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지방분권을 위한 헌법개정이 완벽한 거짓말이라니?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사외칼럼]지방분권을 위한 헌법개정이 완벽한 거짓말이라니?

  • 승인 2018-01-11 11:48
  • 수정 2018-01-11 17:15
  •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기우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자유한국당의 일부 의원들이 "개헌 없이는 지방분권을 이룰 수 없다는 주장은 완벽한 거짓말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지방분권개헌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25일 박근혜 정부에서 행자부 장관을 지냈던 정종섭 의원은 지방분권은 대통령이 결심만 하면 지금이라도 당장 실현가능하며, 당장이라도 600여 개의 사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이 준비되어 있다고 했다. 이어 국회지방재정분권특위에서도 개헌이 아니라 가칭 일괄이양법을 제정해 20여 개 중앙부처가 가지고 있는 600여개 사무를 지방자치단체에 단숨에 이양하여 지방분권을 실현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하면서 이와 같이 말했다.

다음날 자유한국당의 초선의원들과 개헌특위위원들이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같은 이유로 "개헌없이 지방분권을 이룰 수 없다는 주장은 완벽한 거짓말"이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먼저 정 의원이 행자부 장관으로 있을 때 지방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자는 논어에서 유하혜가 현명한 사람인 것을 알고도 천거를 하지 않고 자신은 무능하여 일은 하지 않으면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노나라의 재상인 장문중을 가리켜 절위자(竊位者)라고 했다. 즉 벼슬도둑이라고 심하게 욕을 했다.

정 의원과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지방분권은 이른바 집행기능을 지방에 넘기는 행정적 분권이다. 중앙정부가 법령으로 설계한 획일적인 정책을 지방정부에게 지방정부가 집행하도록 이양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이 생각하는 지방분권은 지방정부를 자율적인 정책기관이 아니라 하급집행기관으로 생각하는 수준이다. 오늘날 시대가 요구하는 지방분권은 정치적 분권이다. 지방정책을 지방정부가 자기책임하에 결정하고 그 결과를 감수하는 자기책임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60년대나 70년대의 산업화과정에서 중앙정부가 선진국모델을 정답으로 정하고 전국적으로 획일적으로 일사분란하게 집행하는 조국근대화식 국가모델에서 한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래학자인 토플러는 이러한 중앙집권적인 체제는 산업사회에서는 어느 정도 작동할 수 있지만 지식정보사회에서는 작동할 수 없는 낡은 시스템이라고 했다. 지식정보사회는 정답이 없는 사회이고, 정답을 스스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답을 찾으려면 시행착오를 각오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정답을 찾느라 나서면 잘못되면 전국이 피해를 보게 된다.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 이에 지방이 나서서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정답을 찾아야 한다. 지방발전과 지방이 국가발전을 위한 혁신실험실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정부에서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손발을 풀어 주어야 한다.



그런데 현행헌법은 지방이 이러한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지방정부의 손발에 족쇄를 채워놓고 있다. 현행헌법은 지방정부에게 중앙정부가 시키는 것만 하고,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명하고 있다. 권리제한이나 의무부과는 법률에 정한 경우에만 하고, 법령의 범위 내에서만 활동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그것이다. 헌법은 법률제정권을 국회에 독점시키고 있다. 그런데 국회가 정한 법률이나 명령은 지방 실정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질병의 종류와는 상관없이 모든 환자에게 획일적으로 아스피린을 처방하는 것과 같다. 중앙정부의 지역발전정책, 부동산정책, 교육정책, 각종 안전대책 등이 실패하는 이유이다. 즉, 중앙정부는 지방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 정답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발전정책은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지방은 하급기관처럼 중앙정부가 정해놓은 정책을 시키는 것만 시키는 대로만 하라는 것이다. 헌법은 지방정부가 지역발전을 위해 나서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로 인하여 아래로부터 혁신이 일어나지 못하고 국가의 경쟁력은 떨어져 경제가 활력을 잃고 비틀거리고 있다.

지역경쟁력을 높이고 아래로부터 혁신을 통해 국가발전을 가져오기 위해서 헌법이 지방 정부에게 채워놓은 족쇄부터 풀어야 한다. 그래서 지방분권개헌이 필요하다. 헌법개정이 아니면 풀 수 없는 과제다. 이는 주민의 삶의 문제이고, 주민생존의 문제이다. 헌법개정을 통해서 지방정부의 손발을 풀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 행복도 증진되고, 실업문제도 해소되고, 주민의 살림살이도 윤택해질 수 있다.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은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철회하고 겸손한 자세로 시대적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중앙집권적 낡은 헌법이 지방을 망치고 나라발전을 저해하고 국민의 눈에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있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5.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1.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3.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