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톡]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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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톡]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

  • 승인 2017-12-29 00:00
  • 김종진 심리상담사김종진 심리상담사
이름없는여인
시 안에서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거나 기분 좋은 상태를 더 긍정적으로 강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시는 자신의 감정을 풀어냄으로써 내면의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좋은 도구이다. 시로 마음의 힐링을 얻는 것이 시 치유이다. 요즘 별빛도 안 보이는 삭막한 콘크리트 건물들 사이에서 삶에 지친 사람들이 전원생활을 꿈꾸기도 한다. 노천명 시인의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는 자연친화적인 느낌이 드는 시로 복잡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고픈 사람들을 위한 시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나는 이름 없는 여인이 되고 싶소

초가지붕에 박넝쿨 올리고



삼밭엔 오이랑 호박을 놓고

들장미로 울타리를 엮어

마당엔 하늘을 욕심껏 들여놓고

밤이면 실컷 별을 안고

부엉이가 우는 밤도 내사 외롭지 않겠소



기차가 지나가 버리는 마을

놋 양푼의 수수엿을 녹여 먹으며

내 좋은 사람과 밤이 늦도록

여우 나는 산골 얘기를 하면

삽살개는 달을 짓고

나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겠소



퇴직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염소 키우며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대기업 월급 사장님이 있었다. 물론 아내와 가길 원했는데, 부인은 절대 NO. 이혼을 하고 가라. 손자, 손녀, 자식 아이들도 보고 싶을 때 가까이서 만나야하고~ 교회도 가야하고~ 친구들도 만나야하고~ 아프면 병원에도 빨리 가야하는데~ 모든 것이 다 맞지 않고 싫다고 했다. 그런데 가장 큰 이유는 시골에 가서 살게 되면 여왕보다 더 행복한 생활이 아니고 하녀로 살게 될 두려움 때문이었다. 물 한 컵도 갖다 달라고 명령을 하는 남편님을 모시고 살기에 인생은 짧지 않다는 거였다.

수회기 상담 후 지금은 각자 자유로운 영혼으로 잘 살고 있다. 자신이 어떤 성향인지 몰랐던 남편은 지문 검사 후 자신을 들여다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었고 스스로를 이해하게 되면서 부인의 심정까지 이해하게 된 것이다. 죽을 때까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나이 들면서 고집과 아집으로 더 단단하게 자신을 옭아매고 남의 생각까지 묶어놓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현재 남편은 혼자 살면서 부인을 위한 배려와 사랑이 넘친다. 함께 살 때보다 함께 하는 날은 적지만 더 친밀감 있게 잘 지낸다. 아내는 여왕보다 더 행복하게 지내고 남편은 왕보다 더 행복하다고 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이름 없는 여인이 되어' 시는 노자의 무위자연 사상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어느 조그만 산골로 들어가 살라는 것도 아니다. 쉼, 휴식을 말하는 것이다. 소박한 삶에서 찾는 평범한 행복, 자유로운 삶을 말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덜 받을 수 있는 삶은 어떤 것일까? 일주일 중 5일은 공자처럼 열심히 살고 주말 이틀은 노자처럼 여유의 시간을 선택하는 것은 어떨까?

김종진 심리상담사

김종진원장
*'박경은·김종진의 심리상담 이야기'는 가득이심리상담센터 박경은 대표와 심리상담사 김종진 씨가 격주로 칼럼을 게재하는 가운데 '심리'의 창을 통해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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