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만 특허청 차장 |
독일과 프랑스 국경에 맞닿아 있는 스위스의 바젤은 인구 20만 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은 도시이다. 그럼에도 바젤은, 현재 세계 3대 제약사에 속하는 노바티스와 로슈가 라인강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하고 있는 등, 글로벌 제약·바이오 클러스터 지역으로 유명하다.
특히 로슈는, '항체' 바이오신약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미국의 바이오기업인 제넨텍을 2009년에 인수하면서, 명실공히 바이오의약품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을 비롯한 로슈의 바이오의약품들은 현재 세계 최대매출 의약품 10위 안에 3개 품목이나 이름을 올리고 있고, 이러한 빅3 바이오의약품의 한해 매출액은 국내 100대 제약사의 한해 매출액을 합한 것보다 많다고 한다.
바이오의약품은 생명체에서 유래된 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화합물의약품보다 효과가 우수하고 부작용도 적어 항암제 및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시장을 필두로 화합물의약품을 빠르게 대체해 나가고 있다. 작년 한해 바이오의약품은 세계 최대매출 의약품 10위 안에 8개 품목이나 이름을 올렸다.
바이오산업의 4차 산업혁명 또한 이미 시작되었다. 타액이나 피 한 방울로 개개인의 질병을 예측하거나 진단할 수 있는 유전체 분석 기술이 기존방식의 건강검진을 대체하고 있다. 앞으로 '유전자 가위'를 이용하여 원치 않는 유전자만을 잘라내 질병을 치료하는 유전자 교정기술과, 기존에 없던 생명체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합성생물학과 같은 첨단 바이오 기술들이 우리의 수명과 삶의 질을 새롭게 규정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바이오산업을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주목하여 송도 및 오송 지역을 중심으로 바이오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고, 국내 대기업 및 제약사들의 투자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국내 바이오산업의 비중이 우리나라 전체 제약시장 규모의 10%대에 불과하고, 연구개발에 있어서도 바이오신약보다는 이의 모방품인 바이오시밀러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른 어떤 산업 분야보다도 바이오·제약 산업에서 특허의 역할이 중요하다. 스마트폰 하나를 판매하기 위해 20만 개의 특허가 필요한데 비해, 의약품의 경우는 하나의 특허만으로도 강력한 시장독점이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로슈가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을 많이 배출할 수 있었던 주된 이유 중 하나도 로슈가 강한 특허권을 보유하여 경쟁사의 시장진입을 막아 제약시장을 선점한 결과이다. '항체'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로슈와 제넨텍의 한국 내 특허출원건수가 전체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시장선점을 위해 특허부터 확보하려는 로슈의 기업전략을 엿볼 수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약개발에 보다 과감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지만, 이와 함께 그 결과물을 조기에 강한 특허로 권리화하는 것이 또한 중요하다. 이를 위하여 경쟁사들의 기존 특허를 분석하여 원천특허를 확보할 수 있는 유망기술에 R&D 역량을 집중하고, 탄탄한 기반기술을 권리화하여 강한 특허로 무장하여야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 바이오신약들을 배출해낼 수 있을 것이다.
특허청은 전세계 특허 빅데이터를 분석하여 중소?벤처기업들에게 효과적인 R&D 방향을 제시하고 핵심특허를 전략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기업맞춤형 IP-R&D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 5년간 국내 중소기업들의 국내?외 특허창출 비율이 월등히 증가했다. 우리의 바이오산업이 세계시장을 주도할 미래를 기대해본다.
김태만 특허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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