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기의 행복찾기] '새롭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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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기의 행복찾기] '새롭다'는 것의 의미

  • 승인 2018-01-05 10:33
  • 수정 2018-01-05 15:25
  • 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박광기 대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송구영신-(1)1
별다른 준비도 없이 2018년이 시작되고 벌써 한 주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는 것은 새로운 희망을 주는 것이기에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새해라는 의미는 과거를 정리하거나 과거를 잊고 새롭게 시작한다는 기분 좋은 출발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엄격하게 말하면, 2017년 12월 31일 다음 날이 2018년 1월 1일입니다. 이 말은 12월 31일과 1월 1일이 사실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1월 1일 새해 첫날도 다른 날들과 같이 하루가 지나가고 또 다른 하루가 오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새해 새아침을 맞는 것은 다른 하루가 시작되는 것과 같이 일 년 365일 새로 시작되는 아침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래도 새해 아침은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갖게 합니다. 그래서 새해 첫날 떠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 산에 오르고 일출을 보면서 한 해의 소망을 빌어 보기도 합니다.

아마도 인간만이 어떤 것에 대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습니다. 매번 반복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새해 아침이기에 우리에게 그 하루는 특별한 의미가 있고, 새롭게 시작되는 학기이기에 또 특별한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아무리 반복되는 똑 같은 것이라고 해도 '새롭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되면 그것이 바로 '특별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새해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이 그 전날 떠오른 것보다 큰 것도 아니고 더 기운이 넘치는 것도 아니지만, 새해 아침이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새해 아침도 내게는 특별하지만, 한 해의 마지막 날도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이기 때문에 12월 31일 역시 '특별한 날'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년 전부터 12월 31일에 서울에 있는 명동 성당에서 송구영신 미사를 드리고 1월 1일 아침에 또 명동성당에서 첫해 미사를 드립니다. 내게 명동성당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곳입니다. 유학을 떠나기 전에 천주교 영세와 견진성사를 받은 곳이 바로 명동성당입니다. 천주교에서 영세를 받는다는 의미는 이미 다 아시겠지만 '새롭게 태어남'을 뜻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명동성당에서 한 해를 미사로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미사로 시작한다는 의미를 부여한 것입니다.



매년 이렇게 한 해를 마무리하고 또 한 해를 시작한다고 해서 그 한 해가 뜻깊고 의미 있는 한 해가 되는 것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또 이렇게 하는 것이 신앙이나 인간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도 잘 모릅니다. 그러나 적어도 내게 이런 것들이 짧은 시간이나마 나를 돌아보고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것이라는 점에는 틀림없습니다. 그것이 비록 의식에 불과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적어도 이런 것들이 다른 것보다는 나름 내게 의미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2월 31일과 1월 1일 미사를 드리면서 올해는 새로운 것보다는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매년 새해가 시작되면 크건 작건 한 해의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새로운 것을 계획하기보다는 지금까지 해 오던 것에 대해 그냥 있는 그대로 더 나빠지지 않게 그대로 지속되기를 소망했습니다. 물론 지난 해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지난해를 돌아보면 큰 과오 없이 그리고 큰 실패 없이 어느 정도의 성과도 내고, 무엇보다도 건강이 더 나빠지지 않음에 감사하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의 건강이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건강을 회복하기를 기원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연세가 들어가는 부모님의 건강이 지금과 같이 유지되기만 해도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내게 새해의 새롭다는 것은 정말 새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들이 변화되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흔히 '변하지 않는 것은 죽은 것'이라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살기 위해서는 변해야만 한다.'는 말도 합니다. 이것은 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물론 '변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도 그렇고 정치도 그렇고 대학도 변화해야만 하는 것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스스로 변화되지 못하면 이제는 도태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그리고 내 스스로도 그런 변화를 주도해서 긍정적인 변화를 스스로 하고 싶습니다. 또한 그런 변화를 통해서 '발전'을 추구하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변화'라는 것이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변화'라는 목표로 발전이 아닌 퇴보를 가져오기도 하고, 정작 변화해야 할 것은 변하지 않고 변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변하게 해서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때때로 이런 상황의 악화를 시행착오라고 설명하기에는 그 피해가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내 스스로가 이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변화에 대한 피해나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새롭다는 것은 적어도 과거에 비해 긍정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희망입니다. 변화가 없는 새로운 것은 아마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과거로부터의 단절이나 전혀 다른 정말 새로운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새로운 것이라고 하더라도 과거와의 비교가 있기 때문에 새로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것이 그다지 실패한 것이 아니라면, 그것을 더 발전시키는 것도 필요합니다. 물론 과거가 잘못된 것이라면 반드시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지만 말입니다.

2018년 새해 첫 주를 보내면서 무엇을 바꾸어야 하고 무엇을 유지해야 하는 것인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올해는 큰 변화가 없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개인적인 것들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올해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들을 생각해 보면 아마도 변화는 불가피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번 주말에는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 지 다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버려야 할 것은 과감히 버리고 유지하고 지속해야 하는 것은 더 보완을 통해 가져가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2018년 첫 주말 행복한 시간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박광기교수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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