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인(한밭대 기획처장, 한밭대기술지주(주) 대표) |
외부인에게 대학을 소개하며 강조할 때 미국과 한국의 차이를 보여주는 일화이다. 우리나라 대학은 고시합격자 수, 장차관 배출 수 등을 보여준 반면, 미국의 유명대학은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 창업가와 기업가 수를 통해 대학의 역할을 보여줘 대조를 이룬다. 미국 전미창업보육협회(NBIA) 크리스티 차드윅 회장을 만나 미국 학생들이 안정적인 대기업보다 왜 벤처기업 등을 선호하는지 그 이유를 물으니 당연하다는 듯, 학생들이 대기업 입사나 공무원을 단순하고 반복적이라 재미없어하고, 지루해 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해 당황한 적이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안정적인 공무원에 우선순위를 두고, 대기업과 공공기관 입사를 목표로 삼는게 현실이다. 두 차이를 심리학자인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에 비추어 보면 전자는 상위 욕구를 추구하는데 반해, 후자는 하위욕구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하위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고 나면 그 위의 욕구를 추구할 것으로 생각된다.
2018년에 '2차 대학창업 5개년 계획'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2013년 교육부, 중기부, 과기정통부 등 세 부처 합동으로 만들어진 '대학창업교육 5개년계획'은 대학내 창업 거부감을 줄이며, 창업교육을 급증시켰고, 창업펀드를 만드는 등 5년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보완할 점도 남아있는데, 앞으로 5년간은 창업교육의 질적인 변화와 교수진의 창업에 대한 몰입, 나아가 창업을 응원할 문화적 변혁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한국연구재단과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대학창업 10대과제를 연구해, '산학협력 엑스포'에서 발표했다. 그 내용은 창업우호 환경조성, 도전 창업가 양성, 창업활성화의 대학주도 등으로 요약된다.
첫째, 누구나 창업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다. 창업 친화적 학사제도를 더욱 강화하며, 교원들이 창업에 가까이 가도록 인사제도를 고치며, 실전형 창업교육으로 전환하자. 예를 들어 대학입시에서 창업실적만으로 진학이 가능하다면 교실에서 자는 학생들을 깨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원평가에서도 자신의 창업이나 대학원생 창업지원 업적을 적극 반영하고, 창업 연구년제도를 확대하는 것이다. 동시에 시장 중심·현장 중심의 문제해결형 창업 및 기업가정신 훈련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둘째, 도전하는 창업가를 키우는 것이다. 핵심인재를 선발해 집중양성하고 이들에게 창업도전을 지원해주자. 학부만이 아니라 대학원생의 기술창업을 활성화하고 대학의 엑셀러레이팅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논문 중심의 대학원생 경로 외에 창업 경로를 만들고, 대학원생과 교수진의 '팀 창업'을 유도하는 것이다. 한 예로 한밭대 화공과의 박장우 교수는 ㈜나노신소재(ANP)를 창업해 코스닥에 상장하고, 500억원 매출과 200여명의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였다. 창업관련 심층연구를 위해 박사후 과정 지원제도(해외 포스트닥)를 도입하고, 대학창업펀드를 확대하며, 대학내 기술지주회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셋째, 대학을 창업활성화 주역으로의 활용이다. 대학이 보유한 창업교육 역량을 초중고에 연계시키자. 예를 들어 초중등 교원·교장 연수 과정에 창업훈련과 체험을 필수화해 이해도를 높여 교실에 적용해 볼 수 있다. 이는 초·중·고와 대학이 연결되는 '스쿨 스타트업 릴레이'(SSR)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 또한 시니어와 제대군인 등에게도 평생교육 차원에서 온라인 창업교육을 제공하며, 대학과 지역간 파트너십을 강화해 대학이 보유한 자산을 적극 활용하자. 지역문제 해결형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캠퍼스 주변을 창업공간으로 개발해, 대학과 지역이 상호연계된 창업 정주공간을 조성한다면 구도심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창업은 늘 위험에 처해 있다. 이를 해결하는데 세 겹으로 꼰 줄이 쉽게 끊어지지 않는 것처럼, 세 겹으로 된 창업 위험대책이 필요하다. 첫째, 기술(technology), 인재(talent), 인내문화(tolerance) 등 3T 줄이다. 둘째, 독특한 아이디어(I), 고객니즈(N) 및 역량(C)이라는 세 겹의 INC 줄도 필요하다. 셋째, 3대 창업실패 요소인, 시장요구를 모르고, 자금이 부족하고, 팀워크가 없는 점을 보완하는 세 겹의 꼰 줄도 필요하다. 두 사람이 한 사람보다 나은 것은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더 큰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넘어질 때, 다른 이가 일으켜 세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창업과정에서 넘어질 때 일으켜 세우는 제도와 문화의 뒷받침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종인(한밭대 기획처장, 한밭대기술지주(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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