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달산성 앞으로 흐르는 남한강/사진=조영연 |
성벽은 성재의 정상부에 두께 5~10㎝, 길이 30~70㎝ 가량의 얄팍한 자연 할석을 중심으로 쐐기돌을 사용하면서 비교적 수평쌓기를 유지했다. 대부분의 성벽은 복원됐으나 20012. 9월 현재 북벽에서 동벽으로 회절되는 북동쪽 능선부에 좌우 붕괴된 가운데 높이 3~4m로 길이 약 5, 6미터가 주변의 붕괴석과 함께 아슬아슬하게 독립적으로 원형이 남았다. 그 부분에서 성벽의 원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으며 나머지는 원래를 모방해 놓은데 불과하다. 잔존부의 축성 방식과 석재 처리는 삼년산성 등과 유사하다.
현재는 둘레 638m, 높이 동벽 6, 북남 7~8, 서벽 10, 내벽고 2m 정도에 성벽폭 삼사 미터 가량으로 협축으로 복원된 상태다. 성 내부는 북, 동벽 쪽에서 서남으로 약 30도 가량 비스듬한 동고서저의 경사면을 이용해서 그 주위를 둘렀으며 성 안은 정상인 동, 북문지 근처로부터 서서히 낮아지다가 중간 아래 즉 남, 서문지 근처에 이르면 거의 평탄하다. 내벽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성내는 마치 배의 바닥처럼 움푹 들어가 성에 들어가기 전 문밖에서 느낀 웅장함보다는 시골 마을 같은 아늑함이 느껴진다. 이 부분은 과거 경작지로 활용되다가 정비되었다. 북벽에서 동벽 연결부와 서벽과 남벽 연결부는 약간 길게 밖으로 돌출되고 북문지 좌측과 서문지 좌측 모서리는 치 대신 곡성식으로 처리했다.
사방마다 문지가 있으나 동문지 자리는 붕괴된 석재들 사이에 복원되지 않은 채 남았다. 이 문지는 밖에서 올라오는 능선을 약간 벗어나 우회하도록 조성한 것으로 여겨지는 바 이런 형태는 여러 성들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이다. 곡성 처리된 곳 중 서에서 남으로 회절되는 부분은 밖에서 볼 때 15m 정도 이상으로 높고 우람하며 아래서는 까마득히 올려 보이고 위에서는 굽어보기 아찔할 정도다. 서쪽 곡성부에서 남문지에 이르기까지 안쪽으로 둥그스럼하게 굽은 성벽은 비교적 원(原)형 가까운데 남문지에 이르기 전 약간 안쪽으로 만곡된 성벽 하단부에 사각형 수구가 조성됐고 그를 통해 성내의 물을 흘러내리게 했다.
성안의 평탄지에 건물 등 여러 시설들과 더불어 우물이 있었고 수구 안쪽에 집수지가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북문 안쪽에 투석용으로 보이는 강돌 무더기가 있으며 과거 성내에서 백제, 고구려계 등 삼국시대 토기편들이 나왔다는 점은 삼국 각축장으로 여러 나라들이 관여됐음을 암시한다.
온달산성 전경/사진=조영연 |
평소에는 더없이 맑았을 터이지만 필자가 방문한 계절은 한여름 큰비 끝이라서 시뻘건 강물이 성 밑을 도도히 흐르고 있어 함성과 함께 핏발에 뒤섞인 수십 길 절벽 위에서의 치열한 산성전을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잡초 무성한 성안에는 마타리, 산부추, 강아지풀을 위시하여 온갖 잡초들만 역사를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히 바람결에 출렁인다. 북벽에 우뚝 선 몇 그루 소나무들만 말없이 내려다본다.
푸른 소나무 사이로 흘러가는 강줄기와 멀리 영월, 제천 방면 산 너머로 사라지는 길들이 영춘나루 건너편으로 이스라하다. 서벽 아래 관광단지의 화려한 옛 궁궐 모습이 고즈넉한 산성과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 안에 들어가면 공주를 만날 수 있을까?
조영연 / '시간따라 길따라 다시 밟는 산성과 백제 뒷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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