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연의 산성이야기] 고려시대 몽고군에 맞서 끝까지 항전

[조영연의 산성이야기] 고려시대 몽고군에 맞서 끝까지 항전

제27회 남산성(南山城, 충주산성?) - 충주시 안림동, 마지막재에서의 통곡

  • 승인 2018-01-0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충주산성650
충주산성/사진=조영연
단양, 청풍 방면에서 남한강(현재 충주호)을 통해 시내로 들어오려면 거쳐야 하는, 충주시 동쪽 계명산과 남산 사이 안림동 마지막재(260m)에서 4,5km 남쪽 남산(636m) 정상에 있는 산성이다.

정상부인 서북쪽에서 남동쪽으로 급경사진 남북 능선을 따라 길게 테뫼식으로 축조했으며 평면상으로는 서고동저의 불규칙한 타원형 혹은 움츠린 해삼형태와 비슷하다. 성벽은 사방으로 바깥쪽이 심한 경사의 자연지세를 활용하면서 편축과 협축으로 쌓았으며 일정하지는 않지만 두께가 비교적 얇은 장방형이자 모서리가 날카로운 석재로 치밀하게 축조했다. 삼년산성과 유사한 점도 있으나 석재간 쐐기 사용 등에 차이가 보인다. 그러나 삼국시대의 각종 상황을 고려할 때 딱히 축성 연대나 축성 주체를 말하기에는 문제가 많다.

성의 둘레는 약 1,100m 가량으로 부분적으로 남은 부분으로 미뤄 높이는 칠팔 미터 정도로 보이며 동서북벽 상당부가 복원돼 오히려 옛모습 찾기에는 지장이 많다. 급경사면의 자연지형을 활용한 까닭에 대체로 삭토 후 편축과 뒤채움의 방식을 취했으나 중요부는 협축으로 두껍게 쌓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성벽은 북문지가 들어선, 최고봉인 서벽부 능선을 8부 정도 감싸면서 남쪽으로 흘려내린 서벽 그리고 동벽 일부는 상당히 복원되었다. 동쪽 계곡부에 성안의 물을 받는 수구가 있다. 수구는 속으로 들어갈수록 경사를 주어 판상석을 깔았으며 폭도 점차 좁혀 들여쌓기를 했다. 전면에서 보면 그 입구는 사다리꼴이다. 출수구의 맨 아랫부분은 두껍고 큰 돌을 20㎝ 정도 돌출시켜 바탕에 깔고 있는데 그렇게 돌출시킴으로써 유수로 인해 성벽이 붕괴되는 것을 방지했다. 수구 양측 벽은 두께 20㎝ 가량의 비교적 큰 돌로 4단씩 약간씩 좁히면서 쌓아 들어갔다. 수구의 상부는 길고 큰 돌을 2단으로 덮어 천장을 이뤘다. 삼년산성의 5각형, 옥천 성치나 문의 양성산성의 방형에 비해 사다리꼴 형태를 취했다. 수구 안쪽에 현존하는 저수지(집수정-현재 복원됨), 우물자리를 비롯 성내에 두 개의 우물자리가 있었다 한다. 산성내에는 모두 네 개의 문지가 있는데 동문지는 수구에서 약간 빗긴 지점에 있으며, 수구에서 흘러내리는 계곡을 좇아 아랫마을로 통행하는 길이 있었을 것임은 대부분의 성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바다. 특히 동문지는 문턱이 일정한 높이의 석축으로 미뤄 사다리를 이용하는 현문 형식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충주산성복사640
충주산성 평면도/사진=조영연
산성의 안팎에서 주로 신라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와 기와조각 중심으로 약간의 백제 것들도 출토됐다는 점은 이 성의 지배관계를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백제 개로왕 때 축조했다는 설도 있다.



남산성은 소백산맥 중심부인 험준한 죽령과 월악산 일대를 배후로 하는 대림산성과 더불어 온달, 적성산성 곁을 돌아 탄금대 인근 달천강에서 합류하는 남한강 수로와 문경-하늘재-남산성 남쪽 밑으로 지나는 영남대로 두 교통로의 전략적 방어와 경계가 주 임무였다. 또한 지역의 통치와 관련 유사시 입보 방어나 지역 통치를 위해서도 역할을 했을 것이다. 남산 북쪽 계명산(일명 심항산. 773m) 정상에 제천 오현봉수를 받아 이류면 마산봉수로 전달하는 봉수대가 있다.

성의 북쪽 마지막고개는 단양, 청풍 등지의 죄수들의 충주감영 이송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절망적 고개였다는 마치 베네치아의 통곡의 다리를 떠올리게 하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고려 고종40(1253)년 몽고군들의 5차 침입으로 군량이 다한 속에서도 70일 간의 농성전시 방호별감 김윤후(金允侯)가 관노까지 동원하면서 항쟁하여 적을 물리친 사실이 있다. 그 후 몽고군의 재침에도 끝내 불락했다. 이 때의 일로 충주는 목(牧)에서 국원경(國原京)으로 격상되기도 했다.

조영연 / '시간따라 길따라 다시 밟는 산성과 백제 뒷이야기' 저자

조영연-산성필자25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