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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시간들을 돌이켜보면 정말 시간의 흐름이 너무나 빠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순간순간에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지 않음이 야속하기도 한 적이 있습니다. 특히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겪게 될 때에는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지금 겪고 있는 어렵고 힘든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단축되기를 기도한 적도 있습니다. 또한 이런 상황을 나만 당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세상에 대해 야속한 감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또 한해를 보내는 시점이 되면 힘들고 괴로웠던 기억보다는 시간이 덧없이 지나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또한 이런 시간의 덧없음과 함께 세월에 대한 야속함보다는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다음 해를 맞이할 준비조차 하지 못했는데 또 한해를 보내야만 하는 자신에 대한 반성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또 한해를 보내야만 하고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한해를 맞이해야만 합니다.
이제 보내야만 하는 한해를 마무리할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쫒기는 시간 속에서 한해를 마무리 해야만 하는데, 무엇부터 어떻게 마무리를 해야 하는 것인지 조차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올해를 시작하면서 올해에는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보다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정리해 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한 것은 없습니다. 어찌 보면 계획이 없이 한해를 맞이하고 한해를 보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어김없이 새로운 계획들을 중간 중간 세우게 되었고, 그 동안 해 왔던 일을 정리하는 것에는 소홀하게 되었습니다. 무계획으로 시작한 한해가 결국 또 다른 계획 속에서 지나간 것입니다.
그러나 올해를 보내면서 중간에 세웠던 계획들은 내 노력의 부족과 한계로 인해서 흔히 말하듯 밀리고 까이면서 결국 결과를 내지 못하고 좌절하고 실패하고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아직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적지도 않은 나이이기 때문인지 이렇게 계획이 성공하지 못한 결과로 나타나면 예전과는 다르게 마음의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혹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저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다음 계획을 세우고 추진했었는데 말입니다. 아마도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계획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기회나 환경이 줄어들기 때문이 아닌가도 싶습니다.
한해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기분으로 그리고 새로운 각오로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것은 어쩌면 희망을 갖는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그 기회가 무산되거나 실패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만족할 만한 성과나 성공을 이루지 못한다면 좌절하거나 절망하거나 최소한 아쉬움을 갖게 됩니다. 더구나 세월이 지나가면서 그 기회가 줄어들거나 자신의 의지가 약해지는 경우나 특히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서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가 반복되면 더 의기소침하게 됩니다.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좌절하지 말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반성과 후회와 아쉬움을 갖는 것은 아직도 새로운 것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정말로 좌절하거나 회생불능의 상태라고 한다면, 후회와 아쉬움을 생각할 수 있는 여력조차도 없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찌 보면 후회와 반성과 아쉬움은 아직도 그것을 생각하고 다시 추진할 수 있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록 당장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왜 성공하지 못했는가?'를 생각하면 나중에 시간이 조금 흐른 다음에 다시 성공하지 못한 이유와 원인을 보완하여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때에는 조금 더 성공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실패나 성공하지 못한 이유와 원인을 찾는 것은 자신에게 힘들고 어렵고 또 다시 생각하기조차 싫은 것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이나 이유를 찾기보다 새로운 것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그리고 내 자신의 환경이나 상황을 고려할 경우, 점점 줄어드는 기회나 능력의 한계 등등을 생각한다면 적어도 한번쯤은 과거 잘못된 것에 대한 반성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그 동안 앞만을 바라보고 '돌진 그리고 또 돌진'을 해 왔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상황과 환경이 변화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말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한해를 보내면서 후회나 아쉬움보다는 감사의 마음을 갖기로 했습니다. 비록 크고 작은 일들이 올해 일어났지만, 그래도 삶의 환경을 바꾸게 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음에 감사합니다. 건강도 예전에 비해 좋아졌고, 나쁜 일보다는 좋은 일이 많았음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주위에 아직까지 나를 기억해 주고 걱정해 주고 지지해 주는 분들이 많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가족들이 크게 힘들어 하지 않고 다들 자신의 위치에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음에도 감사합니다. 이렇게 한해를 보내고 내년을 맞게 해주심에도 감사합니다.
"살아 있음에 매사 감사하라!"라는 말이 예전에는 그냥 하는 말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 말의 의미를 이제야 조금 알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내가 살아 있음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또 내년을 맞이하게 됨에 감사합니다. 아마도 내년은 또 다른 희망이 있기에 감사합니다. 비록 내년에 그 희망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그 희망을 갖게 됨에 감사합니다. 혹시라도 올해 나로 인해 상처를 받은 분들이 있더라도 그 분들에게 고의가 아니었음을 이해해 주시기를 바라며 너그러이 용서를 구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비록 이루지 못한 작은 소망이 있더라도 아쉬움과 후회가 아닌 희망을 바라보며 한해를 보낼 수 있음에 다시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각오를 다져봅니다. 이제 올해가 마무리되는 주말입니다. 이렇게 이번 주말이 지나가면 새로운 한해가 시작됩니다. 얼마 남지 않은 올해 남은 시간 동안 혹시 감사해야 할 것은 없는 지 다시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올 한해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올해 마지막 인사를 드립니다.
"올 한해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대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박광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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