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어쩌다 들리는 이야기는 김 장군 본인은 출세하고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자식 농사는 망쳤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 왔다. 그리하여 김 장군과 그 부인은 늘 구릿빛 얼굴로 누렇게 떠 있었고 항상 구름 낀 날씨처럼 그늘진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별 하나인 준장 김 장군은 큰 맘 먹고 담임선생님을 만나 아들 진로 상담을 하기로 하였다. 벼르고 별러 어렵게 만든 자리라서 담임선생님 만나 뵙는 장소는 괜찮은 일식집으로 정했다. 무슨 의도였는지는 모르지만 김 장군은 별 하나가 계급장으로 달려 있는 군복을 입고 예약된 음식점에 나가게 되었다.
그 순간 번쩍이는 준장 별 하나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무차별로 끌어 모으고 있었다. 시선을 끄는 별이어서 그런지 계급장의 별 하나는 더욱 빛나는 것 같았다. 식사가 거의 끝나고 본격적인 담임선생님과의 대담 시간이 되었다.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가 아들놈 하나 있는 것 잘못 가르쳐서 선생님 속만 썩혀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공부보다도 제발 제 아들놈 사람 좀 만들어 주십시오." 하며 장군별이 담임선생님 앞에 정중하게 무릎을 꿇으며 죄인 아닌 죄인으로 하소연하는 것이었다.
문제아 아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장군별을 계급장으로 가진 자기 아버지가 군부대에서는 명령만 내리면 중위 대위 소령 중령 대령의 높은 계급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 아버지 앞에선 벌벌 하기만 하던 상황이었는데 지금 이런 모습을 보다니 어안이 벙벙하였다. 모든 영관 계급장을 단 군인들로부터 인사만 받던 자신의 아버지가 최고인 줄만 알았었는데 담임선생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쩔쩔매는 모습을 하다니 아들의 마음은 편하질 않았다. 순간 문제아 아들은 어쩔 줄을 모르고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자기를 위해서 별 하나인 아버지의 자존심도, 체면도 다 내려놓고 쩔쩔매는 꼴을 지켜보는 아들의 마음은 어찌 할 줄을 모르고 있었다. 순간 아버지 옆에 서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아들놈도 뇌파 속 자동 스위치가 작동했던지 반사적으로 무릎을 꿇었다.
"아버지, 잘못했습니다. 선생님,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아버지, 선생님 속상하지 않게 생활 잘하겠습니다."
순간에 무릎 꿇은 아버지와 아들이 담임선생님께 애원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옆방에 들었던 손님들이 방을 나가다가 열린 방문 공간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고 발걸음을 멈춰 구경하고 있었다. 나도 옆방의 손님으로 있다가 감동적인 그 장면에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저렇게 훌륭한 아버지이니까 순간에 아들 새 사람 만들고 있잖아. 저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어떻게 삐뚤어 질 수가 있겠어!"
한 마디씩 구경 값을 찬사로 지불하고 있었다. 역시 장군 별 아버지는 참된 용기를 가진 훌륭한 아버지였다. 아니, 별 이상으로 빛나는 모든 아버지들의 아버지였다. 아버지 술잔에는 눈물이 절반이라던 이근대 시인의 시구 한 구절이 실감나게 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그 후로 아들은 새로 돋는 새싹이 되어 잘 자라고 있었다. 병충해 걱정 없이 녹색 식물로 탄소동화작용을 잘 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개과천선하여 선생님을 존경하고 신뢰하며 공부 열심히 하는 참된 사람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원래 머리가 총명하고 영특한 학생이었던지라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 날이 갈수록 가속이 붙을 정도 성적의 향상은 빨랐다. 그늘진 부모의 얼굴엔 화기가 돌기 시작했다. 성적만 오르는 게 아니라 아들의 불상사로 호출당하여 어머니의 학교 가는 날도 모두 반납하게 되었다.
장군별이 담임선생님 앞에 무릎을 꿇은 뒤로 문제아 아들은 새 사람이 되었다.
별이 하나인 아버지는 별 둘 셋의 아버지도 못하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내고 말았다. 장군별 하나는 하늘의 밝게 빛나는 그 어떤 별보다도 더욱 밝게 빛나는 지상의 별이었다.
무릎을 꿇은 장군 별로 인해 그 집엔 전에 없던 또 다른 태양 하나가 떠오르게 되었다.
그 집엔 말하는 그 태양이 뜬 뒤로는 여태껏 보지 못하던 웃음이란 밝은 꽃이 사철 피고 있었다. 몸을 낮춘 장군별의 참다운 용기로써 빛을 잃어가던 태양은 살아 숨 쉬는 빛나는 태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장군별도 무릎 꿇다.'
자식을 양육하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 새겨 보아야 할 구절이다.
아니, 이것이 사랑하는 내 아들 딸들을 녹색식물로 키울 수 있는 길이라면 우리 모두의 타산지석의 이야깃거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무릎을 굽힌 장군별은 비록 땅에 있었지만 하늘의 그 어떤 별보다도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빛을 잃어가던 태양은 땅에 떨어진 빛나는 장군별로 인하여 덩달아 밝은 빛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장군별은 땅에 떨어져 빛을 잃을 줄 알았는데 그 별은 하늘에서보다도 더 밝게 빛나고 있었다. 떨어진 장군별로 인해 빛을 잃어가던 태양은 무슨 영문인지 더욱 빛나는 태양으로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나도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의 한 사람으로서 담임선생님 앞에 무릎 꿇었던 김 장군의 참된 용기와 아름다운 모습을 만년 인생길의 이정표로 삼아야겠다.
남상선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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