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롬의 세상만사] 그 요리,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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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롬의 세상만사] 그 요리, 최선입니까

  • 승인 2018-01-22 15:01
  • 신문게재 2018-01-23 21면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9.중도일보-박새롬기자
마트에서 저녁에 구워먹을 고기를 고른다. 선반 위에 놓인 팩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유통기한을 살피고 도축일자를 확인해본다. 어제 도축했으면 신선한 고기겠구나, 안심하고 장바구니에 담는다.

인간은 죽은 지 오래되지 않은 음식재료를 찾는다. 이왕이면 요리하기 직전, 입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살아있던 시간과 멀지 않은 재료를 원하는 건 신선한 음식을 먹겠다는 맛에 대한 욕심이자 오래된 식재료를 통해 감염될지 모르는 질병에 대한 공포다.

음식 재료가 신선해지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본다. 육류는 대부분 숨이 완전히 끊어진 뒤 도축돼 냉장이나 냉동된 상태로 유통된다. 그러나 어류는 살아있는 채로 수족관에 갇혀 있다가 꺼내지고 냉동 해장인 경우 가격이 떨어진다. 인간은 최대한 신선한 상태의 어류를 먹기 위해 산채로 생선의 회를 뜨고, 끓는 물에 살아있는 문어를 집어넣는다. 그렇게 먹어야 '좋은 음식 제대로 먹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우리는 살아있는 채로 어류를 요리하는 일에 대해 '생선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고 쉽게 합리화한다. 어류에게는 입과 머리 등에 통각 수용체가 있지만 포유류 같은 뇌가 없어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일부 학자들의 주장이 소리 지르지도 눈물 흘리지도 못하는 어류의 특성과 맞물려 정설처럼 받아들여져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학계에서 물고기가 대뇌의 신피질은 없어도 뇌의 다른 부위를 통해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 여러 실험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입에 벌 독이나 식초를 주입받은 송어는 이물질이 어항에 투입됐을 때 고통 때문에 제대로 피하지 못하다가 모르핀 주사를 맞자 통증을 잊고 활동했으며, 제브러피쉬는 좁은 그물에 갇히자 '화가 나' 체온이 2~4도 상승했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포유류에서 나타나는 체온 상승 반응이 어류에게도 나타난 것이다.

갑각류도 마찬가지다. 최근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스위스 정부는 오는 3월부터 식당 등에서 바다가재를 산채로 끓는 물에 넣는 것을 금지하기로 했다. 모든 음식점은 바다가재를 끓는 물에 넣기 전에 먼저 기절시켜야 하며, 기절키는 방법도 전기 충격으로 뇌를 손상시키는 방법만 허용된다. 이는 갑각류가 정교한 신경계를 갖고 있어서, 산 채로 삶으면 상당한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동물권리 옹호론자와 과학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같은 이유로 살아있는 갑각류는 얼음물에 담아 운송해선 안 된다. 뉴질랜드에서도 살아있는 갑각류를 칼로 찔러 죽이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음식의 재료로 쓰일 어류라고 한들 살아있는 생명을 괴롭힐 권리는 인간에게 없다. 소리 내지 못해서, 눈물이 흐르지 않아서 고통스럽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무시해 왔던 식생활을 반성해야 할 때다. 다른 생명체의 고통을 무감각하게 느낀다면 다른 인간의 고통에도 쉽게 무감각해질 것이다.

바다가재를 완전히 기절시킨 뒤 요리하라고 지정한 스위스는 비영리 국제 동물보호 기구 '세계동물보호협회'(WAP)의 동물보호지수에서 최고 등급인 A를 받았다. 현재 한국은 이 지수에서 D등급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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