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평전 표지. |
김성우가 보령지역에서 왜구를 격퇴한 역사는 왜구사 연구의 한 장을 장식하며 그가 이곳에 시거(始居)한 것은 보령지방의 사족(士族) 형성과 전개에서 이 지방의 사회적 고찰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역사자료이다.
하지만 그동안 김성우의 토왜행적에 대하여 보령지방 향토사학자 일부가 『고려사』의 왜구기사에 김성우의 행적이 기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사실을 수용하지 않으려 했다. 이에 저자는 20여 년에 걸쳐 현장을 답사하고 문헌을 모으며 역사학계 학자들의 검증을 받아가며 김성우의 행적을 제조명하여 향토사의 심층연구를 통해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여말선초의 역사연구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는 『김성우 평전』을 마침내 출간했다.
이 책은 각종 문헌사료와 금석문의 검토, 김성우의 선계와 생애, 김성우의 보령지방 왜구토벌과 역사적 평가 등 4개의 장과 부록 등 약 5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으로 구성돼있다. 따라서 이번에 출간된 『김성우 평전』은 그동안 제기돼온 김성우 행적의 의문을 하나하나 풀어낸 결정적 연구서로 평가된다.
저자는 프랑스 명문 소르본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은 인문학자로 지난 20여 년간 이 책의 집필에 매달려왔다. 이 책은 그동안 저자가 왜구전공 역사학자, 조선시대사회사전공학자, 금석학자. 고고학자, 민속학자 등 저명한 학자들이 참여하여 2회에 걸쳐 개최된 학술대회를 통해 검증된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하여 집필한 것이기에 학술적 가치가 인정된다.
김성우 가문은 고려 후기 원나라 간섭기의 권문세가로 그의 증조 김주정(金周鼎·1228~1290)을 비롯한 가계가 왜구를 격퇴한 누대의 만호로 활약한 명문가이며, 이들의 행적이 『고려사』 열전에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유독 김성우만이 기록에서 빠져있다. 평자는 김성우의 토왜 기록이 왜 누락되었을까에 대해 많은 의문이 있지만 아마도 전라도 지방에서 개경으로 돌아가는 시기에 중앙의 정치적 상황이 급변한 것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바로 이 시기가 원·명(元·明) 교체기이고 더욱이 김성우의 누이가 원의 황후(소종妃: 기황후 며느리)였다는 사실이 『고려사』에서 확인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성우가 개경으로 상경도중 보령을 지나다가 이러한 정치상황의 급변화로 인해 보령에 잔류하고 있던 왜구를 격퇴하고 최후의 격전지인 의평리에서 승리한 후 그곳에 정착한 것으로 보이고 저자는 이에 대한 소상한 연구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고려 말 조선 초의 지방사 자료는 현전하는 것이 거의 없는 상태이다. 지방사가 기록되기 시작한 것은 임진왜란 이후 유형원(柳馨遠, 1622~1763)과 같은 실학자들이 등장하여 사찬읍지를 만들면서 지방사 편찬이 파급되었고, 보령지방의 지방사 기록도 유형원의 『동국여지지』와 충청도에서 가장 빠른 시기에 편찬된 것으로 보이는 보령읍지인 『신안읍지』에 자세하게 기록된다. 김성우의 행적은 김남호 묘비(1501)와 같이 사료(史料)로 평가되는 희소한 금석문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구비전승 또한 다소의 윤색이 확인되지만 그 원형은 역사적 사실을 증명하는 것들이 보령의 왜구토벌과 연관되는 곳곳에 전해지고 있다. 특히 김성우 당대부터 개경에서 교유했던 이색(李穡, 1329~1396) 등 유명한 사족의 후예들이 혼연(婚緣)을 맺어 보령지방 사족형성에 기반이 되었고 김성우의 보령 전장(田莊)에 처변(妻邊)이나 외변(外邊)으로 하나 둘씩 입향함으로써 현대의 보령 사회문화사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사실은 전적지를 중심으로 분포되어있는 김성우 내·외 후손들의 세거지(世居地)와 이들의 묘산(墓山)을 통해 입증되고 저자는 이를 상세하게 확인해주고 있다.
이 책은 저자 김영모 박사가 영세한 자료를 가지고 오랜 노고 끝에 이루어낸 김성우 연구의 결정체로 지방사 연구의 한 모델이 될 만큼 역작으로 향토사 연구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였다. 이에 평자는 역사학을 평생 전공해온 학자로서 그 공을 인정하며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향후 향토사 연구가 보다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김영모 저, 『김성우(金成雨) 평전』, 궁미디어(충남대출판문화원)(2017, 471쪽)
최근묵(충남대 명예교수·대전시사편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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