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평창, 평양 그리고 차가운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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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평창, 평양 그리고 차가운 평화

서준원 정치학 박사

  • 승인 2018-01-13 22:49
  • 수정 2019-04-29 09:01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서준원사진(2)
서준원 박사

평창! 평창 동계올림픽은 온 국민이 합심하여 삼세번의 도전 끝에 얻어낸 천신만고의 결실이다. 눈물겨운 노력과 엄청난 투자로 차려진 잔치다. 88서울올림픽 때도 온 국민이 함께 고생했다. 이런 잔칫상이 펼쳐질 때마다 북한은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유치 전부터 전시상태라고 88올림픽 서울 유치반대, 이런 생떼가 안 통하자 종목을 분산 개최하고 ‘서울·평양 올림픽’이라는 공동개최 명칭을 요구했다. 이렇듯 숟가락만 들고 남의 잔칫상을 노린다.

결과는 어떤가. 북한은 끝내 불참했다. 이랬던 북한이 이번엔 평창에 온단다. 선수단 20여명에 500여명의 고위급 대표단, 응원단, 예술단 등을 보낸단다. 스포츠행사에 선수는 몇 명 안 보이고 온통 감성팔이용 인원만 동원한다. 이런 교류는 올림픽 이후 평시에 하는 게 서로에게 부담이 없다. 이들은 북한의 선전-선동을 위한 매혹적인 도구일 뿐이다. 다 차려놓은 남의 잔칫상에 주인행세 하는듯한 생색내기가 참 불편하다. 이런 정황을 우리 국민이 모르겠는가. 벌써 네티즌들의 불만과 평창 체류비용조차 지원하지 말라는 볼멘소리가 드높다

평양! 평양은 꽁꽁 얼어있다. 마땅히 기댈 곳도 없고 주변국과도 사이가 틀어졌다. 오로지 핵을 가지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린 결과다. 이런 전후 사정을 잘 알면서도 김정은의 신년사에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화답했다. 숙고의 시간을 더 가져보겠다는 호흡조절도 없었다. 뭐가 그리 급한지, 그러니 지금도 허둥지둥하고 있다. 우리는 늘 그래 왔다. 왠지 당당하지 못하고 항상 북의 요구에 이끌려가는 협상. 스포츠도 국력이고, 협상력도 국력이다. 줄 것은 다 내주면서도 끝이 좋지 않다. 늘 회담을 깨는 쪽은 북한이다. 그러니 남북협상은 백전백패다.

회담장에서 보여준 북한의 허세와 으름장을 내세운 선전-선동의 협상기술은 여전했다. 미국 본토 겨냥 운운하면서 북핵의 위세를 자랑하고, 촛불시위를 의식한 듯 ‘민심과 대세 및 천심’까지 거론했다. 우리 민족끼리 잘 해보자면서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감성팔이도 변함이 없다. 그러면서도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적 사안엔 발을 빼고 있다. 미국은 남북한이 잘 해보라는 외교적 멘트만 내놓고 있다. 이래저래 평창올림픽 이후가 더 걱정이다.



차가운 평화! 남북 간의 냉전(cold war)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미국의 유례없는 압박은 전쟁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냉전 하에서 유지되는 평화는 차갑고 싸늘한 냉(冷)평화(cold-peace)다. 냉평화의 제거는 북핵 제거가 전제되어야 한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선 힘이 절실하다.

평양에서 평창 오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주변 상황과 여건이 녹록지 않기에 북한은 여차하면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 있다. 늘 그래 왔고, 우리는 늘 당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압박에 어쩔 수 없이 북한이 대화에 임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북한은 미국과의 담판만을 생각하기에 우리와 마주하는 기회가 곧 향후 북미협상의 시금석으로 작동할 것이다.

북한은 핵을 가졌지만, 국내외적으로 최악의 상황이다. 경제적 어려움은 물론 국제사회의 제제를 통한 옥죄기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외화벌이도 입구부터 막혀가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이 아쉬울 때만 협상을 제안해 왔고, 우리로부터 얻어가고자 할 때만 유화적인 제스처를 내보였다. 우리 정부는 그간에 축적된 대북협상의 노하우를 유감없이 발휘할 때가 되었다. 설령 회담이 결렬되더라도 ‘긴 호흡’으로 임하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요구된다.

물리적으로 남북 단일팀 구성은 늦었다고 판단된다. 개최국으로서 국호와 국기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회담을 접어야 한다. 북핵의 위력에 무릎 꿇은 장면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한반도기가 통했던 이전 올림픽 공동참여와 성격이 다르다. 대한민국은 엄연한 개최국이다. 개최국의 위상 제고와 상업적 홍보 효과 등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로서는 두려울 것도 없고 아쉬울 게 없다는 배짱이 필요하다. 신의 한 수가 필요할 때가 아니다. 이번 회담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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