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ater 본사 내 공터에서 모아둔 파기 기록물. 사진=이성희 차장 |
물론, 단순한 실수라면 주의 수준에서 마무리될 수 있다.
하지만, 조직적으로 이뤄진 고의적인 파기라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 혐의와 연관될 수 있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기록원과 국토교통부의 현장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가기록원과 국토부는 지난 19일 대전 대덕구 K-water 본사에서 폐기를 위해 파쇄업체에 보냈던 4t 분량의 문서를 대상으로 기록물 실태에 대한 현장조사를 벌였다.
문서의 상당 부분은 수도요금체계와 부채상환 계획, 청렴도 평가자료, 4대강 관련 대통령 업무보고 등에 관한 자료다. 국가기록원은 1차로 확보한 문서를 K-water 문서 기록실로 옮겨 전자문서와 원본 대조작업을 벌였다.
기록물 실태를 점검하는 현장조사반. 사진=이성희 차장 |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사본을 만들지 않고 고의로 원본을 파기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며 "위법사실이 발견되면 국토부와 협의해 법적인 절차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K-water는 입장을 내고, "자성의 계기로 삼아 기록물 관리에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K-water는 "파기대상 자료는 사무실 이동과 집기교체 과정에서 그동안 각 부서 담당자가 보관하던 자료와 참고하기 위해 출력해 놓은 사본 자료"라며 "주요문서에 대한 계획적이고 조직적인 파기 등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97년 이후 모든 문서를 전자문서시스템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좀 더 세심하고 철저하게 관리하겠다"며 "이번 감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개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학수 K-water 사장은 "4대강 사업 관련 여부를 떠나 모든 기록물관리시스템을 재점검하고,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기록물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기록물 실태를 점검하는 국가기록원과 국토부 관계자들. 사진=이성희 차장 |
김 씨는 재향군인회 종이파쇄업체로부터 일을 받고 K-water 본사에 들어갔고, 이후 파쇄소에서 포대를 뜯어 분류하고 파쇄 작업을 하던 중 4대강 관련 자료들을 발견해 대전시당과 박범계 의원 측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박범계 의원은 김 씨의 제보 내용과 촬영한 사진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올려, "수자원공사에서 총 3.8톤 규모의 4대강 사업 관련 문서들이 파기되고 있다고 한다"며 "사안이 심각해 보여 공지하고 수자원 공사의 반론이 있다면 충분히 듣겠다"고 한 바 있다.
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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