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글 라이팅? 행복한 글쓰기] 1. 맛보기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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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글 라이팅? 행복한 글쓰기] 1. 맛보기 글쓰기

한소민 프리랜서방송작가, 시민대학 글쓰기강사

  • 승인 2018-01-21 14:12
  • 수정 2018-01-22 16:14
  • 한소민 프리랜서방송작가한소민 프리랜서방송작가
게티560
글을 쓴다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어렵기 만한 이 작업은 학창시절 마지못해 썼던 글짓기 숙제부터 상급학교 입학이나 취업에 필요한 자기소개서까지, 인생 길 곳곳에 복병처럼 숨어 있다가 나타나곤 합니다. 알고 보면 하루에 한 번쯤은 하게 되는 문자나 sns에 올리는 글까지 글쓰기의 연속이니 쓰기와 친해지지 않으면 생활이 불편해 질 정도입니다.

그냥 말하는 것을 옮기는 것이 글이라고는 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습니다.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고, 다른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마주치게 될 때도 많으니 미리 미리 안면을 트고 친해지는 것이 상책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글쓰기와 친해 질 수 있을까요? 저마다 비결이 따로 있겠지만 저는 자신이 가장 잘 쓸 수 있는 것, 잘 아는 것부터 써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글이지요.

내가 겪고 느낀 것들, 순간순간 만나는 감정과 생각들을 꺼내서 차근차근 글로 바꿔 보세요. 짧은 글부터 시작해서 점점 길이를 늘여가면서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면 어떤 글감을 만나도 잘 요리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지금 현재 내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현재에 깨어 있는 것이 글쓰기와 친해질 수 있는 기본자세입니다.

내가 겪고 느낀 것들을 잘 표현하려면 어떤 훈련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찾는 방법으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맛보고 느낌쓰기입니다. 내 마음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 할 수 있는지 방법을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처음 글쓰기를 시작할 때 맛보고 쓰는 훈련을 합니다. 늘 무언가를 먹고 마시고 즐기고 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먹은 것의 진정한 맛을 모르고 씹어 삼키기에 급급한 경우가 많지요. 천천히 그 음식의 고유한 맛을 음미하면서 그때 그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 순간의 생각들을 찾아서 써 본다면 어렵지 않게 느낌찾기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성인에게도 가장 인기 있는 글쓰기 소재는 맛보기입니다. 눈을 꼭 감고 입을 열고 있으면 조용히 다가가 살짝 음식을 넣어 주는데, 아무 정보 없이 음식을 대하기 때문에 그 맛을 좀 더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어떤 음식이 떨어질지 모르고 언제 내 차례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음식의 맛을 더욱 새롭게 느낄 수 있습니다. 예전 학교에서 예방 주사를 맞으려고 기다리던 때의 초조와 긴장까지 느끼면서 말이지요.

혼자서 연습을 할 때는 '이건 처음 보는 음식인데 어떤 맛일까?' 하고 생각하며 살짝 눈을 감고 먹어 보세요. 그럼 신기하게도 늘 알고 있던 식상한 맛 속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맛을 느끼게 됩니다. 또, 이런저런 많은 생각들도 하게 되지요. 눈으로 보면 '음 이건 이런 맛이야' 하는 고정관념을 갖게 됩니다. 눈을 감고, 내가 경험한 맛들을 다 비우고, 처음 만난 것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음식을 마주해 보세요. 그럼 훨씬 더 풍부하고 새로운 느낌들이 찾아옵니다.

