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을 수는 있지만 아마도 그곳을 다시 찾고 싶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를 기억할 때 가장 먼저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듯 도시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바로 건물이다. 도시경관 디자인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이유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란 게 있다.
건물주인이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지나가는 사람들도 돌을 던지게 되고, 그곳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 되기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깨진 유리창처럼 사소한 무질서를 모른 척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집에 사람이 살지 않으면 금방 망가지는 것처럼, 흉물로 변한 건물은 범죄장소로 악용될 수 있고 나아가 도시 전체를 망가뜨리게 된다.
대전지역 곳곳에는 공사중단이나 철거를 하다 말아 흉물로 남아있는 건물들이 산재해 있다.
대흥동 한복판 초대형건물 '메가시티'가 그렇고 갈마동 옛 백년예식장 건물도 마찬가지.
대전역에서 옛 충남도청 방향으로 가다 보면 대흥 사거리 한 블록을 차지하고 있는 메가시티 건물. 이곳은 지하 8층~지상 15층 규모의 초대형 쇼핑몰이 들어설 예정이었지만 십 여년이 넘도록 공사가 중단된 채 남아있다. 원도심 활성화 걸림돌로 작용할 여지가 있을 뿐만 아니라 매일 지나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갈마동 옛 백년예식장 부지도 건물을 철거하다 말아 뼈대만 남은 건물이 폐허를 방불케 하고 있다. 심지어 펜스 곳곳은 뚫려있다. 사람이 드나들게 될 경우 안전사고가 우려될 뿐만 아니라 도시 미관을 심각하게 헤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건물들은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시나 자치구 차원에서 사업재개나 철거를 하기가 불가능하다. 사실상 새 주인이 나타나는 것만이 해결책이다.
적극적인 개입이 어렵다면 지역 이미지, 주민불편 해소를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안전관리와 혐오감을 줄이려는 고민이 필요하다. 펜스를 좀 더 견고히 하도록 소유권자들을 설득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 '깨진 유리창'이 더는 방치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원영미 경제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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