1회전에서 4강전에 이르는 6경기 내내 발바닥 물집에 칼을 대고, 조코비치와의 16강전부터는 양 발에 진통제를 맞으면서 경기에 임했다.

페더러와의 4강전에서는 시퍼렇게 멍이 들고 생살마저 나온 발바닥 통증을 진통제마저도 잡아주지 못함으로 결국 기권해야 했다. 비록 발바닥 부상으로 기권했지만, ‘위대한 패자’(敗者)라 부르는 데 반대할 이들은 없을 것이다.

그는 지난해 ‘넥스트 제너레이션 ATP 파이널’에서 우승하고 올해 메이저대회 호주 오픈에서 4강에 오르면서 페더러, 나달, 조코비치, 머레이의 ‘빅4’를 이을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정현은 남자프로테니스(ATP) 단식 세계 랭킹 29위에 올랐다.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4강까지 진출하며 랭킹포인트 720점을 추가해 대회 개막 전 58위에서 29위로 도약한 것이다. 역대 한국 선수 중 최고 랭킹 기록이다.



세계 테니스도 새롭게 탄생한 아시아 기대주에 흥분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계랭킹 20위권에 진출한 아시아 선수는 단 4명뿐이었다. 그만큼 정현에 대한 기대는 남다르다.

정현의 이런 도전과 자신감, 여유와 유머가 넘치는 경기 후 인터뷰 모습 등은 취업난과 불투명한 미래로 힘들어하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큰 감동과 자신감을 갖게 하였다. 정현 선수의 아버지 정석진에 따르면 정현은 어릴 때부터 메이저대회 우승이 꿈이라고 말해왔다고 밝혔다.

큰 꿈을 성취한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꿈에 관해 끊임없이 말한다는 것이다. 자동차의 핸들, 배의 키, 비행기 조종간과 같이 인생의 핸들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말하는 대로 돌아, 오른쪽이라고 말하면 오른쪽으로, 왼쪽하면 왼쪽으로, 직진하면 직진한다. 우리가 하는 말대로 우리의 운명(運命)이 결정된다는 것을 우리의 선조들은 경험적으로 깨달아 ‘말이 씨가 된다’고 하였다. 우리가 하는 말과 듣는 말이 씨앗이 되어 그대로 인생의 열매를 맺게 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세계 최고 여자골프선수로 등극한 박성현은 중학교 교사로부터 ‘정상에 서려는 사람은 무언가 남달라야 한다’는 말에 감동받고 그때부터 별명을 ‘남달라’로 하고 이메일 주소도 ‘남달라’로 하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우주의 중심이 되는 나무라는 의미의 중수(中樹)라는 호(號)를,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나중에 광대하게 된다는 의미의 후광(後廣)이란 호를, 노태우와 김영삼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 역할을 한 김윤환 전 국회의원은 빈 배를 의미하는 허주(虛舟)라는 호를 가졌는데, 이들 모두 평생 들으면서 살아온 호(號)대로 살았다.

국가도 말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산업화 이전 5000년 역사 내내 배고픔으로 연명했던 근저에는 ‘죽겠다’로 범벅이 된 말이 도사리고 있었다. ‘배고파 죽겠다’, ‘배불러 죽겠다’, ‘좋아 죽겠다’, ‘기분 나빠 죽겠다’ 등 좋든 싫든, 배부르든 배고프든 ‘죽겠다’라고 말하니 그 말대로 되었다.

반만년 가난의 질곡을 깨뜨리고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는 초석을 만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운동’은 바로 말의 개혁으로 시작되었다. 그는 국민정신 개혁과 국민의식개혁을 위해 전 국민이 부르는 ‘새마을노래’를 통해 부정적 언어를 긍정적 언어로 변화시켰고 ‘할 수 없다, 죽겠다’를 ‘할 수 있다, 해보자’로 변화시켜 결국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게 하였다.

우리의 오늘은 어제 우리가 한 말의 열매이고, 또한 오늘 우리가 하고 있는 말을 보면 우리의 내일을 알 수 있다. 인생의 핸들은 우리의 말이다. 꿈은 우리의 말을 통해 이루어진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4.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5.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1.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2.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5.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