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도는 꼭 무엇인가를 바라고 그것이 꼭 이루어지기를 원하기 때문에 기도하는 것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됩니다. 만약 우리가 기도를 통해서 기도하는 것을 모두 이룰 수 있다면, 우리는 자신의 노력보다는 기도에만 매달리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기도는 우리가 아무리 간절하게 무엇인가를 원한다고 해도 우리의 노력이나 정성이 없이는 우리가 기도한 것처럼 모든 것을 다 이루게 해 줄 수는 없습니다.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흔히 기도하는 것은 마치 종교적인 신념이 있는 어찌 보면 '영적인 것'의 영역에 속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기도를 하는 것이 종교적인 영역에만 머무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종교를 믿는 사람은 물론이지만 혹시 종교가 없는 분들도 무엇인가를 바라고 원하는 것들을 때때로 기도라는 행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바라게 되고 원한다면 그것도 역시 기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인가에 놀라거나 당혹스러운 상황을 겪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말 역시 어찌보면 기도가 아닐까하는 억측도 해 봅니다.
지난 주 내가 다니는 성당 신부님께서 강론시간에 기도에 대해서 많은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어쩌면 완벽하지 못하고 그렇기 때문에 기도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기도는 무엇인가를 바라고 원하는 것만이 아니라 기도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적어도 내게 기도는 그렇습니다. 내가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도록 기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못했을 때 절망이나 낙담하기 보다는 그것이 그 분의 뜻이라 생각하고 오히려 그 책임을 그 분께 돌릴 수 있으니 말입니다. 이것은 그렇기 때문에 비록 원하고 바라는 것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기도를 통해 그 분에게 감사할 수 있고 또한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도에 대한 나의 생각이 내가 믿고 있는 천주교의 교리에 부합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기도를 통해 나를 돌아보고 혹시 부족한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모두 나의 책임만이 아니라 내가 믿고 있는 하느님의 뜻이라 생각하면 그래도 마음이 편해질 수 있으니 어쩌면 다행이다 싶기도 합니다. 그리고 비록 원하고 바라는 것을 이루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신은 나를 버리지 않았으며 또한 다음에 또 다른 기회를 주실 것이라 믿을 수 있기 때문에 기도를 통해 어느 정도의 책임 회피를 할 수 있으니 정말 다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불안하고 또 어떤 일을 앞두고 초조해 질 때도 기도를 통해 어느 정도의 안정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간절히 원하고 바라던 일을 최선을 다해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솔직히 하느님께 섭섭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최선을 다해 노력했고 또 이루어지게 해 주심을 간절히 기도했음에도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때 원하던 것이 이루어졌다면 또 다른 문제와 고통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 때 그것을 이루어지지 않게 해 주심에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마치 모든 것이 '신의 뜻'인 것처럼 말입니다.
인간이 불완전하고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정말 많은 시행착오를 하게 됩니다. 인간의 생각으로 아무리 완벽하고 치밀한 것이라고 해도 그것은 단순히 극히 개인적인 판단이고 부분적인 것에 불과하고 전체적인 의미에서는 불완전하고 조악한 것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인간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바로 불완전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기도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인간이 완벽하고 싶다고 해서 완벽하게 될 수도 없고 또 완벽할 수도 없습니다. 항상 우리에게는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그 부족한 것을 기도가 채워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을 생각해 보면 부족하고 미흡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 당시에는 완벽을 추구하며 빈틈이 없도록 노력했다고 생각하는 것조차도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아쉬움이 많습니다.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간절히 기도했다고 하는 것도 이룰 수 없었음에는 이유와 원인이 항상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대부분 개인적인 영역의 것에 속하는 것으로 결국에는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는가 하는 반성도 하게 됩니다. 물론 나만을 위한 개인적인 것을 기도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지만, 기도는 '나만을 위한 것'에 머무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나만을 위한 기도보다는 남을 위한 기도가 더 효과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를 통해 나를 위한 기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무엇인가 원하는 기도도 그렇고 잘못된 것을 반성하는 기도도 그렇고 어찌되었던 기도는 마음을 평온하게 해 주는 것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비록 불안하고 초조하더라도 기도를 통해 기도를 들어주실 것이라는 희망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어떤 형태의 기도가 되었건 기도는 말 그대로 기도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서 기도를 통해 나름의 정리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기도하는 것이 인간의 특권이고 동시에 행복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나만을 위한 기도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 기도가 필요한 것에 기도하는 마음을 갖는 것, 그리고 그것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하는 진정한 기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이 바로 가장 인간적인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이번 주말 기도가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기도는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남을 통해 나를 실현할 수 있는 기도가 무엇인지 말입니다.
모든 분들이 행복한 주말되시기를 기도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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