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아르바이트 고용 감축 역효과 부르나

최저임금이 인상된 2일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 김 모(24) 씨가 무표정으로 손님이 건넨 물건을 바코드에 찍었다.

"8200원입니다."

김 씨의 말투에서 한숨이 묻어나왔다. 최저임금 인상이 이유였다.

김 씨는 "사장님이 이달까지만 일하고 그만해줬으면 한다고 했다"며 "월급이 오를 줄 알고 좋아했지만, 오히려 아르바이트를 못 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의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저임금의 인상이 업주들의 부담으로 다가오면서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거나, 자신이 일을 대신 하는 것으로 대체되고 있는 모양새다.

2일 대전지역 편의점과 피시방 6곳을 둘러본 결과, 4곳의 아르바이트생은 최저임금 인상에 언제 그만둘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고 답했다.

서구 둔산동의 한 피시방 아르바이트생 최 모(22) 씨는 "지난해보다 임금이 올라서 좋아했는데, 손님이 직접 계산기에 돈을 넣고 게임을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사람을 안 쓰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오는 15일부터는 기존 7시간보다 2시간 근무시간을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구 오류동의 한 편의점은 아르바이트생 대신 업주가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이 업주는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전과 올해를 비교했을 때 30만원이나 차이가 난다"며 "다른 일과 병행하면서 낮에는 집에 있어야 하지만, 올해는 집사람과 돌아가면서 일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야간 아르바이트생을 줄인다는 곳도 있었다.

중구 대사동의 한 편의점 업주는 "야간에 아르바이트생을 쓰면 주간에 일하는 것보다 1.5배는 더 줘야 하는데, 차라리 문을 일찍 닫거나 가족끼리 돌려가면서 하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현재도 야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르바이트생의 설 자리가 없어지자 아르바이트노조 대전·충남지부는 최소한 일자리는 지켜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알바노조 대전·충남지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지부에 해고를 당하는 사례는 없었지만 우려하는 조짐은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업주나 가족으로 대체되는 등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원기 기자 b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