< 부드러운 이불 같다.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지고 완전 많이 무한개를 먹고 싶어진다. 너무나 부드러워서 내 입에 바람이 가득 차 있는 느낌이다. 먹으니 나도 부드러워지고 기분 좋아지는 느낌인데, 특히 엄마가 화가 났을 때 화를 멈추는 비장의 무기가 돨 것 같다. 그런 상상을 하니 좀 웃기다. 치과에 가면 너무 무서운데 그때 먹었으면 좋겠다. 푹신푹신한 베개 같기도 하다.> - 한혜주 (초3), 카스테라를 먹은 느낌

< 목으로 넘길 때는 맛없지만 혀로는 맛있고 내 입맛에 맞다. 바삭바삭한 것을 먹으니 갑자기 할머니 생각이 난다. 입 안으로 들어올 때 할머니가 내 입 안으로 들어가서 씨리얼을 뿌려주는 느낌이고, 쿠키 같기도 하다. 씹으면서 짠 느낌도 났다. 바삭바삭 소리나게 씹히면서 타닥타닥 넘어가고 벌레들이 우르르 내 목으로 넘어가고 ……. 너무 많은 생각들이 나고 내 머리 속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바람에 날아가는 느낌도 난다. 다 씹으니 입이 빡빡해지고 100000000개가 먹고 싶고 싶다. 이렇게 많은 생각이 난 것을 한 번에 다 썼다.) -이차은 (초2), 씨리얼을 먹은 느낌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던 선입견들을 버리고 온전히 그 순간의 것들을 만나야 합니다. 음식을 먹을 때도 사람을 대할 때도 그러해야겠지요. 누군가를 만날 때 우리는 이전에 만났던 경험으로 그 사람을 대합니다. 처음 만났을 때 안 좋았던 기억을 갖게 됐다면 그 이후에도 내가 만든 고정관념을 가지고 만나게 됩니다. 실은 그 선입견이 잘못된 것이라 해도 그 틀 속에서 사람을 만나고 세상을 대합니다. 글을 잘 쓰려면 내가 가지고 있는 많은 틀을 버려야 합니다. 그래야 세상이 새롭게 다가오고 새로운 것에서 살아있는 느낌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지요. 처음 만나는 것처럼 새롭게 세상을 만나면서 그 느낌을 글로 써 보세요.

커피
< 선생님께서 컵에 커피를 따라주시며 마시면서 느껴지는 모든 것을 써보라 하신다. 참 놀라웠다. 이렇게 오롯이 커피로 대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늘 혼자만의 생각 속에, 누군가와의 대화 중에, 책을 보거나 인터넷에 빠져 있는 동안에 그렇게 아무 느낌 없이 커피를 마셨을 뿐이었는데 커피가 주는 느낌만으로 대하니 참 새롭다. 종이 잔의 다갈 빛 나무숲이 보인다. 엔틱가구 같은 고전적인 느낌의 커피 향. 손가락 사이사이 따스한 온화함과 마음속 깊은 곳까지 안개처럼 평온함이 번지는 느낌이다. 커피를 마셔본다. 새로운 마음으로 대해진다. 입술 사이 머금고 가만히 있었다. 문득 시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가까이 봐야 이쁘다' 커피도 그렇다. 가까이 봐야겠다. 나도 너도 있는 그대로의 예쁜 모습을……. 모든 일상 일상들이 새롭다. 전에는 성급히 빨리 읽으려 넘긴 문장들이 지금은 한 올 한 올, 씨줄 날줄, 맥락과 행간을 조심조심 더듬으며 읽게 된다. 커피 한 잔의 글쓰기가 준 깨달음이 참 새롭다. > - 황소영 (대전시민대학 행복한 글쓰기 수강생), 커피를 마신 느낌.

지금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준비 해 보세요. 그리고 이 순간, 내 손에 잡히는 잔의 느낌, 하얗게 피어오르다가 공기 중으로 사라지고 마는 연기, 입술을 적시며 입 안 가득 담기는 뜨거운 향을 느끼며 그것을 조금씩 글로 옮겨 적어 보세요. 한 잔의 커피를 내 마음 다해 정성껏 만나 보세요. 그럼 그동안 찾지 못했던, 알 수 없었던 새로운 느낌들을 만날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럼 그때 그 순간을 글로 잡아 보세요!

한소민 프리랜서방송작가, 대전시민대학 글쓰기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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