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홉살 인생' 중에서 |
영화 '아홉 살 인생'에서 여민이 맞는 장면은 잔인하기까지 하다. 여민이가 선생님께 맞을 때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보니 나도 선생님께 맞은 기억이 한 번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길가에 코스모스를 심은 적이 있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당시 학생들을 동원하여 코스모스 모종을 신작로에 심었다. 심기는 어려워도 가을이면 꽃길이 참 아름다웠다. 코스모스 모종을 하던 날 여자 아이 몇 명이 밖으로 나가지 않았고 책상 걸상을 다 밀어놓고 대 청소를 했다. 아이들이 코스모스를 심으러 오지 않은 것을 늦게 안 선생님은 머리끝까지 화가 나셨다. 안 나온 사람 앞으로 나오라고 큰 소리를 쳤고 5,6명의 아이들을 앞으로 불렀고 회초리를 든 선생님께서는 안 나간 이유를 말하라고 하셨다. 선생님 옆에 있던 첫 번째 아이가 청소를 했다고 했다. 그 친구는 맞지 않았다. 그 다음 아이, 그 다음 아이도 청소를 했다고 해서 무사히 넘어갔다. 다음은 내 차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는 누구보다 청소를 제일 열심히 했다. 햇빛 알레르기가 있었던 나는 뙤약볕에서 장시간 코스모스를 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가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청소를 했다는 이유를 대는 것이 양심에 걸렸던 것이다. '청소했다고 해.' '아니잖아.' '그럼 매를 맞잖아.' 자아와 초자아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에 회초리는 내 종아리를 벌겋게 물들이고 있었다. 다행이 그 때는 내 잘못으로 인정했고 선생님께 원망하는 마음은 없었기에 상처로 남지 않았다.
상처로 남는 다는 것과 남지 않는다는 것은 다르다. 상처로 남지 않는 일들은 교요하게 흘러가지만 상처는 가끔씩 튀어나와 마음속을 뒤집어 놓는다. 한 번 뒤집힌 마음은 또 다른 상처로 찢어지고 곪아터지고 피가 나기도 한다. 특히 어린 시절의 상처는 심리 상담을 받아 치유하고 가면 좋다. 상담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 중에는 어린 시절 부모에게 또는 양육자에게 스승에게 마음에 매를 맞고, 몸에 매를 맞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 상처를 끌어안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경우 그것이 되 물림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치유를 받아야하는 이유다. 지금도 간혹 체벌이 어린이집이나 학교 등에서 심심치 않게 언론 매체를 통해 우리에게 적나라하게 알려준다.
저항할 수 없는 폭력에 노출 되거나 자존감을 심각하게 훼손당하는 일을 경험하면 우리는 '트라우마'라는 심리적 상처를 입게 된다.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면 상처의 충격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겪게 되었던 아픈 상처가 또 다른 상처를 캐내는 원인이 된다. 어린 시절 받았던 학대나 성폭력은 일생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며 원만한 인간관계를 방해한다. 가까운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지 살펴볼 일이다. 나는 상처를 주지 않았지만 상처를 받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김종진 한국지문심리상담협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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