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연의 산성이야기] 대림산성, 임진왜란 때 왜군도 피해간 협곡 위에 도도히

[조영연의 산성이야기] 대림산성, 임진왜란 때 왜군도 피해간 협곡 위에 도도히

제26회 대림산성(大林山城-충북 충주시 살미면 향산동 소향산)

  • 승인 2017-12-2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대림산업시내650
대림산성에서 내려다본 충주시내/사진=조영연
동편 골짜기 건너 약 2km 지점 테뫼식의 남산성(충주산성)과 쌍벽을 이루면서, 소백산맥을 사이에 두고 신라와 고구려 대립시 문경으로부터 하늘재(한훤령)-미륵리 옛길 넘어 남산-대림산 사이를 통과(현재는 상당 부분 충주호 속에 잠긴 상태지만)하거나 미륵리에서 지릅재(계립령)-대림산성, 단월 인근 달천강을 건넌 다음 한양으로 들어갔다(현재는 3번국도가 이화령으로 돌아 북상한 후 대림산성 근처를 스쳐 달천교 직전 단월에서 만난다). 월악산 지맥의 대림산(497m)은 충주의 진산으로 한양으로부터 경상도로 통하는 과거 영남대로 남쪽이다. 서편으로는 현재 3번 구 국도를 옆구리에 끼고 굽어보고 있다. 또한 남쪽 속리산에서 발원하여 북진하는 달천강 수로도 산성 옆을 지나면서 남한강과 합류하여 탄금대를 지나 북상한다. 특히 소백산맥을 횡단하는 하늘재 옛길은 고구려와 신라가 극심히 대치했던 삼국시대는 물론 고려와 조선시대까지 전략상 가장 중요한 통로였다. 대림산성 아래는 임진왜란 때 왜군도 피해 갔을 정도로 깊은 협곡이다.

30도 정도로 경사진 산성은, 봉수대가 설치된 정상(497m)을 중심으로 서남쪽을 향해 강변까지 내려오는 좌우 두 산줄기가 Y자의 두 계곡을 감싼 둘레 사오 킬로미터의 포곡식 산성이다. 전체적으로 북고남저에, 평면도상으로는 서남쪽 하단부만 열린, 배부른 타원형에 가깝다. 도로변에서 삼사십 미터 들어가 조성한 성의 주출입구 서문지는 양편 능선의 끝자락이 30m 가량 벌어진 사이에 조성됐다. 서문에서 경사진 안으로 들어갈수록 성안은 내부가 벌어져 배가 불룩한 항아리 형태를 이뤘다. 서향한 내부는 수만 평 정도 상당히 넓어 삼태기 속처럼 양지바르고 아늑하다. 정상에는 직경 20m 정도의 圓形 자연할석 석축 봉수대(혹은 장대지)가 있다.

대림산성서벽650
대림산성 서벽/사진=조영연
대림산성내부650
대림산성 내부/사진=조영연
그로부터 강변으로 내려온 북벽과 서벽 암벽 지대 끝부분에 삼,사십 cm의 다듬어진 돌로 가지런히 축조한 곳과 30×50㎝ 전후의 규모에 가공하지 않은 자연할석을 이용 바른층으로 축조한 높이 10여 단, 길이 10여 미터의 원벽(原壁) 일부들이 잔존한다. 동벽처럼 외측이 심한 경사를 이루는 나머지 부분은 토벽위에 부분적으로 회곽도가 뚜렷한 곳도 있다. 동벽과 북벽, 남벽 끝 도로 인접부 등 돌출부는 치성 처리된 듯하다. 주통로인 서문지 외에 남, 동에 문지로 추정되는 절단부가 있으며 봉수대 근처에도 문지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기록상으로는 내부에 두 개의 우물이 있었다고 하나 그 이상으로 더 있었고 수량도 풍부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부의 공간으로 미뤄 상당한 건물과 밭을 갖춰 유사시 다수의 인원이 상주하면서 농성이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고려 때는 남산성인지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충주성에서 70일간 버티면서 항몽전을 전개하여 승리했다는 기록이 있다. 임란시 왜군도 달천강 건너편 길로 우회 탄금대로 진격했다 함은 이 성의 존재를 의식했던 까닭이었을 것이다.



성의 최저부 호리병 주둥이처럼 조여진 서쪽 입구에 난 계곡은 자연스레 수구가 되었을 것이며, 서문 바로 앞으로는 3번 국도와 해자 구실을 하는 달천강 수로가 지난다. 이 산성은 영남대로의 경계와 방어가 주임무였지만 곁을 지나는 수로의 존재나 충주읍성의 방어성 내지 치소성 역할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주민들이 전하는 창골, 성안, 피난골이라는 지명은 평상시 군량, 무기 등을 비축해 두고 유사시 충주읍성의 입보처 혹은 치소성으로서의 구실도 무관치 않음을 시사한다. 근처를 통과하는 육로와 수로 방어 등 여러 가지 역사적 임무를 상호 연관 하에 수행했을 것이다.

대림산성앞수로650
대림산성 앞 수로/사진=조영연
삼국사기에도 대림성의 명칭이 존재하고 개로왕 때 쌓았다는 설이나 역사적 정황 등으로 미뤄 축조시기를 추정해 볼 수 있만 주변의 산성들처럼 삼국간 투쟁 과정에서 이뤄졌으리라는 것은 의심할 바가 없다. 성내에서 삼국시대 토기, 고려와 조선시대 토기편 등이 출토돼 삼국시대 활용 이후 조선시대까지 사용됐음을 말해 준다.

산성의 정상에서는 남쪽 월악산, 소백산맥을 배후로 성 밑을 통과하는 육로와 속리산에서 발원돼 온 달천강은 물론 북쪽으로는 충주 시내 북쪽 탄금대 건너 장미산성까지 시계가 막힘 없이 탁 트인다. 까마득히 굽어보이는 발 아래로 반달 같이 굽어도는 강물과 첩첩한 산줄기들의 모습이 일품이다. 특히 물결 반짝이며 흐르는 석양 무렵의 달천강은 가까이는 아기자기함이요 멀리는 상쾌함 자체다.

조영연 / '시간따라 길따라 다시 밟는 산성과 백제 뒷이야기' 저자

조영연-산성필자25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장취재]한남대 재경동문회 송년의밤
  2. 대전시주민자치회와 제천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자매결연 업무협약식
  3.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대전.충남 통합으로 세계 도약을"
  4. 천안시의회 김영한 의원, '천안시 국가유공자 등 우선주차구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 상임위 통과
  5.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