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작정 가보자 ? 생각나는 대로 쓰기
글쓰기가 힘든 것은 잘 쓰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처음 한동안은 생각나는 것들을 그냥 써 보는 것이 좋습니다. 맞춤법도, 세련된 문체도, 완벽한 문장도 일단은 다 미루어 놓고, 마음 가는 대로 풀어내 보세요. 그것이 누군가의 입맛에 맞을지, 문법적으로 제대로 된 글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생각이 글로 옮겨지는 그 순간의 기쁨을 만끽하세요.
<눈을 감고 맛보기를 하려고 기다렸다가 지금 과자를 먹었다, 이제 눈을 뜨고 글을 쓰면서 과자를 먹고 있는 중이다. 고소한 맛이 난다. 어디에서 먹은 느낌 같다. 마늘 맛이 나기도 한다. 고소하다. 맛있다. 아주 맛있고 또 아주 바삭바삭하다. 내 입에서 계속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낙엽처럼 바사삭해서 맛있다. 마늘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는데 계속 마늘 맛이 느껴진다. 물이 먹고 싶다> - 장영은 (초2) , 마늘바게트를 먹은 느낌
<입안에 툭 떨어졌는데 차갑다. 입천장과 혀로 꼭 잡어 보니 동글동글 공 모양이다. 방울토마토다. 이로 콱 깨물었더니 터지면서 즙이 팡 하고 나왔다. 잘근잘근 씹었을 때는 알맹이가 쭉 나오면서 부드럽게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목에서 폭죽을 터트리며 파티를 하는 것 같다. 맛있는 즙이 다 빠지고 나니까 방울토마토의 껍질이 살아났다. 껍질을 목으로 넘기니 거칠거칠한 게 느껴진다. 목이 막히는 것 같고 뱉어 버리고 싶어진다.> - 최연서 (초2), 방울토마토를 먹은 느낌
<이 과자는 둥근 항아리처럼 생겼다. 그런데 위와 아래가 터져있어 반지 같기도 하다. 입에 넣어서 앙 하고 씹어 보았더니 아그작 하고 부서진다. 얼음을 먹을 때 들리는 오도독 오도독 하는 소리와 비슷하다. 바삭하게 씹히면서 고소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난다. 먹으면 계속 기분이 좋아진다. 한 개 두 개, 먹으면 먹을수록 맛있어서 '이건 뭐로 만들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맛있다. 색깔은 바닷가에 쌓인 모래 같았다. 과자에 붙어있는 깨는 빛나는 모래 사이에 끼어있는 까만 조개껍질 같다.> 성지민 (초3), 과자를 먹은 느낌
맛보기를 하면서 생각나는 대로 쓴 글입니다. 정리된 문장을 쓰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떠오르는 대로 써보면 이것저것 쓸 것 들이 생깁니다. 처음 글은 맛을 중심으로 썼고, 두 번째 글은 맛과 함께 음식의 변해가는 느낌을 표현해 놓았습니다. 세 번째 글은 눈으로 과자를 관찰 하면서 맛보기를 한 글이네요. 세 글 모두 한 숨에 쓴 글 입니다. 순간순간의 느낌을 그대로 부지런히 옮겨 적었는데, 이렇게 무작정 생각나는 대로 쓰는 것이 글쓰기와 친해지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2. 본능대로 가자 - 내가 제일 쓰고 싶었던 이야기
글은 왜 쓰고 싶어질까요? 글을 쓰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살아가면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맞닥뜨리고 겪게 됩니다.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인생 길. 굽이굽이 험한 길을 걸어오는 동안 차마 못 다한 이야기들, 미처 녹여내지 못했던 회한들이 세월과 함께 마음 깊숙한 곳에 쌓이게 되지요. 그것을 글로 풀고 싶을 때가 있고, 마침내 글로 풀어냈을 때에는 그 어떤 처방보다도 후련하게 마음을 정리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글쓰기의 힘이지요.
