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월평동 패션월드 전경 |
상인들 스스로가 나선 만큼, 이 일대의 규제가 완화돼 주상복합 등 다른 용도로 활용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패션월드 일부 대표위원들에 따르면, 최근 대표위원회는 패션월드 전체를 한꺼번에 매각하기로 하고 매각대금 ‘400억원’으로 부동산 시장에 내놨다.
월평동 1491번지 일원인 패션월드는 2004년 개장 후 중저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대전의 패션·쇼핑업계를 대표했다.
하지만, 곳곳에 복합쇼핑몰을 비롯한 대규모 상권들이 생겨나면서 경쟁에서 밀렸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버티지 못한 문을 닫는 매장들이 속출했고 급기야 ‘패션월드’라는 브랜드까지 위협받게 됐다.
현재 181개 매장 중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순수매장은 25%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빈 공간이거나, 일반 사무실로 쓰고 있을 정도다. 매물이 속출하고 있지만, 거래되는 건 거의 없다는 게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오죽하면 통째 매각까지 들고 나왔겠느냐. 하루빨리 주인이 나타나 새로운 사업이라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상인들이 직접 나서면서 지난해 제동이 걸렸던 특별계획구역 논의에도 다시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둔산지구 ‘AC4 구역’인 이곳은 건폐율 60% 이하, 용적률 400% 이하의 준주거 용지로, 규정상 층고 제한이 있어 6층 이상의 건물을 지을 수 없다. 대전시와 서구가 이곳을 허용용도 변경 없이 최고 층수 제한이 없는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전시와 서구는 침체된 준주거지역과 주변 지역 상권 활성화, 둔산지구 진입부의 이미지 창출을 위한 랜드마크 조성, 특화된 디자인 도입을 통한 상징적·중심적 역할 등을 이유로 특별계획구역 지정 절차에 착수했었다.
서구 관계자는 “상권 위축과 슬럼화 문제가 겹치면서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전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제동을 걸었다.
주민이나 상인들이 직접 요청한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시와 서구가 나서서 추진할 경우 자칫 특혜시비가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특별계획구역 지정에 대한) 필요성은 있지만, 지침상 사업 시행을 위해선 해당 관계자들이 직접 제안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패션월드 대표위원회 관계자는 “여러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이곳을 다시 살릴 방법이 없다”며 “슬럼가로 전락한 인근 주택가 활성화까지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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