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톡] 소중함을 지킬 때 행복이 온다.

[공감 톡] 소중함을 지킬 때 행복이 온다.

김소영(태민) 수필가

  • 승인 2018-01-0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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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 이미지 뱅크
여도지죄(餘桃之罪)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같은 행동이라도 사랑을 받을 때와 미움을 받을 때가 각기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중국 위나라의 미자하는 감히 먹던 복숭아를 왕에게 주었는데 그런 행위는 다리가 잘리는 죄임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다 먹고 싶었을 텐데 남겨주다니 얼마나 나를 생각하는 것인가' 라고 칭찬하던 황제가 사랑이 식자 먹다 남은 복숭아를 준 미자하에게 벌을 주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서 복숭아를 왕에게 건넸던 미자하의 행동에는 변함이 없이 한결 같았는데 왕의 사랑이 식었기에 전에 어질다고 여겼던 것이 뒤에 가서 죄가 된 것이다. 같은 행동도 세월이 지나 마음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짐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살면서 가까운 사이일수록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데 그 소중함을 잊고 살 때가 많다. 제일 가깝다고 하는 가족관계를 보면 가까울수록 홀대하거나 섭섭해 하는 경우가 많다.

매일 아침을 챙겨주는 아내를 신혼 때는 "고맙다, 맛있다" 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던 남편은 점점 익숙해지면서 처음에 고맙던 마음은 어디로 가고 아침에 아내가 밥을 차려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아내가 아침 밥을 차려준다고 "고맙다"라고 인사하는 남편은 아마 드물 것이다.



아내도 다를 게 없다. 가족을 위해 아침마다 떠지지 않는 눈으로 힘들게 출근하는 남편에게 아침밥은 고사하고 잘 갔다오라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결혼한 후로 시키지도 않았는데 매주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해서 시부모님을 찾아뵙는 한 친구가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너무 잘하려고 하면 힘들어진다고 다들 말렸으나 친구는 며느리의 도리라 생각하고 매주 찾아뵙기를 계속했다.

그러다 어느 날 급한 일이 있어서 친구는 시댁 가는 것을 한 주 거르게 되었다. 그랬더니 시부모님께서 "뭐가 그리 급한 일이 있다고 일주일에 한 번 오는 날을 빼먹어?" 라며 섭섭해 하시더라는 것이다. 이웃에 사는 친구 분이 놀러 왔다가 그 말을 들으시더니 며느리가 가고 난 뒤 "우리집 며느리는 얼굴 본 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겠구만, 넌 참 욕심도 많구나"라고 시어머니께 부러운 듯한 말씀을 하시더란다. 그 말을 들은 시어머니께서는 그때서야 깨달은 바가 있으신지 찾아온 며느리에게 "나는 모든 며느리들이 너 같이 시부모를 섬기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렇지 않더구나. 미안하고 고맙다" 라며 고마움을 전했다고 한다.

이처럼 소중함을 잊은 채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작은 일에도 상대에게 서운한 생각이 들어 불편한 관계가 되기 쉽다. 당연함보다는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안다면 좋은 관계가 오래 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오늘 나에게 주어진 것이 내일에도 100% 존재한다 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사람은 일상의 소중함을 잊고 있다가 훗날 그것을 상실하고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물과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 우리는 늘 곁에 있는 이들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한강에는 '도미부부의 배'가 있다. 서울시(한강사업본부)에서 광나루 한강공원에 '도미부인 설화'를 바탕으로 많은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변함없이 사랑을 지켜낸 부부의 통해 시민들에게 사랑과 약속의 참된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도미부인 설화는 '삼국사기'에 기록된 한강과 관련한 옛이야기로, 백제시대에 금실 좋은 도미부부 사이를 질투한 백제 개루왕이 도미부인의 정조를 시험하기 위해 부인을 궁궐로 불러들였지만 개루왕의 유혹과 협박에 넘어가지 않고 남편과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한강으로 도피한 부인의 눈앞에 홀연히 나타난 한 척의 빈 배를 타고 한강을 건너 결국 남편과 다시 만나게 됐다는 가슴 찡한 사랑 이야기다. 한강에 나온 시민들의 산책 및 여가활동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부부간의 애정을 생각하게 하는 공간인 것이다. 세월이 흘러 애정이 식은 부부들이 이곳을 거닐며 사랑의 추억을 떠올려봄이 어떨지 권해보고 싶다.

며느리거나 부부사이거나 친구거나를 막론하고 가장 가까운 사람을 더 소중하게 생각할 때 그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으로 인하여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되는 것이다. 주위를 보자. 모두가 소중한 것들 뿐이다.

김소영(태민) 수필가

김소영 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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