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이 할 일이 무엇인지 진단하고,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을 찾기 위해서다.
싱크탱크 조직으로서 대전시가 올바른 정책을 구사할 수 있는 방향키가 되겠다는 목표다.
대전세종연구원 수장인 박재묵<사진> 원장을 만나 취임 3개월간의 소회와 연구원의 혁신을 준비하는 포부를 들어봤다.
- 취임하신 지 3개월이 지났다. 연구원에 어떤 변화를 주고 있나.
▲석 달 동안 잘 적응하고 있다고 자평한다. 연구원에 와서 원장으로서 내가 해야 될 일이 무엇인 지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임기를 채우는 것보다 이 시점에서, 임기에 내가 해야 될 일이 무엇인지를. 이를 찾는 방안의 하나로서 연구원의 발전계획을 새로 세우게 했다. 발전 계획을 세우는 것은 내가 바라보는 방향과 구성원이 바라보는 방향을 조화시키기 위해서다.
계획을 몇 사람이 구상하는 게 아니라 전 구성원이 참여하게 했고, 두 차례 발전 계획 초안을 가지고 토론회도 거쳤다. 구성원의 의견 수렴을 거치게 한 것이다. 조직 개편도 해야겠다고 봤다. 연구원은 기획조정실과 도시경영연구실, 세종시와 공동출연한 세종연구실 등 5실 1처 체제다. 그런데 도시 미래 비전과 발전 방안을 만들어가는 즉, 미래전략을 구상하는 부서가 없더라. 때문에 상생협력도 중요하지만, 미래전략실을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연구원이 안 하면 시의 어느 부서가 신경 쓰겠는가. 조직개편팀에 이야기했고, 미래전략실을 만드는 대신에 상생협력실을 없앴고, 상생협력 업무를 미래전략실의 한 파트로 포함했다. 이 조직 개편은 이사회를 통과해서 지난 1일 자로 시행했다.
- 연구원의 명칭에도 들어가 있기 때문에 세종과의 상생발전은 중요 과제 아닌가.
▲대전시도 세종시도 양 도시 간 상생발전에 신경 안 쓸 수 없다. 사실 연구원이 대전세종연구원으로 만들어진 것도 그런 이유에 대한 양 도시 시장 간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연구원 자체만 봐도 상징적인 상생발전 아닌가. 최근 이재관 대전시장권한대행과 이춘희 세종시장이 함께 상생발전을 해야 한다고 해서 대전시 기획관리실에서 각 기관별로 세종시 상생협력을 할 수 있는 사업을 제언해달라고 했다. 연구원에서도 15개 과제를 냈다. 이런 내용을 묶어서 시 기획관실이 세종시와 회의도 가졌다. 이달 두 도시가 추진할 상생협력사업에서 한 도시에게만 이득이 되고, 다른 도시엔 손실이 되는 내용은 제외하는 과정을 거쳐 두 번째 선포식 같은 행사가 있을 것이다. 시장들이 의지를 가지고 하는 것이고, 연구원에서는 사업이 결정되면 어떻게 수행할 것인 지를 연구해 뒷받침할 것이다.
- 세종시와의 관계에서 인구 유출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고, 반대로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전시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도시가 퇴락되는 것 아니냐 우려할 수 있다. 다만, 인구 유출이 세종시만 가는 것이 아니며 충남도 가고, 반대로 충남에서 대전으로 오는 인구도 있다. 세종시의 경우, 들어오는 인구가 나가는 인구에 비해 적어 순 유출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인 현상이고 장기적으로는 안정이 될 것이다. 추세라는 것이 꺽인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 세종시가 개발 피크에 와있기에 새로운 주택 공급, 특히 아파트 신규 공급 시 인구 유입 효과가 있다. 새로운 계획에 의해 만들어지는 도시이기에 주민 서비스 기능이 다른 도시보다 분명 나은 부분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사람에게 세종시 여건이 좋고, 그런 것을 따지는 사람에게는 세종시가 강점이 있어서 가는 것이다. 다만, 인구 유출은 대전시 행정에는 충격이다. 행정에서 대응해야 할 문제인 것도 맞다. 연구원에서 이런 주제에 보고서를 많이 내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지시했다. 대전에서 세종시로 유출되는 인구들을 대상으로 조사해서 유출 요인이 무엇인지 과학적으로 조사하자고. 이런저런 요인이 있다는 것보다 제대로 된 원인을 밝혀 대전시 도시경쟁력을 가지게 해야 한다.
- 싱크탱크 기관으로서 대전의 정체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어떤 도시를 하나의 키워드, 상징어를 통해 모두 표현하기는 어렵다. 도시는 복합적인 특성을 가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전은 지금은 많이 약해졌지만, 과거에는 교통도시적 특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정부청사가 내려오면서 행정도시적 특성도 지니고 있다. 또 3군 본부가 인접해 있고, 연관된 군 사령부가 있어 군사도시적 성격도 일부분 있다. 이런 복합적인 성격을 지닌 가운데 대전이 다른 도시에 비해 더 강한 특성을 꼽자면 역시 과학도시라고 할 수 있겠다. 때문에 과학도시의 완성은 대전이 안고 있는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과학도시는 대전시가 만든게 아니다. 중앙정부가 국가 중추 기능인 연구개발을 시로 집중 이전시켜주면서 가지게 된 특성이다. 그러나 내부적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서 지역발전과의 연계가 체계적으로 만들어지지 못했다. 이제는 완성 시킬 때다. 물론,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연구기관에서 나온 연구성과를 사업·상업화 노력해왔다. 그러나 기대만큼 이뤄지지 못했다. 벤처기업의 분포로는 수도권을 제외하면 타 지역보다 높다. 이런 부분을 더 확장시키고 발전하는 것이 대전의 과제다. 계기는 있다. 바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입주다. 서서히 기반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를 계기로 연구개발의 성과가 지역에 뿌리 내리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모 대전 출신 사회학자는 대전을 일컬어 중간도시라는 말을 썼다. 무슨 뜻이냐고 물어봤는데, 영호남의 중간에 위치해 있으며 정치의식 성향으로도 아주 보수거나 아주 진보도 아니기에 썼다는 말에 일리가 있더라. 다시 말하면 보수성과 혁신성이 공존하는 도시가 대전이다.
이 가운데 대전의 혁신성 원천은 관용(tolerance) 혹은 포용성이 있다고 본다. 이색적인 것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창조가 가능하다. 대전은 그런 도시다. 외지인이 들어와서 살기 좋은 곳이 대전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런 포용성이 앞으로 대전의 혁신성의 기반이 될 것이라 본다.
- 대전시민 및 중도일보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세상은 변화한다. 개인도 자기 혁신을 해야 한다. 혁신하려면 자신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성찰하면서 구습을 떨쳐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 해가 바뀌는 것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희망도 만들어 가야 한다. 그러나 희망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다. 새해에는 대전시민들께서도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자신을 정리하고,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는 무술년이 되시길 빈다.
대담=박태구 사회부장
정리=강우성·사진=이성희 기자
◇박재묵 원장은
1950년생.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및 석·박사 학위 취득.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 한국 사회학회장, 한국 NGO학회 회장,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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