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소장이 실종된 후 연구소는 시들어 버린 꽃같이 활기를 잃어갔다. 조형준 박사도 어디론가 떠나 버렸다.
연구소에는 니오스 호수에 관한 언급은 금기중의 금기가 된지 이미 오래다.
모두들 시윕스(SeaWiFS)의 모니터와 인공위성이 전송하는 동영상들을 모니터하면서 열심히 해양 수산자원의 분포 현황을 분석하는데 열중하였다.
요컨대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분위기였던 것이다.
샌드라 레이튼도 그러한 연구원 중의 하나가 되었다.
떠올리기도 싫은 니오스 호수의 참사 건은 말할 것도 없고 연구소 자체의 연구에 관해서도 외부인에게 절대 발설하지 말라는 엄명이 내려져 있었다.
오늘도 그러한 먹구름 같은 분위기 속에서 샌드라 레이튼은 시윕스(SeaWiFS)의 실시간 동영상을 오대양의 여기저기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문득 마우스가 아프리카 상공을 지나게 되었다.
카메룬의 니오스 호수.
샌드라 레이튼은 눈에 힘을 주고, 심호흡을 하고 나서는 호수 상공에 포커스를 맞추고 서서히 줌인을 해보았다.
니오스 호수의 수면 색깔은 거의 정상을 찾았다.
식물 플랑크톤이 대량 살포되었을 초기에는 짙은 회색이었던 호수는 지금은 연한 푸른색으로 옅어져 있었다.
왠지 안도의 숨이 쉬어졌다.
호수 주변을 검색하였다. 주변에는 이제 작은 동물이나 새들이 돌아와 즐겁게 살고 있었다. 양떼도 보였다. 말도 보였다.
물고기는 복원되었을까?
물고기까지는 아직 회생되지는 않았겠지 속으로 추측하면서 수면 가까이 줌잉을 하면서 자세히 관찰해 보았다.
역시 물고기는 눈에 띄지 않았다. 수면의 중심주로 앵글을 옮겨보아도 물고기는 보이지 않았다.
호수 중심부 추측컨대 수심이 90m는 되어 보이는 심층부에 카메라를 확대하자, 무언가 물고기가 움직이는 듯한 동향이 느껴졌다.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수면 바로 밑에 커다란 물고기가 한 마리 떠 있었다.
점점 크게 확대하였다.
순간 숨을 훅 들이마시면서 샌드라 레이튼은 털썩하고 테이블에서 마우스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사람이었다.
수면 속으로 거의 몸이 가라앉아 있는, 위를 향해 반드시 누운 남자였다.
몸은 물속에 가라앉아 있었지만, 얼굴의 10분의 1쯤은 비죽 수면위에 나와 있는 남자.
프리드리히 소장이었다.
샌드라 레이튼은 벌떡 일어나 연구실을 뛰쳐 나갔다.
혼비백산하여 뛰어나가는 샌드라 레이튼에게 산타블루 연구소가 있는 샌디에이고 앞바다 10km 전방에서 커다란 파도가 밀려오고 있음을 알아차릴 겨를은 없었다.
대피경보가 온 연구소 전체에 울려 퍼지고 911대원들은 중무장 헬기에서 소리치고 있었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은 더 허둥댔다.
온 마을 사람이 자동차를 몰고 나왔다. 911대원들이 사이렌을 울리면 빨리 대피하라는 명령을 뒤로 하면서 북으로 북으로 달렸지만, 시간의 마수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캘리포니아 앞 태평양 해저에서 발생한 지진은 높이 30m 이상의 쓰나미를 몰고와 샌디에이고 해안을 덮치고 말았다.
산타블루연구소는 말할 것도 없고 인근의 마을마저 단 한차례의 바닷물의 습격으로 마을 전체가 깨끗이 물청소된 것만 같았다.
연구소에서 해상 관찰팀이 쓰나미를 발견하고 911에 통보한지 4시간만의 일이었다.
350명의 사망자와 실종자를 발생한 무서운 재앙이었다.
후루마쓰의 비란코 상이 울면서 떨만한 재앙이었다.
(계속)
우보 최민호
단국대 행정학 박사, 일본 동경대 법학 석사, 연세대 행정대학원행정학 석사를 거쳐 미국 조지타운대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했으며 영국 왕립행정연수소(RIPA)를 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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