<입안에 번져오는 고소함과 달콤한 맛. 초코향이 나는 이 과자를 입에 넣고 먹고 있으려니 당신이 나에게 주었던 사랑이 번져오는 것 같군요. 그리워 보고 싶어 눈물이 나네요. 여보!난 당신을 사랑했나 봐요. 아옹다옹 다투기도 했지만 서로 따뜻이 품어주며 살았던 시간들. 40년이란 긴 세월을 함께 지내오면서 힘든 시간과 어려운 고비 다 이겨내고 이제 오붓하게 사는 일만 남았나보다 했는데 그때 주님은 우리에게 새로운 선물을 주셨지요. 남은 삶을 주님께 기도하는 시간으로 채우라고, 기도하며 살라고 당신에게 질병을 선물로 주신 것 같아요. 당신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면서 많은 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마치 바닷가의 자갈돌이 파도에 쓸리고 부딪혀서 매끈하게 깎이듯이 저도 둥글어지고 부드러워졌어요. 주님께 기도하는 삶을 가르쳐주고 떠난 당신. 그런 당신을 그리면서 오늘도 하루를 보냅니다. 그렇지만 저는 행복합니다. 당신이라는 멋진 사람과 결혼했고, 주님을 만나게 되었으니까요.>
- 전애자 (대전시민대학 행복한글쓰기 수강생), 초코과자를 먹은 느낌
먼저 떠나간 남편을 향한 그리움을 담은 글입니다. 굳이 초코 과자가 아니더라도 맛난 것, 좋은 것, 아름다운 것을 만나면 떠오르는 얼굴이겠지요. 초코과자를 통해 가슴 가득 꽉 차있는 그리움을 풀어 놓게 되었습니다. 꼭 하고 싶은 말, 가슴 깊이 자리한 생각, 어떤 것을 만나게 되더라도 떠오르는 사람. 그런 이야기 거리가 있다면 바로 펜을 잡고 글을 써 보세요.
3. 목적지를 정하고 가자 ?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자
행글라이딩이 수많은 연습을 거쳐서 자유자재로 날 수 있듯이 글을 잘 쓰기 위해서도 부지런히 훈련을 해야 합니다. 짧은 글이라도 꾸준하게 쓰고, 늘 글을 쓰겠다는 생각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것을 쓸까 고민하다보면 쓸 거리가 생기게 되지요. 생각의 바다에 그물을 놓고 하루하루를 지내다보면 이거다 싶은 멋진 글감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조심스레 침으로 녹일수록
녹아드는 것은 먼 겨울의 기억
안방에 둘러앉아
쌀강정을 만드시던 젊은 우리 엄마
쌀 튀밥들은
엄마 등에 업혀있는 우리들 침과 눈물처럼
조청 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엄마의 땀과 눈물 같은 조청을
그대로 가만히 녹여내어 본다.
녹을수록 뭉클하고
담고 있을수록 목 메이게 보고 싶은 우리 엄마
쌀강정을 먹으며
쉽게 부서지고
흔적 없이 사그러지는 쌀 튀밥 같은 추억들 속에서
애타게 녹아있는
조청 같은 엄마의 눈물을 그리워한다>
- 김은옥 (대전시민대학 행복한글쓰기 수강생), 쌀강정을 먹은 느낌
쌀강정을 먹는 그 자리에서 단숨에 써 내려간 시입니다. 늘 글을 쓰려는 생각을 하며 생각의 그물을 던져 놓았기에, 쌀강정을 본 순간 엄마가 떠오르고, 쌀 튀밥들을 어린 자식들에 비유하는 표현을 하게 되었습니다. 쌀강정을 입에 넣고 먹어보고 맛을 느끼고 했지만 이제 맛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이야기의 세계로 가는 통로가 되었습니다. 맛보기를 통해 추억을 만났으까요. 글을 쓰겠다는 생각을 놓치지 않는다면, 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어느 날 문득 멋진 영감이 찾아오는 기쁨을 맞이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때, 생각의 날개를 펴고 유유히 창작의 세계를 날아 보세요. 푸른 하늘 위의 멋진 행글라이딩처럼 말이에요.
한소민 프리랜서방송작가, 대전시민대학 글쓰기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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