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이 좋아 돈을 딴 게 화근이었다. A 군이 정신을 차렸을 땐 모든 돈을 탕진한 뒤였다. 본전 욕심이 생긴 A 군은 부모님에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자금을 마련했고 급기야 부모님 지갑에 손을 대기까지 했다. A 군은 "이제까지 잃은 돈만 합치면 200만원가량"이라며 "학교나 집에서도 스마트폰으로 틈틈이 배팅사이트에 들어가 게임을 할 수 있다 보니 쉽게 빠져들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라고 경험담을 전했다.
어른들의 전유물이었던 도박이 청소년에게 스며들고 있다.
도박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사다리 게임부터 경마와 비슷한 달팽이 시합까지,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7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전센터에 따르면 지역 중·고등학생이 도박으로 상담·치료받은 건수를 보면, 2015년 20건, 2016년 77건, 지난해 55건으로 매년 근절되지 않고 있다.
청소년들이 도박에 쉽게 빠지는 데는 짧은 시간과 놀이라는 인식 탓이다.
기존 스포츠 도박은 축구와 야구가 각 2시간가량이 소요되는 반면 사다리와 달팽이 경주 게임은 5분마다 한 번씩 진행된다. 또 도박으로 돈을 딸 확률도 50%이고, 하루 총 288회가 진행돼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시간에 게임 참여가 가능하다.
또 불법 도박 사이트는 가입에 나이 제한이 없다. 아이디와 비밀번호, 계좌번호 등만 입력하면 가입 절차가 마무리되고, 이에 따라 청소년들이 유혹에 쉽게 빠져들게 된다.
전문가들은 겉보기엔 일반적인 PC게임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시스템이 청소년을 유혹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행성 요소를 더한 모바일 게임이 늘고 있고, 일반 게임처럼 앉아서 하는 게임 중 하나의 연장선상이라고 설명한다.
도박은 한 번 중독되면 체중과 고혈압을 관리할 때처럼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므로 예방이 절실하다고 덧붙인다.
도박문제관리센터 대전센터 관계자는 "청소년은 도박에 빠졌을 때 부모에게 알리기를 꺼려 전화 문의를 할 뿐 직접 찾아오거나 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흡연과 음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도박 중독 증세를 보인다면 센터의 방문으로 치료를 받아야 더 큰 범죄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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