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 다르게 보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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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 다르게 보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내가 되자

유낙준 주교(성공회 대전교구장)

  • 승인 2018-01-28 00:18
  • 강우성 기자강우성 기자
유낙준모세주교
유낙준 주교
사람은 처음에는 자신을 쉽게 받아들이고 자신과 같은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을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자신과 같은 사람에게서 먼저 안도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안도감을 가진 후 다음에는 자신과는 다른 사람을 찾습니다. 자기가 보는 것에서 희망을 세울 수 없다는 불안을 느낄 때 세상을 자신과 다르게 보는 사람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과 다르게 삶을 보는 사람과 살다보면 속상한 일도 생기고 다시 이를 마무리 하는 길을 걷게 됩니다. 이를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게 됩니다. 이처럼 자신과 다르게 보는 사람을 통하여 세상에 대하여 고정된 자기만의 이해를 더 확장하게 됩니다. 자신과 다른 사람으로 인하여 스스로 소심한 사람에게서 넓은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과 다르게 보는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 미술시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색종이와 가위를 가져오라는 말에 저는 집에서 사용하는 큰 가위를 가져갔습니다. 다른 친구들의 책상위에는 빨강색 플라스틱 손잡이가 달린 문구점에서 산 가위들이 놓여있었습니다. 그러나 제 책상위에는 그것들과는 전혀 다른 무겁고 손잡이는 헝겊으로 둘둘 말아 손때가 묻은 검은색 가위였습니다. 빨강색의 손잡이와 하얀 가위 날을 가진 가위는 예쁘게 보였고 제 가위는 손때가 묻어있어 창피하였습니다. 그 때 어떤 연유에서인지 선생님이 제 이름을 불러서 일어났는데 금방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아마 선생님에게는 제가 가져온 가위가 다른 아이들것과 달라서 신기했던지 다른 아이들에게 그 다름을 보여주고자 했는데, 나는 그 다름을 부끄럽게만 여겼던 것 같습니다.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은 자신과 같은 것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실은 자신과 다른 것과 만날 때 얻는 힘이 더 큽니다. 자기만의 아집의 틀 안에 갇혀 살 때 겉으로 보기에는 강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내적으로는 강하게 살 힘을 얻지 못합니다. 자신과 다른 곳에서 인간의 희망을 볼 줄 아는 사람들이 옛 성현들이었습니다. 유대교 회당 안에서만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동네마다 돌아다니며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들에게서 희망의 비전을 본 분이 바로 예수라는 분이셨습니다. 왕궁 안에서가 아니라 왕궁 밖의 나무 아래에서 희망을 본 분이 싯타르타 라는 분이셨습니다. 같은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희망을 찾으신 성현들처럼 우리들의 희망은 우리와 다른 사람에게서 옵니다. 자신과 다르다고 하여 분노와 적대로 시작할 때는 함께 망가지지만 그 다름에 대해 연민으로 시작할 때에는 함께 살아가게 됩니다. 남북의 문제와 소수자의 문제에 대해서 연민으로 볼 때 우리는 함께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나와 다른 사람이 나에게 희망을 주는 근거가 되니 참으로 존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연민은 용서를 전제로 합니다. 혼자서는 용서로 가는 길을 모릅니다. 용서는 두 사람 이상에게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자신에 대한 용서를 행하려면 자신의 속내를 누군가에게 쏟아내야 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풀고 나서야 용서가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희망은 자신에 대한 용서를 하고나서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때 오게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용서가 풍부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이가 들수록 용서가 적어 편협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편협해지지 않으려면 용서가 풍부해지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용서는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이루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신의 용서를 받아야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신을 필요로 합니다. 관용의 신께서 우리에게 관용을 베풀어 주셨기에 생명존재가 된 것처럼 우리도 다른 사람을 용서하여 신의 품격을 지닌 고귀한 존재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들 모두가 그러한 삶을 발견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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