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
UN 식량농업기구는 2050년 세계 인구는 97억 명이 될 것이며, 지금 추세대로 식량을 먹으면 그때에는 지금의 1.7배의 식량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필요한 양의 식량을 앞으로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것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어렵다고 생각된다. 가장 큰 이유는 개발도상국이 소득이 증가하면서 육류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예로, 소고기 1 kg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사료용 곡물을 7배 이상 필요하다. 두 번째 이유는 산업화로 농지가 산업용지, 도로, 택지 조성 등으로 훼손될 것이다. 세 번째 이유로는 과도한 화석에너지 사용으로 발생되는 기후변화는 더욱 심각 할 것이고 이는 곡창지대에 고온, 가뭄, 홍수 등으로 식량생산에 영향을 줄 것이다.
문제는 우리 대한민국이다. 현재 곡물자급률(사료용 곡물포함) 24%는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1960년대 곡물자급률이 약 90%였으나 현재 24%로 자급률이 뚝 떨어진 이유는 소득이 증가하면서 육류소비 증가와 산업화로 인한 농지가 엄청 훼손됐기 때문이다. 1970년 약 230만 헥타르의 농지면적이 지금은 약 165만 헥타르로 감소하였으며, 지금도 매년 약 2만 헥타르의 농지가 훼손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1년에 필요한 곡물이 약 2천만 톤인데 이 가운데 쌀 400만 톤을 포함한 500만 톤 정도만 국내에서 생산하고 1500만 톤은 수입하고 있다.
앞으로는 돈이 있어도 부족한 식량을 구입하기 어려울 수도 있으며, 국가경제가 어려워 돈이 없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다가오는 보릿고개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우리와 식량자급 사정이 비슷한 일본은 국가의 식량안보정책과 국민들의 식량사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로 안정적인 식량수급정책이 부러울 정도로 잘 되어 있다. 일본의 국내생산에 의한 곡물자급률은 우리와 비슷하지만 해외에서 농장을 확보하여 농사를 짓거나 현지에서 곡물을 구매하여 확보 한 것을 합한 곡물자주율은 100%가 넘는다. 일본은 1960년대부터 해외농업을 국가정책으로 꾸준히 육성해 왔고 해외에서 직간접적으로 생산하는 농작물 경지면적은 자국 내 경지면적의 3배에 달하는 1200만 헥타르에 달한다. 우리는 곡물자급률과 곡물자주율이 거의 같은 수준이다. 우리나라 '농어업•농어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는 식량자급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2004년부터 식량수입국으로 전락한 중국은 농업과 식량정책을 국가의 최우선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매년 초 중국공산당과 국무원이 공동으로 발표하는 중공중앙1호 문건에서 2004년부터 농촌·농민·농업의 삼농(三農)정책을 올해까지 14년째 연속으로 다루고 있다. 중국은 1953년 처음으로 1차5개년계획을 수립할 당시부터 13차5개년계획(2016~2020년)에 이르기까지 식량정책의 수립, 목표, 방법 등을 명확히 제시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농업분야 연구개발도 농업부, 농업과학원 연구소뿐만 아니라 과학기술부, 중국과학원 연구소에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우리와 사뭇 다르다.
요즈음 4차 산업혁명시대가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식량안보를 걱정하면 왕따를 당하는 느낌이다. 우리나라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모르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농업과 식량정책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아무리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하더라도 땅을 근간으로 하는 농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하루에 필요한 칼로리의 65%정도는 탄수화물로 섭취해야 한다. 탄수화물의 중요성으로 식량자급률로 통상 곡물자급률을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탄수화물은 벼, 밀, 옥수수, 감자. 고구마 등 전분작물에서 생산한다. 이들 전분작물은 시설 내에서 경제적으로 대량생산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노지에서 재배해야 한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드론, 로봇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기술이 작물재배에서 병충해 예찰, 에너지절약 등에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식량의 확보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식량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시대는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생명의 근원이 땅이 점차 훼손되고 있고 농작물 재배가 기후변화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식량(탄수화물)을 안정적으로 양산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땅이 부족한 우리는 국내농지에서 생산성 극대화와 함께 해외농업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중국과 일본의 농업과 식량정책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으려면 국가 식량안보 정책의 전면적 조정과 실천력 있는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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