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붐 타고 ‘유령 조합’ 난립

조합원 동의율 허위 제출 들통... 신청서 취하
갈등과 논란 없애기 위해 철저한 검증 필요

대전시 원도심 전경

대전 부동산시장이 재개발·재건축사업 중심으로 활기를 띠면서 유령 조합이 난립하고 있다.

기본적인 법적 요건도 갖추지 않을 정도다.

주민 갈등을 부추기고 사업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자치단체가 철저한 검증에 나선 상태다.

대표적인 곳은 중구의 A 구역 재건축사업이다.

2005년 사업을 처음 시작한 이곳은 주민의 찬반 논란이 팽팽히 맞서 10년 이상 조합 설립 절차도 밟지 못했다. 물론, 사업 초기에는 주민 동의 50% 이상을 받아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만큼 원활했다. 하지만 지구지정 과정에서 시작된 갈등이 현재는 사업을 주도하는 주민이 주축인 조합설립추진위원회와 이를 반대하는 비상대책위원회로 팽팽히 맞서며 계속되고 있다.

그러다가 지난해 9월 찬성 측인 조합설립 추진위를 중심으로 창립총회가 열렸다. 총회에서는 조합장 등을 선출하고 10월 자치단체에 조합설립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조합 측에 제출한 주민 동의율은 조합 설립 요건인 75% 이상이었다.

하지만 자치단체가 실사한 결과, 전체 조합원 543명 중 조합설립에 동의한 조합원은 60% 수준이었다. 법적 요건보다 15%나 낮았다. 다시 말해, 조합 설립을 위한 총회 자체가 무효라는 얘기다. 법적 요건에 맞지 않는 사실이 드러나자, 추진위 측은 현재 설립 신고서를 스스로 취하한 상태다.

B 구역에 대한 심층 실사가 진행 중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B 구역의 일부 조합원은 최근 중구청에 조합설립변경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오래전에 조합을 설립한 B 구역은 사업이 표류하자 일부 조합원이 나서서 토지 등의 소유자 5분 1 이상(560명 중 116명)의 동의를 받아 지난달에 총회를 열었다. 총회에서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을 새로 선출한 후 이를 인정해달라는 신청서를 낸 것이다. 물론, 신청서에는 ‘조합원 과반수가 참석해 과반수가 찬성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B 구역도 찬반을 놓고 조합원 갈등이 익히 알려진 곳이라 서면 결의와 총회 현장 참석인원 등에 대해 현미경 검증을 진행 중이다.

중구 관계자는 “갈등과 논란의 불씨를 조금이라도 만들지 않기 위해 철저한 검증은 필수”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